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산(黃山)은 중국 안후이성(安徽省) 남부에 있는 1,860m의 연화봉(蓮花峰)을 위시한 갖가지 형상의 72봉을 거느리고 있는 암봉군으로,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찬탄과 찬미를 아끼지 아니하였다.
황산의 절경은 대시인 이백 등에 의해 칭송되었으며, 명나라 때 지리학자이자 여행가인 서하객(徐霞客)은 30년에 걸쳐 중국 천하를 두루 여행한 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五岳歸來不看山, 黃山歸來不看岳’, 즉 ‘태산(泰山), 화산(華山), 형산(衡山), 항산(恒山), 숭상(嵩山)의 오악을 보고 온 사람은 평범한 산은 눈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황산을 보고 돌아온 사람은 그 오악도 눈에 차지 않는다‘고 했다.
- ▲ 수백 길 벼랑 중간을 가로질러낸 서해대협곡 탐승로. 설계에 12년, 시공에 9년이 걸렸다고 한다.
- 그리고 ‘登黃山天下无山 觀止矣(등황산천하무산 관지의)’, 즉 ’황산에 오르고 보니 천하에 볼 만한 산이 더는 없구나’라고 했으니, 오늘 황산을 찾은 이 호산아(好山兒·필자의 호)의 가슴이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옛날부터 유명한 시인, 화가, 여행객들이 이 산을 그토록 칭송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흔히들 황산의 삼기(三奇)라고 하면 기송(奇松), 기암(奇岩), 운해(雲海)를 든다. 거기에 온천을 추가하여 사절(四絶)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절묘하기 이를 데 없는 기암절벽과 기묘하기 이를 데 없는 소나무들이 가관이고, 그 절경 사이로 깔리는, 어느 별천지 선경에나 있을 법한 구름의 바다가 장관을 이루며 시시각각 움직이며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해낸다.
- ▲ 황산 들목의 2층 누각인 자광각.
- 중국의 어느 한 책자에서는, ‘소나무와 바위, 그리고 구름이 어울려 청공(靑空)과 대지(大地)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장면들을 변화무쌍하게 보여 준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하여 황산은 천하제일기산(天下第一奇山)으로 불리고 있으며, 근래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 목록에 등록되어 있다.
‘돌이 없으면 소나무가 아니고…’
드디어 황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추녀 끝이 날아오르는 2층 누각의 자광각(慈光閣)에 이르렀다. 어제 저녁 날씨에 대한 걱정은 기우였다. 날씨는 덥지만 하늘이 파랗게 열려오고 시공은 쾌청했다. 아름다운 황산의 모습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황산의 제1기착지인 옥병참(玉屛站)에 발을 내딛었다. 아아, 거대한 바위산의 웅자가 가슴에 달려든다. 그러나 이내 회색의 운무가 산봉을 휘감아 버린다. 햇살을 가로막았지만 비 올 구름은 아니다. 고산 특유의 운무인 것이다.
우선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영객송(迎客松)을 만나러 갔다. 이름 그대로 이 산을 찾은 손님을 영접하는 소나무이니 그 기품이 참으로 당당하고 우아하다. 표고 1,668m 지점에 수령 천년을 넘었다고 하는 이 소나무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옥병봉의 거벽 아래 싱싱한 가지를 옆으로 좌악 펴고 있는 품이 유별나다. 그 모습이 꼭 길손을 영접하는 몸짓으로 보였던 것일까. 그 명명의 연유야 어쨌든 참으로 특별한 품격이 느껴지는 영물이었다.
그 옆에는 옥병루빈관(玉屛樓賓館)이 있어 필요하다면 여기서도 하룻밤 유숙할 수도 있다. 빈관 뒤쪽에 거대한 암괴로 솟구친 산이 옥병봉(玉屛峰)이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병풍바위 산이다. ‘황산에 돌이 없으면 소나무가 아니고, 소나무가 없으면 기이하지 않다(無石不松, 無松不奇)’고 말한다. 가장 유명한 황산의 소나무는 옥병루의 영객송과 송객송(送客松), 그리고 포단송(浦團松), 천해의 봉황송(鳳凰松) 등과 함께 이들은 황산의 십대 명송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