산악인의 발자취

-* 여성 산악인 김순주 *-

paxlee 2007. 4. 19. 17:19

 

                -* 여성 산악인 김 순주 *-

 

한국 여성 산악인으로는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30대 주부 김순주씨가 지난해 말 남미대륙 최고봉을 등정하면서 5대륙 최고봉을 모두 정복하는 쾌거를 이뤘다. 주인공은 경북 포항에 사는 김순주(37.포항시 북구 환호동)씨로 국내 여성 산악인 가운데 두 번 째다. 김씨는 지난해 12월30일 남미 아르헨티나에 있는 남미대륙 최고봉인 아콩카구아(해발 6천959m) 등정에 성공한 뒤 지난 1/13일 귀국했다.

 

김순주씨는 2004년 아콩카구아를 등정할 계획이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목표를 뒤로 미룬 채 포항에서 헬스와 내연산 등을 오르내리며 꾸준히 체력을 다져오다 2년만인 지난해 12월 18일 포항을 출발해 정상 공략에 나서 결국 꿈을 이뤘다. 김씨의 등반경력은 한마디로 화려 하다. 경남 합천이 고향인 김씨가 등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8년 효성여대(현 대구 가톨릭대) 등산부에 가입하면서 시작됐다.

 

등산에 매력을 느끼면서 꾸준히 등산기술과 체력을 연마한 뒤 92년 히말라야 6천m급 봉우리 를 등정한 데 이어 93년 한국 최초의 여성 에베레스트 원정대에 참여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천848m)에 올랐다. 이어 97년 북미의 매킨리봉(6천195m)과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천895m) 등정을 성공한 뒤 2004년 유럽 최고봉인 그루지야의 엘부르즈(5천642m)에 올라 5대륙 최고봉 등정성공에 한발 다가섰다.

 

김순주씨의 5대륙 최고봉 등정은 2004년 에베레스트 등 5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한 오은선(40)씨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 쾌거다. 김씨의 남편 하찬수(39.렉서스 포항영업소장)씨도 에베레스트와 칸첸중가, 시샤팡마 등 히말라야 8천m급 14개봉 가운데 5개봉을 정복하는 등 히말라야 등반만 16회에 달하는 베테랑 산악인이다. 김씨는 하씨와 대학시절 등산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뒤 97년 함께 매킨리 원정을 간 것을 계기로 사랑을 키워 99년 결혼했으며, 이번 등정 때도 남편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자녀 2명을 두고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등정에 나섰다. 김씨는 "산악인으로서 5대륙 최고봉을 오르는 영예를 안았지만 앞으로는 주부로서 주어진 역할도 충실히 할 생각"이라며 "산에 오르는 것은 정복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칫 무료해지기 쉬운 삶의 목표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회가 된다면 히말라야 K2봉을 등반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성 산악인 김 순주씨는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30대 후반까지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것이 김씨의 소망이다. 여성이라 불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힘보다는 경력의 차이가 더 중요하다』그녀의 힘찬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녀의 모든 말들에는 산에 대한 짙은 애정이 스며 들어 있다. 『산행엔 위험이 따르지요. 그러나 죽음을 생각하고서 산에 오를 수는 없습니다. 산에 대한 열정은 위험, 나아가 죽음조차 뛰어넘습니다』『사람은 변하지만 산은 변하지 않아요.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받아주는 산이 좋아 계속 산에 오르고 있습니다』

 

 "산을 오르면서 가장 힘든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한 걸음 한 걸음 떼기조차 어려운 때죠. 가장 기쁜 때는 언제냐고요? 마찬가지예요. 한 걸음 한 걸음 떼기조차 어려울 때 입니다. 죽을 만큼 힘든 때를 매 순간 극복하고 있다는 기쁨.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요." 태산이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태산이 될 수 있었다면 김씨는 한 걸음 한 걸음의 힘을 믿었기 때문에 온갖 `태산`을 정복할 수 있었다.

 

"정복이라고요? 그렇지 않아요. 등산은 기록을 세우기 위해 하는 게 아니잖아요. 자기가 아무리 오르고 싶어도 자연이 거부하면 오를 수 없는 곳이 바로 산입니다. 88년 효성여대 산악부에서 시작해 19년간 크고 작은 산을 오른 베테랑이지만 그는 산 앞에서 시종일관 겸손하다. 어느새 온갖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아무 불평 없이 서 있는 태산의 모습을 닮아 왔던 것이다.

 

그는 산 위에서는 누구보다 과감한 지휘관이다. 이번 아콩카구아 등정 때도 그랬다. 새벽 4시에 고도 5500m의 C1캠프를 출발해 나머지 1500m를 10시간 만에 치고 올라가 정상을 밟았다. "날씨 상태가 좋아 과감하게 짠 작전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여유 있게 웃는 모습에서 강인한 리더십이 묻어난다. 하지만 과감한 `산악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녀도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두 아들의 어머니`라는 이름 앞에서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주부로서 점수를 매겨 달라는 말에 호탕한 웃음을 터뜨린다. "주부로 일상의 틀을 깨는 것은 저로서도 어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본인이 행복해야 가정도 행복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무엇보다 엄마가 뭔가를 향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이들에게는 더 좋은 교육이라고 믿고 있어요." 남편 하찬수 씨(39)의 아낌없는 지원도 항상 고맙게 느끼고 있다고 하였다.

 

하찬수씨도 8000m급 5개봉에 오르고, 히말라야만 16회 등반한 남편도 김씨에 버금가는 베테랑 산악인이다. 대학 시절 설악산 등반 도중 처음 만난 두 사람은 97년 매킨리 원정 때도 함께였다. 말 그대로 김순주씨와 하찬수씨는 산이 키운 인연으로 부부의 연을 맺은 커플이다. 김순주씨는 "묵묵히 걷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묵묵히 걷다 보니 5개 대륙 최고봉에 올랐네요. 앞으로도 그렇게 한 발짝씩 나아가고 싶다."고 산악인의 자세를 보여 주었다.  

 

출처 :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 매일경제 오태식 기자, 김정환 기자.


노래 / 삼진스님의 인생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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