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2008년 새해 새 아침 해돋이 산행은 삼각산에서 *-

paxlee 2008. 1. 2. 12:13

 

         2008년 새해 새 아침 해돋이 산행은 삼각산에서

 

 

무자년 새해 새 아침 해돋이 산행은 올해도 삼각산 백운대로 정했다. 아마 3년째 삼각산을 가는 것 같다. 몇 해는 무박으로 멀리 명산을 찾아 가기도 하였는데, 힘들게 어둠을 뚫고 정상에 올라가서도 날씨가 안 좋아 기대하였던 멋진 일출을 못 보는 경우도 있었고, 너무 많은 해돋이 인파에 파 묻혀 제 때에 오르지 못해 오르는 중턱에서 해를 맞이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3년 전부터는 집에서 가까운 산 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등산객이 즐겨 찾는 산, 서울의 진산 삼각산으로 새해 해돋이 산행을 하고 있다.

  

 

어제 밤 2007년도 보신각 제야의 종소리를 TV를 통해 들으며, 정해년의 일상사 중에서 버리고 싶은 것, 잊고 싶은 것들을 모조리 그 종소리에 실어 날려버리고, 내일 아침 새해 해돋이 산행을 가기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려니 밖의 기온은 얼마나 추울가 그것이 먼저 걱정이 되었다. TV를 틀어보니 자막으로 서울의 기온이 -5.6도라고 하는데, 체감온도는 영하 10란다. 집을 나서면서 시계를 보니 05:20분이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버스가 빨리 오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우이동 종점에 내리니 05:55분이다.

 

 

우이동에서 만나기로 한 산행친구에게 전화를 하였드니, 몸 컨디션이 안 좋아 컴에 못 간다는 글을 올려 놓았단다. 그 글을 보지 않고 와 이렇게 이른 시간에 곤히 자는 잠을 깨웠으니, 새해 첫날부터 미안한 마음이 어둠처럼 밀러 왔다. 혼자서 어둠을 헤치며 산행 걸음을 옮겨놓기 시작하였다. 옛날 고향산천 앞에서 우측으로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로 올라갔다. 하늘에는 하현달(음력으로 11월23일)이 하늘 높이 떠 있어서 길은 찾아갈 수 있을 정도였다. 조금 발걸음을 빨리 옮겨 앞서가는 팀의 렌턴 불빛을 따라갔다.

 

 

 

도선사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하루재 갈딱고개 길에도 등산객이 지난해의 반도 안 되는 것 같다. 아마도 날씨 탓인 것 같다. 찬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라고 하였으니, 해돋이 산행객이 이렇게 줄어서 산행하기에는 걸음이 편했다. 하루재에서 조금 쉬어가려고 땀을 흘리며 올라왔는데, 추운 날씨 탓인지 모두들 쉬지 않고 올라간다. 잠 간 서서 더운 물을 한잔 마시려고 서 있으니, 찬 바람이 전신을 흔들어 놓는다. 일부는 힘든 백운대를 포기하고 가까운 영봉으로 오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급히 따라 붙었다. 하루재를 내려가는 길은 넘어질 수도 있으므로 렌턴을 키고 갔다. 백운산장 계곡길에 이르는 음지여서 눈도 조금 쌓여있고, 길은 빙판이었다. 바위와 얼음으로 된 길을 걷는데 많은 주의를 요구 하였다. 땀을 흘리며 중간쯤 오르니 길은 훤하게 여명이 밝아오고 있어 렌턴이 필요치 않았다. 백운산장에도 실내에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밖에는 텅 비어 있어서 그냥 위문을 향해 계속 걸었다. 여기도 빙판길은 여전 하였다. 쉬지 않고 온 몸에 땀을 흘리며 위문에 도착하니, 07:30분이다.

 

 

위문에서 07시에 만나기로 한 산행친구에게 전화를 하려고 전화기를 여니, 공교롭게도 밧데리가 없다는 신호음을 내고는 스르르 꺼진다. 새해 첫 날부터 무엇이 잘 안되는 것 같아 마음이 찜찜하다. 그래도 백운대를 오르르고 나무계단에 이르니, 올라가지 않고 이곳에서 일출을 보겠다는 사람들이 길 좌우에 진을 치고 있어 오르기가 힘들고 더디게 만들었다. 서 있을 곳이 마땅하지 않으니 아에 길을 막고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끄러운 암벽 길에 설치되어 있는 난간 쇠줄을 잡고 오를 것도 여간 고역이 아니다.

 

 

힘들게 좁은 길을 비집고 백운대를 오르는 90도의 암벽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사람들이 해가 솟는 다고 소리친다. 뒤 돌아보니 구름 속에서 해의 모습이 조금 보이기 시작 하였다. 하는 수 없이 나도 길에서 자리를 잡고 서서 카메라를 꺼내 장갑을 벗고 삿타를 누르기 시작하니 손이 꽁꽁어는 것 같은 통증이 밀려와 하는 수 없이 다시 장갑을 끼고 장엄하게 솟아 오르는 새해 새 아침 일출광경을 찍었다. 해가 솟아 오르고 여명기를 벗어나 붉은 태양 빛이 온 누리에 비치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하산을 시작하였다.

 

      - 삼각산에 새해 일출맞이 산행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 

 

여기까지 왔으니 정상까지 올라가 보려고 올려다 보니 모두가 하산하는 사람들이므로 그 많은 사람들이 하산하는데, 방해만 될 것 같아 나도 그냥 그들 속에 휩싸여 내려가기로 하였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하산을 함께 하다 보니 날씨는 추운데, 지체가 되어 발을 옮겨놓을 수가 없다. 발은 계속 움직이니까 괜 찮은데, 손이 몹시 시러웠다. 지체를 하면서 위문에 이르니 대부분 올라온 길로 하산을 하고, 그 반은 위문을 넘어 산성매표소 쪽으로 하산을 한다. 나는 그 미끄러운 길을 지체하면서 내려가기가 싫어 만경대 허리 길을 돌아 갔다.

 

           - 도선사에는 소망을 비는 많은 등이 메달려 있다. -

 

이 길은 한가하였다. 이 길도 미끄럽고 힘들기는 같았다. 노적봉 안부를 지나니 미끄럽지는 않았다. 용암문에 도착할 때까지 산행 인파는 가끔 올라오는 등산객과 마주할 뿐이었다. 혼자서 산성길을 걷는 것도 힘이 나지 않아서 용암문을 지나 하산을 하기로 하였다. 이 길도 음지 길이어서 미끄러웠으나, 돌 계단이 잘 쌓여있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았다. 도선사에 들려 소원을 빌고 내려오니 타종소리가 계속 들려 그곳에 다가가니 시주 돈을 내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세 번의 타종을 치고 종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나갔다. 

                                      

경내는 가는 곳 마다 두 손 모아 빌고, 시주 돈을 내는 과정을 계속하면서, 절을 한 바퀴 돌고 도선사 달력을 하나씩 받아 돌아가는 것이 절에서 하는 신도들의 새해 소원을 비는 과정인 것 같았다. 도선사 길을 따라 하산 하는데, 오늘따라 왠 자동차가 그리도 많이 다니는지, 걷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불편하였다. 우이동에 내려와 버스에 오르니 10:20분이다. 추운 날씨에 어둠을 뚫고 삼각산에 올라 올해는 멋지게 떠오르는 새해 아침 일출을 보면서 밝은 한 해의 소망을 빌고, 새 해 첫 산행을 홀로 하였지만, 희망을 안고 떠오른 밝은 태양처럼 기분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