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의 발자취

-* [2007년 해외원정 결산 ]*-

paxlee 2007. 12. 13. 20:52
 
                 [2007 결산 해외원정]
 
        * 대상지 다양성 돋보였으나 국제 조류에는 못 미쳤다
          엄홍길, 4수만에 로체샤르 등정…
          산악계 스타 오희준·이현조 추락사
▲ 브로드피크 등정 후 하산. 과거 한국대는 하산 중에 6명의 등반가가 목숨을 잃었다. 왼쪽에 ‘죽음의 산’ K2가 우뚝 솟구쳐 있다.

올해 우리 산악계는 에베레스트(8,848m) 한국 초등 30주년을 맞이하여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고 다양한 해외원정대를 파견했다. 등반 대상지도 광역 히말라야를 비롯해서 남미와 북미 등으로 확장됐다. 특히 중국 히말라야쪽으로의 등반이 빈번해진 것이 돋보이고, 힌두쿠시 산군 진출도 주목할 만하다.

오은선, 고미영 두 여성 산악인의 8,000m급 고산 한해 다수 등정이 눈길을 끌었으며, K2(8,611m) 여성 등정자도 나왔다. 엄홍길 대장은 로체샤르(8,400m)를 등정하면서 자신의 숙원이었던 히말라야 자이언트 14+2 완등을 이루었다. 최석문과 김창호는 파타고니아의 파이네 중앙봉(2,460m)에 있는 윌런스-보닝턴 루트(서벽) 한국 초등에 성공했다.

해외등반계의 추세인 알파인스타일 등반방식을 많은 팀이 선택하고 있고, 신루트 개척에 몇몇 팀이 합류하고 있어 밝은 전망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해외산악계가 K2와 알래스카, 파타고니아 등지에서 극한등반을 시도하고 있는 반면에 국내는 아직도 히말라야에 집중된 선호도를 피할 수는 없었다.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신루트를 개척하던 슈퍼 클라이머 오희준, 이현조가 눈사태로 희생된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2007년은 에베레스트 한국 초등 30주년을 맞이한 뜻 깊은 한 해였다. 그동안 64개팀 600여 명이 도전해서 95명이 등정했고, 셰르파 8명을 포함해 17명이 사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등반대와 등정자 수를 기록했다.


에봉에 한국 최고령 등정기록…네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는 등반가에게 더 이상 높이나 난이도를 추구하는 대상은 아니다. 자기 한계를 극복하는 상징성이 더 큰 도전의 대상으로서 남게 됐다. 그것은 에베레스트에 개척할 만한 초등루트가 줄어들어 산악인들에게 변화된 영역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에베레스트에는 등반성의 추구보다는 각종 모험의 경연장이 되어가고 있다. 스키활강이라든가 패러글라이더 활강, 부부 등정과 부자 등정, 16세 소년의 등정과 71세 노익장의 등정, 정상에서 텐트를 치고 21시간 체류, 맹인의 등정과 두 발이 없는 장애우의 등정, 정상에서의 결혼식, 그리고 매년 갱신되는 최단시간 등정기록 등이 그것들이다.

하지만 에베레스트 초등루트 15개 중에서 우리가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루트가 9개이고, 등정자를 낸 루트는 5개에 불과했다. 그것도 남동릉이나 북릉~북동릉 등 극히 일부 루트에 집중돼 있다.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와는 달리 아직도 에베레스트가 우리에게는 등로주의의 대상으로 남아있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봄 시즌, 에베레스트 남동릉으로는 3개팀 19명이 도전해서 6명이 등정에 성공했다. 한국산악회의 김성봉 대장과 7명으로 조직된 실버원정대는 전 대원이 60세 이상으로 김성봉 대장(66)과 이장우 대원(63)이 등정했다. 김성봉 대장은 현재 국내 최고령 등정자로 기록됐다.

2007년 에베레스트 한국 초등 30주년을 기념하고 한국도로공사 노조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박상수 대장의 희망원정대는 로체(8,516m) 서벽과 에베레스트를 동시에 등정하는 기록을 세웠다. 김미곤과 윤중현은 최초로 에베레스트-로체 개인 연속등정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허영호는 자신의 등정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등반에 나서 개인 통산 3회 등정으로 엄홍길과 함께 한국인 에베레스트 최다 등정기록을 세웠다.

같은 시즌에 남서벽 원정대는 신루트 개척을 목표로 박영석 대장과 7명의 대원이 도전했다. 남서벽 신루트 구간은 C2(6,500m)에서 정상에 이르기까지 2,000m 수직벽으로, 박영석 대장에게는 1991년과 1993년에 이은 세 번째 도전이었다. 그러나 셰르파들의 스트라이크와 악천후로 지연되던 등반은 오희준과 이현조 두 대원이 눈사태로 희생당하면서 비통한 막을 내렸다.

에베레스트 북릉~북동릉 루트로는 2개팀 21명이 도전하여 11명이 등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대원 20명으로 구성된 김해 플라잉점프 원정대는 김재수 대장과 9명이 등정해 단일팀 최다 등정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상호, 윤치원, 김지우, 이성인, 고미영, 송귀화, 정재복, 윤삼준, 박경효 등이 영광의 주인공들이다. 송귀화는 59세로 한국 여성 최고령 등정자가 되었으며, 고미영은 스포츠클라이머에서 고산등반가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루었다. 양산의 이상배는 그동안 네 차례에 걸친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섯 번째 원정대를 꾸려 등정에 성공했다.

한국히말라얀클럽의 로체샤르-로체 남벽 원정대는 엄홍길 대장과 19명의 대원으로 구성됐는데, 5월31일 오후 엄홍길 대장과 변성호, 모상현 대원, 셰르파 1명이 등정에 성공했다. 2002년, 2003년, 2006년에 이은 네 번째 도전에서 이루어진 이 등정으로 엄홍길 대장은 ‘히말라야 8,000m급 거봉 14+2’ 완등이라는 성과를 냈다.

엄홍길, 4수만에 로체샤르 등정…
산악계 스타 오희준·이현조 추락사
▲ 로체에 이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김미곤 대원.
한국대학산악연맹 아마다블람(6,812m) 원정대는 오은선 대장과 여성 학생산악인 4명이 포함된 9명의 대원이 지난해 12월18일 출국하여 남서릉 캠프3까지 도달했고, 대구경북학생산악회도 같은 동계 시즌에 김보열 대장 외 10명의 대원이 도전했으나 C3 진출로 끝내야했다. 한국산악회 아마다블람 원정대는 10월에 북동벽 중앙 신루트를 목표로 도전했다.
 
조유동 대장 외 대원 8명은 산악기술위원들이 주축이 되어 11월 중순 현재 등반 중이다. 설악산적십자구조대도 11월15일 출국, 전서화 대장을 포함해 대원 10명이 서벽 신루트로 등반 중이다. 아마다블람에는 총 15개 초등루트가 있지만, 한국 원정대는 그동안 남서릉과 북서벽 루트에만 몰렸다.

부산시산악연맹의 콩데(6,187m) 북벽 원정대는 1월 복진영 대장 외 4명이 도전해 5,200m 지점에 진출하는 것으로 등반을 종료했다. 강원대산악회가 개교 60주년과 산악회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파견한 팡(7,647m) 원정대(대장 홍성욱)의 박수석 대원과 셰르파 2명이 10월29일 오후 정상에 올랐다. 이번 등정은 지난 1991년과 1997년의 실패를 딛고 거둔 성과이며 루트 세계 초등이다. 루트 이름은 지난 1997년 2차 원정대에서 숨진 김여훈 대원을 기리는 의미에서 ‘달과 여훈로 명명했다.

여성 산악인들 활동 왕성…파키스탄 히말라야
      
2007년은 ‘파키스탄 방문의 해’로 입산료가 인하되어 가장 많은 106개 팀이 파키스탄 히말라야를 찾았다. 브로드피크에는 초등 50주년을 맞아 25개 팀이 몰렸다. K2 서벽에 드디어 길이 뚫렸다. 러시아팀은 1954년 K2 초등 이래 미답의 벽으로 남아 있던 서벽을 고정로프를 깔고  고소캠프 7개를 설치하면서 무산소 직등루트를 개척했다. 빅토르 코즐로프가 이끄는 러시아팀은 8월21일 바딤 포포비치와 안드레 마리예프가 정상에 선 후 22일에 9명이 올라 총 11명이 대거 등정했다.

또한 3,000m에 달하는 K2 북벽에 카자흐스탄의 데니스 우루프코와 세르게이 사모일로프가 알파인스타일로 신루트에 도전했지만 포기하고, 10월2일 1996년 이후 등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일본의 북릉 루트를 알파인스타일로 등정했다. 가을 시즌 중 가장 늦은 시기에 오른 기록이다.

부산시산악연맹의 다이나믹 부산 K2 원정대는 홍보성 대장과 대원 6명이 도전해 7월20일 김진태, 김창호 대원(무산소)이 등정에 성공했다. 이 원정대는 K2 등정을 마치고 바로 브로드피크(8,047m) 연속등정을 시도해 8월1일 오전 김진태, 김창호 대원이 정상에 올랐다.

4명으로 구성된 2007 K2 여성원정대의 오은선 대장은 한국 여성 최초로 K2 등정에 성공했다. 오 대장은 7월20일 오후 아브루치 루트를 통해 K2 정상에 올랐는데, 아시아 여성 산악인으로 지난 해 일본 여성 유카 고마츠에 이은 제2등으로 기록됐다. 오 대장은 이 등반에 앞서 5월8일 초오유(8,201m) 등정에도 성공했다. 김선애 대원과 함께 셰르파나 쿡 없이 소규모로 나선 원정대였다.

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의 고미영은 에베레스트 등정 두 달 만인 7월12일 김재수 대장과 함께 브로드피크(8,047m)를 등정했다. 고미영은 7월3일 BC를 설치하고 C1(5,800m)까지 한 번 고소적응을 한 후 BC에 내려왔다가 두 번째 시도에서 9일만에 등정에 성공하는 성과를 이뤘다. 또한 10월5일 시샤팡마(8,027m)를 남서벽으로 김재수 대장과 함께 등정해 한국 여성 산악인으로는 처음으로 한 해 8,000m 거봉 3개를 연달아 등정했다. 2006년 10월1일 초오유 등정 이후 4개의 자이언트에 성공한 그녀는 2012년까지 여성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개 거봉을 완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같이 올해는 여성 산악인들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8,000m급 거봉 등반의 산소 사용을 재고해야 할 것 같다. 황금피켈 아시아상 심사위원으로 방한했던 프랑스 몽타뉴지의 올리비에 모레 부편집장은 “고산에서 산소를 사용하는 것은 마치 운동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약물을 복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산소 사용은 고도를 낮추는 역할뿐만 아니라 공정한 게임 룰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정승권등산학교 원정대의 정승권 대장과 대원 3명은 7월 카라코람의 트랑고타워(6,239m)와 그레이트트랑고타워(6,286m), 십튼스파이어(5,852m)에 도전했으나 트랑고타워의 이터널 플레임 루트로 조경래, 조규택, 임동순 대원이 등정하는 데 그쳤다. 이 원정대는 많은 산악인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기대에 못 미쳐 아쉬움이 남았다.
이와 달리 같은 시즌 그레이트트랑고타워에는 러시아의 2개팀이 북서벽에 각각 신루트로 등정해서 5개의 초등 루트가 개척됐으며, 십튼스파이어에서도 4인조 러시아팀이 남동벽에 1,300m의 거벽등반으로 직등 신루트를 추가했다. 9월3일에는 차라쿠사 계곡의 난봉이었던 K7 서봉(6,858m)이 미국의 빈스 앤더슨과 스티브 하우스, 슬로베니아의 마르코 프레젤리 등 합동대에 의해 초등되기도 했다.

청죽산악회 힌두쿠시 원정대는 심권식 대장과 대원 4명이 6월 알파인스타일로 가르무시(6,244m) 서릉 루트에 도전해 심권식 대장과 강용선, 조민수 대원이 한국 초등을 이루었다. 그들은 이 등반으로 제2회 황금피켈 아시아상을 수상했으며 내년 황금피켈 본상에 후보로 진출했다.
 
그들이 등반한 힌두쿠시 지역은 에릭 십튼이나 프랭크 스마이드, 스벤 헤딘 같은 탐험가들이 개척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지금도 미등봉이 많이 남아 있는 산군이다. 접근하기가 아직도 곤란하고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지역이라 대상지를 찾아 등반을 진행하는 자체가 높은 난이도이며, 히말라야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재의 등반 행태에 적절한 대안을 제시한 등반이었다. 그러나 무산소, 거벽등반, 신루트, 극한등반가에게 수여하는 황금피켈상 본래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 원정대는 김세준 대장과 대원 3명으로 8월, 힌두쿠시 산군의 힌두라지 지역에 있는 튜이좀(6,158m) 등반에 나섰다. 이들은 알파인스타일로 신루트를 내는 것을 목표로 수직고 2,600m의 북벽에 도전했지만 22피치 5,010m 지점에 도달하는 데 그쳤다.
▲ 한국 최고령 등정기록을 세우며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선 김성봉씨.

빙벽·거벽등반 이뤄져…인도·중국 히말라야    

경희대산악부는 박흥수 대장의 지휘 아래 가르왈 히말라야의 아르와 스파이어(6,352m) 북벽에 신루트 개척을 목표로 5월29일부터 33일간 등반에 나섰으나 5,820m 지점 진출로 끝을 맺었다. 같은 시즌 스위스의 데니스 부르데트와 토마스 센프, 스테판 지그리스트는 극한등반을 펼치며 아르와 스파이어 북벽에 신루트를 개척했다.

 

광운대산악회는 개교 4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8월 가르왈 히말라야의 시블링(6,543m) 북벽 체코 루트에 도전했으나 정상을 50여m 남겨두고 철수했다. 부산교대와 부경대, 부산대 출신으로 이루어진 2007 한국 쥬산 원정대는 중국 사천성의 미니아콩카 산군에 있는 금은산(金銀山·6,410m) 등반에 나서 한국 동계 초등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최태신 대장과 대원 8명은 2004년과 2005년의 원정 실패를 딛고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원정대는 2007년 1월1일 베이스캠프를 치고 1월21일 김석수, 서동업, 조창렬 대원이 등정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원정대는 아직 사천성등산협회에서 등정 인증서를 받지 못한 상태다. 전위봉에서 정상까지는 위험한 칼날 설릉으로 상당히 먼 거리인데 마지막 캠프에서 정상까지의 등반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과, 등반 후 보고에서 정상 사진이 정점이 아닌 전위봉으로 보인다는 이유다.

대전 우송산악회의 시샤팡마 원정대는 김용정 대장과 대원 9명이 참가했다. 이 원정대는 5월4일 ABC에서 C1(6,500m)으로 진출하던 중 대원 1명과 셰르파 1명이 눈사태 사고를 당해 부상당한 셰르파를 긴급 후송했지만 도중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등반을 포기했다. 그리고 8월 말에 다시 출국하여 9월7일에 BC를 설치했다. 폭설과 기상이변으로 등반이 지연되다가 10월5일 이승복, 김영일 대원이 등정에 성공했다.

중국 사천성의 스쿠냥 산군에서 신루트 개척등반과 빙벽등반 원정대가 증가하고 있다. 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의 전용학 대장과 대원 6명의 KMG 원정대는 8월에 야오메이(6,250m) 신루트 개척등반에 나섰다. 전용학, 김성호, 김주영 대원은 고정로프 없이 4일간 알파인스타일로 약 1,050m의 벽등반을 하고 정상으로 이어지는 일본팀의 서남릉 루트 5,900m 지점까지 도달했다. 부산학생산악연맹 원정대는 7월에 중국 신강의 콩구르(7,719m)에 김규태 대장 외 13명이 도전했으나 C3까지 진출했다.


▲ 정상에 선 여성대의 오은선 대장,그리고 김진태, 김창호(왼쪽에서 부터)./상단벽 제2피치를 등반중인 임동순. 멀리 울리비아호타워 보인다.
파이네 중앙봉 서벽 한국 초등…남미  
 
최석문과 김창호는 1월20일 파타고니아의 파이네 중앙봉 서벽에 있는 윌런스-보닝턴 루트 한국 초등에 성공했다. 노시철 대장과 대원 3명은 표고차 550m, 22피치의 화강암에서 10시간30분의 등반을 마치고 3시간30분에 걸쳐 하강했다. 난이도는 5.11c급이었고, 원푸시 스타일의 속도등반이었다.

2006년 12월 말 아콩카구아(6,959m)에 경기도산악연맹의 수원팀과 티앤씨 상업등반대(윤인혁 대장), 월간山 취재팀 등 3개팀 12명이 도전하여 김순주, 최오순, 석상명, 한필석, 김창호가 등정에 성공했다. 김순주는 이번 등정으로 한국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5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했다.
 
곽수명 대장의 북인천산악회와 재미연맹 혼성팀의 대원 12명은 6월 페루 안데스의 최고봉인 와스카랑(6,768m) 남봉에 도전하여 등정에 성공했다. 그들은 알파인 등반을 진행하여 왕청식 등반대장과 대원 4명이 닷새만에 정상을 밟았다.

미국의 켈리 코드와 콜린 헤일리는 1월 초 세로토레와 토레에거 연결등반을 알파인스타일로 완등하는 기록을 세웠다. 마르시나 파킨 루트를 따라 호프 안부를 오른 후 서릉인 라그니 디레코 루트로 등정했고, 콤프레셔 루트로 하강했는데 꼬박 이틀이 소요됐다. 이 등반 라인은 볼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미국의 자크 스미스와 조시 워튼은 2월 세로토레의 콤프레서 루트에서 헤드월의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볼트를 이용하지 않고 등정했다. 그들은 이 루트에 설치되어 있는 400개 이상의 볼트를 20개 미만으로 줄여 난이도를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한편 9월부터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 내에 있는 피츠로이와 세로토레 산군 주변의 등산로에서 말 사용이 금지되어 등반가들은 장비와 식량 등을 자체적으로 운반해야 한다. 환경 보호를 위한 규정인데, 산장이나 대피소 등 인위적인 숙소의 설치도 금지되며 텐트 막영만 허용된다.
 
▲ 북인천산악회 팀이 노렸던 와스카랑 북봉 북벽./초등 당시 크리스 보닝턴이 보기 좋게 추락하여 한방 먹은 오버행 피치를 넘어가는 최석문.
익스트림라이더 매킨리 어퍼립 루트 시도…북미   

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 출신의 원대식 대장과 동문 4명으로 이루어진 매킨리 원정대(주니어실버 원정대)는 5월에 웨스트립의 변형인 어퍼립 루트에 도전했지만 C5에 진출하는 데 그쳤다. 또한 같은 학교의 강사팀은 등산학교 교육자료 제작을 위해 조우령 외 강사 6명이 등반팀과 촬영팀으로 나누어 요세미티의 엘캐피탄에 있는 오로라 루트를 등반했다.
알래스카 지역에서는 올해 몇몇 괄목할 만한 등반이 시도됐다. 동계등반 전문가인 일본의 마사토시 쿠리아키는 3월에 포레이커(5,303m) 동계 단독 등정에 성공했으며, 미국의 제드 브라운과 콜린 헤일리 역시 3월에 헌팅턴(3,730m) 동계 초등에 성공했다. 영국의 존 브레이시와 앤디 하우스만은 헌터(4,440m) 북측 버트레스에 있는 프렌치 루트를 재등하는 데 성공했다. 이 루트는 혼합등반 구간이며, 1984년 프랑스팀에 의해 초등된 이후 등정 팀이 없었다.
영국의 가레스 휴즈와 비비안 스코트는 댄비어드(3,127m) 동벽 초등에 성공했다. 영국의 사이먼 히친스와 필 제프리, 마이크 터너는 4월 키차트나스파이어(2,905m)에 신 루트를 개척했다. 캐나다의 스테판 페론은 5월 요세미티 엘캐피탄의 프리라이더(37피치·5.12d) 루트를 6일만에 단독으로 자유등반으로 오르는 데 성공했다.
위와 같이 정리하고 보니 점점 익숙치않은 산 이름들이 종종 등장함을 볼 수 있다. 등반가들의 로망은 아무래도 '오버 더 마운틴(over the mountain)'에 있는 것 같다. 저 산 너머에 무엇이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탐험심이 등반정신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산이란 높낮이로 구별되는 수직의 세계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산을 찾아내서 올라가고야 마는 인간의 의지가 개입되어야 비로소 그 존재의 이유가 성립되는 것이다. 다양한 상황과 조건에서 성실하게 등반을 진행하고 상상력을 발휘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 글 / 호경필 한국산서회 회원 / 월간 산 [458호] 20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