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브로드피크 등정 후 하산. 과거 한국대는 하산 중에 6명의 등반가가 목숨을 잃었다. 왼쪽에 ‘죽음의 산’ K2가 우뚝 솟구쳐 있다.
-
올해 우리 산악계는 에베레스트(8,848m) 한국 초등 30주년을 맞이하여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고 다양한 해외원정대를 파견했다. 등반 대상지도 광역 히말라야를 비롯해서 남미와 북미 등으로 확장됐다. 특히 중국 히말라야쪽으로의 등반이 빈번해진 것이 돋보이고, 힌두쿠시 산군 진출도 주목할 만하다.
오은선, 고미영 두 여성 산악인의 8,000m급 고산 한해 다수 등정이 눈길을 끌었으며, K2(8,611m) 여성 등정자도 나왔다. 엄홍길 대장은 로체샤르(8,400m)를 등정하면서 자신의 숙원이었던 히말라야 자이언트 14+2 완등을 이루었다. 최석문과 김창호는 파타고니아의 파이네 중앙봉(2,460m)에 있는 윌런스-보닝턴 루트(서벽) 한국 초등에 성공했다.
해외등반계의 추세인 알파인스타일 등반방식을 많은 팀이 선택하고 있고, 신루트 개척에 몇몇 팀이 합류하고 있어 밝은 전망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해외산악계가 K2와 알래스카, 파타고니아 등지에서 극한등반을 시도하고 있는 반면에 국내는 아직도 히말라야에 집중된 선호도를 피할 수는 없었다.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신루트를 개척하던 슈퍼 클라이머 오희준, 이현조가 눈사태로 희생된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2007년은 에베레스트 한국 초등 30주년을 맞이한 뜻 깊은 한 해였다. 그동안 64개팀 600여 명이 도전해서 95명이 등정했고, 셰르파 8명을 포함해 17명이 사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등반대와 등정자 수를 기록했다.
에봉에 한국 최고령 등정기록…네팔 히말라야
엄홍길, 4수만에 로체샤르 등정…
에베레스트는 등반가에게 더 이상 높이나 난이도를 추구하는 대상은 아니다. 자기 한계를 극복하는 상징성이 더 큰 도전의 대상으로서 남게 됐다. 그것은 에베레스트에 개척할 만한 초등루트가 줄어들어 산악인들에게 변화된 영역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에베레스트에는 등반성의 추구보다는 각종 모험의 경연장이 되어가고 있다. 스키활강이라든가 패러글라이더 활강, 부부 등정과 부자 등정, 16세 소년의 등정과 71세 노익장의 등정, 정상에서 텐트를 치고 21시간 체류, 맹인의 등정과 두 발이 없는 장애우의 등정, 정상에서의 결혼식, 그리고 매년 갱신되는 최단시간 등정기록 등이 그것들이다.
하지만 에베레스트 초등루트 15개 중에서 우리가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루트가 9개이고, 등정자를 낸 루트는 5개에 불과했다. 그것도 남동릉이나 북릉~북동릉 등 극히 일부 루트에 집중돼 있다.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와는 달리 아직도 에베레스트가 우리에게는 등로주의의 대상으로 남아있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봄 시즌, 에베레스트 남동릉으로는 3개팀 19명이 도전해서 6명이 등정에 성공했다. 한국산악회의 김성봉 대장과 7명으로 조직된 실버원정대는 전 대원이 60세 이상으로 김성봉 대장(66)과 이장우 대원(63)이 등정했다. 김성봉 대장은 현재 국내 최고령 등정자로 기록됐다.
2007년 에베레스트 한국 초등 30주년을 기념하고 한국도로공사 노조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박상수 대장의 희망원정대는 로체(8,516m) 서벽과 에베레스트를 동시에 등정하는 기록을 세웠다. 김미곤과 윤중현은 최초로 에베레스트-로체 개인 연속등정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허영호는 자신의 등정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등반에 나서 개인 통산 3회 등정으로 엄홍길과 함께 한국인 에베레스트 최다 등정기록을 세웠다.
같은 시즌에 남서벽 원정대는 신루트 개척을 목표로 박영석 대장과 7명의 대원이 도전했다. 남서벽 신루트 구간은 C2(6,500m)에서 정상에 이르기까지 2,000m 수직벽으로, 박영석 대장에게는 1991년과 1993년에 이은 세 번째 도전이었다. 그러나 셰르파들의 스트라이크와 악천후로 지연되던 등반은 오희준과 이현조 두 대원이 눈사태로 희생당하면서 비통한 막을 내렸다.
에베레스트 북릉~북동릉 루트로는 2개팀 21명이 도전하여 11명이 등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대원 20명으로 구성된 김해 플라잉점프 원정대는 김재수 대장과 9명이 등정해 단일팀 최다 등정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상호, 윤치원, 김지우, 이성인, 고미영, 송귀화, 정재복, 윤삼준, 박경효 등이 영광의 주인공들이다. 송귀화는 59세로 한국 여성 최고령 등정자가 되었으며, 고미영은 스포츠클라이머에서 고산등반가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루었다. 양산의 이상배는 그동안 네 차례에 걸친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섯 번째 원정대를 꾸려 등정에 성공했다.
한국히말라얀클럽의 로체샤르-로체 남벽 원정대는 엄홍길 대장과 19명의 대원으로 구성됐는데, 5월31일 오후 엄홍길 대장과 변성호, 모상현 대원, 셰르파 1명이 등정에 성공했다. 2002년, 2003년, 2006년에 이은 네 번째 도전에서 이루어진 이 등정으로 엄홍길 대장은 ‘히말라야 8,000m급 거봉 14+2’ 완등이라는 성과를 냈다. - 산악계 스타 오희준·이현조 추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