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미래를 읽는 기술 *-

paxlee 2008. 3. 22. 17:47

 

             미래를 읽는 기술

                       


■ 왜 지금 우리는 미래를 읽어야 하는가

 

예나 지금이나 미래를 제대로 읽어내는 지혜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고대 로마에는 ‘시빌의 신탁서(Sibyl's oracle)에 얽힌 전설이 전해져 온다. 폭군이었던 타르퀴니아왕이 통치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남루한 옷차림의 노파가 아홉 권의 책을 들고 왕을 찾아왔다.

 

무슨 내용의 책인지도 말하지 않은 채 엄청난 가격을 부르며 책을 살 것을 왕에게 권했다.타르퀴니아 왕은 면전에서 노파를 박대하고 쫓아냈다. 다음날 노파는 책 세권을 불태운 후 나머지 여섯 권을 똑같은 가격에 팔러 왔다. 도대체 무슨 책인가 궁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왕은 여전히 사기를 거절했다.

 

다시 노파는 세권을 마저 불사르고 남은 세권만 들고 찾아왔다. 물론 가격은 아홉 권의 가격 그대로였다. 이제야 이 책들이 범상치 않음을 깨달은 왕은 서둘러 아홉 권의 가격을 다 치루고 책을 사들였다. 노파는 전설속의 대예언자 시빌이었으며, 그녀가 판 책은 로마의 앞날을 세세하게 기록한 예언서였다.

 

로마인들은 시빌의 신탁서를 주피터 신전에 모셔놓고 국가의 중대사가 있을 때만 열어 보아 위기를 헤쳐 나가는 지혜를 얻었다고 한다. 로마 사람들은 타르퀴니아왕의 무지 때문에 불타 없어져버린 여섯 권의 책을 두고두고 아쉽게 여겼다.

 

하지만 남아 있는 책들을 소중히 여겨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탐구하는 마음은 이어져 로마의 천년 영광을 구가하는 기틀이 되었다고 한다. 미래를 제대로 읽는 능력이 조직의 성쇠를 결정적으로 좌우함은 오늘날도 마찬가지이다.

 

여기 두 기업 이야기가 있다. 휴대전화의 세계 최강 기업인 노키아는 1980년대만 해도 전망이 불투명한 펄프와 제지를 주 업종으로 삼았던 기업이다. 노키아의 CEO 올랄라는 기술 진보와 냉전 종식으로 세계가 뒤바뀔 것을 예견했다.

 

통신 산업에서 기회를 찾은 노키아는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반의 휴대전화 사업에 사운을 걸었다. 이제 노키아는 이동통신 시장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했다. 한편 사진 촬영업계에서 세계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코닥은 노키아와 반대의 길을 걸었다.

 

디지털 혁명으로 화학 필름이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진이 자신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음을 뒤늦게 인정했지만 여전히 영화 제작용 필름 생산에 주력하는 등 시장의 흐름에 거스르는 전략을 고수한 결과 매출과 수익은 점점 더 떨어져갔다.


어떻게 하면 노키아처럼 남보다 한발 앞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실행에 옮기는 미래의 지배자가 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코닥처럼 제 때 방향을 바꾸지 못해 도태되는 비참한 결과를 피해 나갈 수 있을까?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통찰과 혜안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서점마다 미래서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미 나와 있는 대부분의 미래 전망서들은 단순히 앞날은 이럴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위험스러운 가설’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낙관적인 장밋빛 비전이나 묵시록처럼 절망적인 상황과 같은 미래에 대한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독자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에릭 갈랜드가 쓴 『미래를 읽는 기술(Future Inc.)』은 기존의 책들이 속시원하게 보여주지 못한 미래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실천적 도구를 제시해 주고 있다.

 

이 책은 접근방식과 구성부터 다른 책과 다르다. 일반적인 미래 예측서들이 단순히 미래에 예견되는 트렌드를 열거하는 데 그치는 것과는 달리 먼저 미래를 읽을 수 있는 도구와 테크닉을 제시하고 이러한 기법을 통해 미래를 이끌 주요한 원동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순서를 따라 시스템적 사고와 트렌드 분석, 미래에 대한 판단 및 전략적 잠재효과 그리고 시나리오 구성에서 미래 알려주기에 이르기 까지 미래를 연구하는 기본 기법들을 익히고, 이러한 기법들이 미래 트렌드 파악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를 숙지한다면 체계적으로 앞날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얻게 될 것이다.


■ 미래는 생태계이다.

 

지식에 기반을 두지 않고 앞날을 예측하는 것은 진정한 예측이 아니라 단순한 추측이다. 오늘의 혼란을 내일의 기회로 바꾸는 힘도 추측이 아닌 예측에서 나온다. 저자는 미래 예측의 출발점으로 시스템적 사고를 강조한다. “모든 미래는 생태계와 같다...

 

첫 번째 단계는 미래를 시스템별, 활동별로 구분하고 해당 업체에 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변화의 원동력을 파악하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함에 있어서 흔히 빠지는 함정 중의 하나는 단편적인 사실의 조각들을 통해 미래의 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상호 연관된 시스템 가운데 정확하게 파악해야 미래의 윤곽을 제대로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경제 예측에서도 시스템적 사고의 중요성은 크게 부각된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경제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들의 비약적인 경제성장과 값싼 원유와 원자재 가격을 바탕으로 한 저물가 기조였다.

 

특히 세계의 공장이라고 하는 중국이 값싼 제품을 전 세계에 공급함에 따라 인플레이션은 과거의 일로 치부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저물가의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한 것은 중국 등 개도국의 경제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따라 유가 및 국제원자재 가격의 급상승이 초래되어 비용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최근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 재습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 전망에 있어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호작용의 연결 고리를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 준다고 하겠다.


저자는 시스템적 사고를 통해 미래 트렌드를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은 성공적인 트렌드 분석의 3단계로 첫째, 시스템 도표를, 그리고 둘째, 트렌드를 시각화하며, 셋째, 정보의 출처를 알아내야 함을 제시한다.

 

넘쳐나는 시스템의 구성 요소를 하나하나 고려하는 과정에서 자칫 길을 잃고 혼란에 빠질 수 있는데, 도표와 시각화를 강조하는 것은 이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고 체계적으로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함이라 이해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미래 분석에 유용한 정보를 획득하는 방법과 실제 정보원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 미래를 읽는 것은 추측이 아니라 예측이다.

 

시스템 도표를 그리고 이를 토대로 조사를 해나감으로써 미래의 다양한 트렌드를 발견한 후에는 예측, 즉 미래의 한 특정 시기에 일어날 일을 예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가 우리 자산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야한다.

 

저자는 가능한 최고의 전문가들로부터 예측을 얻도록 해야 함을 조언한다. 구체적으로는 전문가들로부터 얻은 예측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목록화하고 정리함으로써 한눈에 미래를 파악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가능한 한 최고의 트렌드를 수집하고 권위 있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통해 미래 조사를 수행한 이후 다음 단계는 미래의‘전략적 잠재효과’를 파악하는 것으로 넘어간다.

 

다시 말해 트렌드와 예측이 탐구하고자 하는 분야의 미래 변화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물론 잠재효과의 의미를 이해하고 어떤 것이 진짜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늘 쉽지 않다. 때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을 미래의 잠재효과로 단정 짓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래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경쟁이 더 치열해 질것이라는지, 미래에는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효율화가 핵심이라든지 하는 것은 진부해서 흥미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용성도 없다. 저자는 내일의 경쟁이 더 치열해 질것이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치열해질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며 전략적 잠재효과는 그러한 ‘왜’에 대한 답을 내리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함을 강조한다.

 

진정한 잠재효과를 가려내기 위한 도구로서 미래 수레바퀴가 있다. 이 도구는 변화, 동력, 트렌드, 기술이 서로 연결되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의 미래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주는 시각적인 수레바퀴형 도표이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도표가 유용한 이유는 모든 변화마다 내재된 잠재효과를 층층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동차가 대량 생산되며 변화되는 잠재효과로 가족관의 유대관계가 약해지고 운동이 부족한 생활방식으로 바뀌면서 복부비만이 늘어나고 청소년에게도 전례가 없다 사생활 보장이 가능해졌음을 이 미래 수레바퀴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 시스템적 사고, 트렌드 수집, 전문가 예측평가와 잠재효과의 분석을 터득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진정한 미래의 모습을 보여줄 시나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미래를 읽는 기술뿐만 아니라 파악된 미래상을 다른 사람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해 주는 방법까지도 일러주고 있다. 추상적인 설명보다는 ‘2010년이 되면 업계 내의 경쟁자 수가 세배로 늘어 가장 큰 경쟁업체와 생존을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는 식으로 시나리오를 설명해 주는 것이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보다 각성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트렌드는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추상적인 이야기지만 시나리오는 생동감있게 전달되는 형상화된 이미지이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여러 효과적인 시나리오 구성 방법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충격/확률 매트릭스이다.

 

이 매트릭스는 네 가지 잠재 시나리오를 두고 각각의 잠재적 충격과 발생확률을 비교하게 된다. 시나리오가 두개이면 이분법적 태도를 초래하고, 세 개는 그릇되게 중간을 택하게 하는 경향이 있으며 다섯 개 이상은 혼란만 일으키지만 네 개라면 중간이라는 선택 안이 없어 폭넓은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는 지적은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 미래분석은 혼란의 해독제, 오늘의 혼란을 내일의 기회로 만든다.

 

저자는 앞서 언급한 단계들을 충실히 따라간다면 독자들은 “미래의 승자로서 수백 개의 세계 정상급 조직들이 입증한 방식으로 무장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도구를 가진 조직 내의 유일한 인물”이 될 것임을 보증한다. 저자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다 믿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트렌드를 따라가고 해석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시스템적 사고를 통해 미래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더욱 넓어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최고 경영자나 조직의 지도자가 아닌 평범한 독자들도 장막으로 뒤덮인 혼란스러운 미래의 의미를 깨쳐나가는 희열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두 번째 파트는 앞부분의 분석 도구를 활용하여 저자가 파악한 미래 동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령화, 정보기술, 의료, 생명기술, 에너지, 나노기술, 매체와 통신, 자연환경과 생태계 유지 분야에서 미래가 어떻게 창조되며 그러한 미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고령화가 진전이 되면 나이 든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지, 의료분야에서는 ‘아픔을 치유하는 것’에서 ‘건강을 홍보하는 것’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등 내용 자체도 신선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로 바로 활용할 가치가 있을 만큼 시사점도 충분하다.


오늘의 혼란은 내일의 기회가 된다. 내일의 기회를 만들어 가는 힘은 미래를 읽는 능력에 달려 있다. 미래를 바로 읽는 능력은 저절로 터득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체계적인 훈련과 끊임없는 사고, 그리고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지적 호기심과 열정에서 나온다.

 

비록 이 책이 제시하는 미래상에 대해 전적으로 수긍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를 바로 읽을 수 있는 도구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 책만 제대로 읽어 낸다면 ‘시빌의 신탁서’를 한 눈에 알아채지 못했던 타르퀴니아왕의 어리석음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 같다.

 

- 리  뷰 : 전영재 수석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 -
- 저 자  : 에릭 갈랜드 / 발행일 2008 / 318P / 가 격  ₩ 13,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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