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의 고장 상주

-* 상주낙동강 삼백축제 *-

paxlee 2007. 12. 10. 16:42

 

                              상주 낙동강 삼백축제

▲ 상주 낙동강 삼백축제가 열리는 11월 초순엔 곶감 말리는 광경을 쉽게 구경할 수 있다.
설악에서 첫 단풍 소식이 들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무서리 내리는 늦가을. 이즈음 영남의 큰 고을 상주에선 집집마다 주저리주저리 매달린 주홍빛 곶감이 나그네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바야흐로 상주의 대표 특산물인 곶감의 계절이 찾아온 것이다. 때맞춰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상주 낙동강 삼백축제’에 참가해 상주의 ‘맛과 멋과 꿈’을 즐긴 뒤 상주 들판과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갑장산에도 올라보자. 낙엽 뚝뚝 떨어지는 늦가을 숲에서 상주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축제의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인 경상감사 도임순력 행차.

“곶감이 익어가는 계절, 상주는 동화의 마을로 변한다!”


천년 신라의 고도인 경주와 함께 경상도의 대표 고을로 꼽히던 상주는 예부터 쌀·누에·곶감이 유명해 흔히 ‘삼백(三白)의 고을’이라고 불렸다. 11월9일(금)부터 12일(월)까지 나흘간 상주 북천 시민공원 및 상주 시내 일원에서 열리는‘상주 낙동강 삼백축제는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한 축제다.


이 축제는 곶감뿐만 아니라 경천대·갑장사·자전거 등 나름대로 자랑거리가 많은 상주시가 벼르고 별러 기획한 것으로서, 이전 상주에서 진행되던 여러 축제들을 하나로 모은 종합 축제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상주에서 즐길 수 있는 ‘맛, 멋, 꿈’ 가운데 꿈에 초점을 맞춘 ‘동화’라는 테마에 힘을 쏟아 이전의 소규모 축제들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따라서 ‘전래동화 페스티벌’이라는 차별화되고 뚜렷한 특색이 돋보이는 이 축제는 누구나 마음속에 가진 동심의 세계로 함께 떠나는 꿈의 축제라 할 수 있다.
 


▲ 올해 처음 열리는 상주 낙동강 삼백축제는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동화에 초점을 맞췄다.

동심의 세계로 초대하는 동화마을


축제 행사장은 상주 시내를 적시고 흐르는 북천을 중심으로 크게 둘로 나뉘는데, 북쪽은 ‘동화마을’, 남쪽은 ‘명실상주 마을’이란 테마로 꾸며진다. 우선 동심의 세계로 빨려들 수 있는 ‘동화마을’부터 들러보자. 어른들도 그렇지만, 특히 아이들과 동행했다면 이곳은 반드시 들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축제의 중심지인 북천엔 동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낭만과 추억이 서린 돌다리를 놓았다. 이는 낙동강 삼백축제의 주요 테마인 ‘소근소근 전래동화 페스티벌’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옛날 북천에 있었던 돌다리를 재현한 것이다.


자세한 행사 내용을 보면 옛이야기 책마을은 ‘두근두근 마법의 책마을’, ‘아름드리 그림마을’로 꾸며진다. 또 ‘왁자지껄 공연마을’, ‘소곤소곤 이야기마을’, ‘흥얼흥얼 노래이야기마을’, ‘알록달록 그림이야기 마을’로 이루어진 옛이야기 마을에선 구수한 옛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영화가 빠질 수 없다. 떠다니는 북천 영상마을에선 축제 기간 내내 매일 저녁 7시부터 ‘왕후 심청’, ‘흥부놀부’를 비롯해 중·단편 애니메이션 8편을 상영한다. 애니메이션으로 이야기 만들기 교실도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옛이야기를 들으며 상주에 대해 쉽게 알고 싶다면 상주 이야기마을을 방문하면 된다. ‘이야기 따라 유람하는 낙동강 이야기’, ‘동시의 마을 자료전’, ‘우리 동네 이야기꾼 한마당’ 등이 펼쳐진다. 마지막 날인 12일(월)엔 ‘옛이야기,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도 열린다.

상주시가 낙동강 삼백축제에서 동화를 주요 테마로 결정한 까닭은 ‘곶감’이라는 상주 특산물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래동화 가운데 어린이에게 인기가 있는 옛이야기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곶감’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이 동화는 호랑이가 왔단 말에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아이가 곶감이란 말에 울음을 멈추자 이를 숨어서 듣고 있던 호랑이가 곶감이 무서워 줄행랑 쳤다는 옛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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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장하게 흐르는 낙동강과 널따란 상주 들판을 감상할 수 있는 ‘낙동강 MTB 투어로드’. / 축제의 부대행사로는 상주곶감 전국마라톤대회도 펼쳐진다.

2007년 1월 스콜라출판사는 상주시와 손잡고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곶감’이란 동화책을 내놓았는데, 이 동화는 전래 동화를 곶감의 고장 상주를 배경으로 각색한 것이다. 이 동화의 공간은 현존하고 있는 상주 외남면 소은리 일대의 조정마을·갈방산·할미샘 등이며, 감나무 유래나 곶감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소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 상주시는 이 동화책 2만7천 권을 구입해 전국 초등학교와 공공도서관, 대학교 등에 배부해 상주가 명실상부한 곶감의 본고장임을 널리 홍보했다고 한다. 가격은 9,500원.

축제추진위원회 박찬선 회장은 “올해 처음 개최하는 상주 낙동강 삼백축제를 상주를 대표하는 종합축제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부터 노력했다”며 “낙동강 삼백축제의 주요 테마인 ‘소근소근 전래동화 페스티벌’을 앞으로 세계적인 동화페스티벌로 가꿔나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전국 라이더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MTB대회도 치러진다. / 축제 기간 중에는 상주에서 수확한 농산물도 전시된다. / 상주 부녀자들이 곶감 깎기 작업에 한창이다.

‘명실상주 마을’에선 다양한 행사 펼쳐져


북천 남쪽, 그러니까 상주 시내 일원의 ‘명실상주 마을’에서는 기존 상주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비중이 큰 경상감사 도임순력 행차, 전국 민요 경창대회, 상주 전국곶감 마라톤대회, 명주패션 디자인 페스티벌, 전국 MTB대회 등의 특별행사는 예년에도 진행됐던 내용이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경상감사 도임순력 행차는 조선시대 경상도 최초로 경상감영이 설치된 상주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행사로서, 조선 중기까지 경상도 대표 고을이던 상주의 역사성을 이해할 수 있는 볼거리다. 토요일인 10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다. 60명으로 이루어진 상주여상 취타대를 선두로 300여 명의 감사행차가 이어지고, 그 뒤를 이어 90명의 민속연희팀이 따르는 대규모 행사다. 행차 코스는 상주여중~축협 사거리~후천교~북천시민공원(1.9km)이다.


이외에도 이색 자전거타기, 섶다리 체험, 옹기 만들기, 한지 만들기, 감 깎기, 벼 탈곡, 볏짚 공예, 농악 배우기, 전래동화 체험 등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체험공간도 마련된다. 상주 쌀로 만든 삼백 떡과 비빔밥, 쌀 튀밥, 수정과, 감잎차, 고구마 알밤 구워먹기 등 무료시식행사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상설행사는 하늘맞이 길, 갤러리가 있는 북천, 상주 이야기 Zone, 농축특산물 및 국화 전시, 과일 조형물 전시 등이 준비되어 있다. 또 낙동강 가요제, 낙동강 줄다리기 대회, 기로연, 존애원 시술 재현, 상주 300퀴즈, 문화제, 예술제 등도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워줄 것으로 보인다. 축제 행사장 안쪽에선 청정 고을 상주의 농축특산물도 다양하게 선을 뵈니 꼭 둘러보자. 상주시청 새마을문화관광팀 전화 054-537-7209 축제위원회 전화 054-537-6101.

정기룡 장군이 무술을 연마하던 경천대


상주 드라이브도 빼놓을 수 없다. 상주 최고의 명소는 경천대(擎天臺)다. 가는 길에 정기룡(鄭起龍·1562-1622) 장군의 위패를 모신 충의사를 지난다. 정기룡 장군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왜군과 100여 차례 전투를 치러 승리로 이끈 명장. 정유재란 때 토왜대장이 되어 6만의 왜적을 대파하고, 상주·합천·의령 등의 여러 성을 탈환했고, 경주·울산을 수복하는 등 부족한 군사와 무기로 용맹을 떨친 그를 사람들은 ‘육지의 이순신’이라고도 불렀다. 충의사엔 장군의 행적을 기록한 매헌실기의 판목 58점과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실전에서 사용하던 칼도 보관되어 있다.


낙동강 물길이 크게 휘도는 곳에 자리한 경천대는 정기룡 장군이 무예를 닦으며 심신을 연마하던 곳이라 전한다. 이곳은 상주 사람들이 ‘낙동강 천삼백리 물길 중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자랑하는 장소답게 낙동강 고운 모래밭 위로 솟은 절벽이 일품이다. 경천대 주차료는 대형 4,000원, 일반 승용차 2,000원. 입장은 무료. 전화 054-536-7040 054-530-6218.


상주에 왔다면 남장동을 빠뜨릴 수 없다. 상주 시내에서 25번 국도를 타고 보은 방향으로 5분쯤 달리면 오른쪽으로 남장동이 보인다. 마을 입구에 있는 자전거박물관엔 세계의 초기 자전거(5점), 이색 자전거(29점), 경기용 자전거(11점), 기타 자전거(15점) 등이 전시되어 있다. 입장·주차료는 무료. 관람 시간은 09:00~18:00. 연중무휴.


▲ 닥종이로 만든 작품 전시회도 눈길을 끈다. / 상주 민요경창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박자를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자전거박물관에서 좀더 들어가면 곶감마을이다. 전국 곶감의 60%를 생산하는 상주는 무려 7,600여 농가가 연간 4,500톤의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곳 남장동이 으뜸이다. 상주 낙동강 삼백축제가 펼쳐질 무렵엔 부녀자들이 모여 감 껍질을 깎아 곶감타래에 거는 생동감 넘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곶감마을을 지나면 남장사(南長寺). 성난 표정을 표현하려 했으나 소박함과 천진스러움이 엿보이는 석장승, 그리고 목수가 예술적인 솜씨를 한껏 발휘한 일주문을 차례로 감상할 수 있다. 남장사는 진감국사가 830년(흥덕왕 5)인 57세 때 중국 당나라에서 귀국하여 장백사(長栢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절집. 진감국사는 832년 이곳에 무량전을 짓고 범패를 보급하자 사람들이 구름같이 많이 모였다 한다.


남장사 보광전엔 조선 초기의 작품으로서 조선 철불상의 귀중한 예로 높이 평가되는 철불좌상(보물 제990호), 후불탱화로 사용되고 있는 목각탱(보물 제922호)이 있다. 관음전의 주존인 관음보살상 뒤편에 새겨져 있는 관음선원 목각탱(보물 제923호)도 조선 후기 작품을 대표하는 수준작. 입장료와 주차료 없다.

<사진제공=상주시청>

[축제 따라 가는 산행] 상주 낙동강 삼백축제

<월간 산 [457호] 20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