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의 발자취

-* 청계산 맨발 산행으로 말기 암 극복 이주선 씨 *-

paxlee 2008. 3. 20. 21:57
 
        [피플] 청계산 맨발 산행으로 말기 암 극복 이주선 씨
 
1년 반만에 완치 판정 받아…한겨울에 맨발 걷기 10km도
                     
 
       ‘98년 간에 3cm 크기의 암세포 덩어리 3개 발생. 8월에 3개 더 발생. 이듬해인 99년 2월 임파선을
       타고 폐로 암 전이. 백혈구 수치 1500 이하로 저하.’

병원서는 결국 “몇 달 안 남았다”며, 그만 집으로 돌아가시라고 했다. 국립의료원의 담당의사는 살아날 확률이 1만분의 1도 안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주선씨(57)는 “내가 그 만 명 중 한 명이 될라요”라면서 집으로 돌아왔고, 다음날부터 청계산 맨발산행을 시작했다. 그후 6년 동안 열심히 산행을 하였다. 지금까지 이주선씨는 살아 있으며, 암 세포 하나 없는 말짱한 몸이다.

이주선씨는 먼저 간경화를 앓았다. 6개월여 간경화 치료를 받고 퇴원한 97년 4월부터 청계산 산행을 시작했다. 너무 힘들어서 매일 조금씩 거리를 늘여 석 달 열흘만에 옥녀봉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그 후 다시 일터로 복귀해서도 매일 등산은 빠트리지 않은 그는 그러나 이듬해인 98년 2월 간경화가 아니라 암 발병 선고를 받았다.


“그래도 전혀 죽는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나는 산다, 내가 왜 죽어, 하면서 이제부터는 아예 맨발로 하자, 했습니다. 그게 99년 7월이에요. 암이 발병했을 때도 체력은 그런대로  괜찮아서 2시간 정도 산행한 다음 냉수욕하고 내려와서는 점심 먹고 또 옥녀봉까지 2시간 산행하고 했지요. 그렇게 한 1년 하다가 옥녀봉 지나 1시간 더 매봉까지 왕복했고, 돌아오는 길에는 하루 3시간씩 산에서 잠도 잤어요. 여름에는 물웅덩이 위 나무 사이에 그물 침대 쳐놓고 자고, 겨울엔 양지바른 데다 자리 깔고 군용 침낭 쓰고 잤지요. 그러니까 뭐, 낮에는 산에서 살다시피 한 거죠. 그런데 이게, 이 암 덩어리가 맨발 산행 하면서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 거라.”


옥녀봉 오름길 중간엔 밤나무밭이 있어 맨발로 갈라치면 가시가 박히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는 내가 이까짓 것 못 이겨서 병마를 어떻게 이기겠나 하면서 고통을 눌렀다. 그렇게 맨발로 하루 4~5시간 산길을 걷고 산에서 잠을 자고 기도도 한 뒤 내려오는 나날을 보냈다. 그런 생활을 1년6개월 남짓 한 뒤인 2001년 2월 검사에서 암세포가 보이지 않는다는 기적적인 결과가 나왔다.


“그래도 맨발 등산 계속했어요. 내 투병생활은 이제부터라는 마음가짐으로, 일부러 바닥이 울퉁불퉁한 나쁜 길 택해서 다녔어요.”


음식은 술 담배를 제외하고는 가리지 않았으며 약은 아무 것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기를 4년만에 그는 완전한 건강과 체력을 되찾았다. “내 노력도 노력이지만, 우리 중앙침례교회 성도들이 나를 위해 기도해준 덕도 크다”며 “이제는 날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것이 그분들에 대한 보답이라는 자세로 산다”고 그는 말한다. 또한 이주선씨는 “내 얘기 듣고, 치료 받아야 할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않는 그런 일이 생길까봐 걱정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는 오늘도 맨발 산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혹한풍이 몰아치던 1월20일 평창 횡계에서 열린 알몸마라톤대회에도 그는 반바지에 맨발로 10km를 뛰고 돌아왔다. 그는 한라산이며 속리산, 설악산 원행을 한 번씩 해보았으나 오가는 시간이 너무 아깝고 낯설어서, 어디로 가면 뭐가 있고 내가 쉴만한 자리가 어디인지 훤히 아는 집 뒤의 청계산만 오르내린다고 한다. 청계산은 그에게 안식처이자 기도처이며, 말기 암을 낫게 해준 기적의 병원이기도 한 셈이다.<局>

 
   - '월간 산' [460호] 20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