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의 발자취

-* [히말라야 파노라마] 쿰부히말 *-

paxlee 2007. 12. 8. 20:13
 
                            [조진수의 히말라야 파노라마] 쿰부히말
 
                               티벳과 네팔의 교역통로 낭파라
▲ 낭파라 전, 해발 4,700m 지점에서 만난 야크 무리. 중국으로 물품을 가지러 넘어가는 티벳 상인의 행렬이다. 여기서 낭파라까지는 이틀 더 걸어야 한다.

이번 호엔 2006년 12월에 촬영한 쿰부히말 지역 풍경을 소개한다. 마칼루 지역으로 갔다가 쿰부로 이동, 루클라~남체바자르~타메~낭파라에 이르는 루트로 올라갔다가 되내려왔다. 모두 36일 일정이었고, 이중 쿰부지역에서 15일 정도 지냈다.


쿰부는 97년 이후 두번째 방문이다. 거의 10년만에야 이 지역 명산들과 재회한 셈이다. 그간 쿰부지역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특히 새로이 짓거나 크게 개축한 곰파(사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중 타모 곰파는 대형으로 신축, 완공 단계에 있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가 있는 지역이라 오가는 트레커나 신도들이 유난히 많은 지역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타모 곰파는 여승들의 사원으로서, 이곳엔 수십 명 정도가 지내고 있다. 네팔에서 여승들만의 곰파는 매우 드물다.


나는 루클라까지 비행기로 들어가서 촬영 트레킹을 시작했다. 늘 고용하는 셰르파와 포터 4명을 데리고 루클라로 간 다음 거기서 포터 4명 더 고용했다. 그러나 인원이 너무 적었다. 내가 원하는 촬영포인트에서 텐트 설치나 취사 등이 신속하게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일부 포터가 말도 듣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고쿄까지 가려던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타메 마을에서는 새로 개설된 솜두르(Somdur) 피크 루트를 따라 4,800m 정상까지 올라가서 촬영하는 행운을 맛보았다. 여기서 보는 에베레스트쪽 파노라마가 멋졌다. 다만 에베레스트는 전위봉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낭파라는 티벳과 네팔의 오랜 교역통로다. 해발 5,800m나 되는 높은 고개라서 길이 험하고 모든 물품 운반은 야크를 이용한다. 대개 10마리에서 30마리 정도가 무리로 이동한다. 중국에서 오는 것들은 일반 공산품을 비롯해 곡물, 유리, 공예품, 건축자재까지 다양하다. 남체바자르에는 중국상품 상설시장이 있을 정도다.


중국에서 야크로 날라온 물품들은 해발 3,800m 지점의 타메에서 소에게로 옮겨진다. 그 이유는 잘 모르지만 야크가 낮은 곳에서는 힘을 못 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낭파라 방면 해발 4,600m 지점까지는 티하우스가 있었으나 그 이후로 민가는 전혀 없었고 눈이 두터웠다. 우리는 해발 5,000m 지점의 석조 대피소에서 이틀을 보냈다. 이곳 무인대피소 안에는 야크 새끼들의 사체도 있었다.


대피소 이후부터는 빙하지대였다. 얼음과 돌뿐인 빙하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오르는 일은 힘들었다. 식수를 구할 수 없었고, 강풍과 눈보라가 그치지 않았다. 텐트가 날아갈 정도의 강한 바람에 결국 우리는 5,400m 지점에서 되돌아서야 했다. 그 날은 야크몰이꾼들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감각적으로 일기를 알아채는 것 같았고,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길을 나섰다가 혼쭐이 났던 것이다.


낭파라 올라가다가 늑대를 보기도 했다. 한 마리가 캥캥거리고 울면서 계속 따라오기에 이상하다 했는데, 알고 보니 상인이 늑대가 잡은 산양을 야크에 싣고 내려오니까 그걸 돌려달라며 줄곧 따라왔던 것이다. 늑대는 결국 포기하고 사라졌다.


▲ 낭파라 직전 5,400m 지점에서 서쪽으로 본 랑둥히말 능선. 기슭으로 멜룽 빙하가 흐르고 있다.
▲ 해질녘에 본 타메 곰파와 탐세르쿠. 오른쪽 저 멀리 운해 속에 솟은 봉이 탐세르쿠다.
▲ 타메에서 본 여명의 탐세르쿠. 산 전체가 붉은 화염에 휩싸인 듯하다(250mm 파노라마 망원렌즈로 촬영).
▲ 해발 5,000m 지점에서 빙하 건너로 본 추푸(Chhuphu). 빙하 왼쪽 아래가 타메 마을이다.

▲ 오후의 남체바자르 마을과 탐세르쿠. 남체바자르 서쪽 곰파에서 바라보았다. 마을 건물들 대부분은 여행자 숙소로 쓰이는 로지(lodge)다.
▲ 늦은 오후, 강열한 햇살을 받고 있는 탐세르쿠. 쿤데피크에서 촬영했다.
/ 글 / 조진수 // 월간 산 [457호] 2007.11월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