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트렌드 인 비즈니스(Trend in Business) *-

paxlee 2008. 4. 19. 22:51

 

                   트렌드 인 비즈니스(Trend in Business)

 

■ 결혼식 vs. 이혼식

동서양을 막론하고 결혼식은 그 사안의 중요성으로 말미암아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혼식은 어떠할까? 조금 뜬금없지만 그러나 실제로 이혼식을 거행해주는 곳이 있다. 영국 버밍엄의 가정법원 복지사인 셀라 데이비스는 헤어진 커플을 대상으로 이혼식을 진행하고 있다. “잘 가세요. 그간 고마웠어요. 새로운 삶에 행운이 깃들길 빌어요. 부부의 연은 끝났지만 우리 아이의 부모로써의 연은 지속될 거에요.”

 

이러한 작별인사를 통해 이혼이 하나의 연을 맺고 끝는 의식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혼을 숨겨야 할 치부가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이렇게 ‘결혼생활의 실패’가 아닌 ‘새로운 출발’로 이혼을 받아들이는 인식의 변화가 있다면 ‘이혼식’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능케 하지 않을까? 이혼식은 이 책에 소개된 사례 중 하나이다. 이 책은 이혼식만큼이나 엉뚱하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유쾌하다.

 

영국과 미국, 호주 등에 기반을 두고 전세계 이노베이터들의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있는 트랜드 서치 집단 ‘글로벌 아이디어 뱅크’가 전세계에서 수집된 참신한 아이디어 중 156개를 선정하여 정리했다. 이 책의 포커스는 기업에만 있지 않다. 기업의 신사업 모델뿐 아니라 정부의 톡톡 튀는 정책, 다양한 사회적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기업들과 정부는 거대한 트렌드나 담론 속에서 새로운 정책이나 사업기회를 모색하지만 늘 그 사이의 커다란 간극 속에서 해 매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그 간극 속에 징검다리를 하나 놓아주는 책이다. 거대한 트렌드 속에 톡톡 튀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담아 내면서 활용의 가능성을 높여 주었다. 무엇보다 실용적이며 잘 읽힌다. 저자는 7개의 거대 트렌드를 제시하며 사례들을 정리했다.


■ 7개의 트렌드, 그리고 아이디어

① 발상을 낯설게 하라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변화에 익숙하다. 웬만큼 새롭지 않으면 놀라지도 않는 사람들에겐, 새롭고 낯선 생각만이 일단 가시권에 들어온다. 고객의 첫 시야를 점유하라. 발상을 낯설게 하라는 첫 번째 트렌드는 따로 트렌드로 언급하기 보다는 사실 책 전반에 걸쳐 있는 흐름이다. ‘극장은 조용해야 한다.’는 불문율을 깨고 아기를 돌봐야 하지만 극장은 가고 싶은 젊은 맘을 위해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허용된 극장을 만든 ‘릴 맘스 프로젝트’,

 

우주여행이 일상화되는 시대를 미리 대비해 미리 달의 토지를 판매하는 ‘루나 리퍼블릭’, 임금인상을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지만 자신의 임금인상안과 그 근거를 사내에 게시하여 동료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머니메이트 시스템’, 자동차는 누구나 살 수 있다는 전제를 타파하고 자동차 수와 도로건설 진척 수에 근거하여 얼마나 자동차를 더 수용할 수 있는지를 계산 한 다음 자동차 구매허가증을 발급하는 ‘자동차구매허가제’ 등에서 우리는 새로운 발상을 경험할 수 있다.

 

② 밀려오는 물결을 타라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싫든 좋든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 뿐’일 것이다. 영원한 것이 없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그러므로 안주는 곧 도태를 의미하는 세상에서 당신은 변화에 올라탈 것인가, 아니면 낙오될 것인가? 피할 수 없다면, 그 누구보다 먼저 올라타 변화를 선도하라는 것이 저자의 메시지이다. 대학이 길러낸 인재를 활용해 본 기업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처럼 대학교육과 기업의 니즈와의 간격은 기업이 요구하는 직능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기업이 탄생할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미국의 칼슨사의 대표적인 인재확보 정책인 직장 내 헤드헌터제도. 즉 내가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를 내가 직접 뽑음으로써 양질의 인력확보와 더불어 활용의 안정성을 꾀하는 제도는 기업들이 단순하지만 기업들이 한번쯤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는 인사제도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시대,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과 역량을 가진 일반인들을 과학연구에 참여시키는 ‘국립발견센터’는 대중과 유리된 연구를 하는 일부 연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다.

 

③ 자유를 팔아라
물질만능시대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부를 쌓기 위해 일과 자유를 맞바꾸어야 했다.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고, 원했던 모든 것들이 앞에 있는데, 우리는 공허하다. 저자는 그 본원적 결핍의 원인으로 ‘자유에 대한 갈망’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한다. 늘 허기지지만. 스스로 채우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결핍을 비즈니스에 활용하라고 말한다.


원하지 않는 일 속으로 매일 아침 발길을 옮겨야 하는 고단한 직장인들이 많다. 직장인이 진정한 자유를 얻는 방법은 자신의 욕망이 이끄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일 게다. 그러나 현재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를 찾기는 어렵다.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일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미국 오리건 주의 한 여행상품 ‘보케이션 베케이션(Vacoation Vacation)’은 꿈의 직업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도시를 떠날 수 없다면, 도시에 자연을 불러오는 것도 방법이다. 집에 정원을 가꾸는 ‘홈 가드닝 프로젝트’는 자연과의 교감을 쌓을 수 있는 선물을 제공한다. 늘 홍수피해로 걱정하는 네덜란드의 마즈보멜시는 두라베브메르사와 함께 ‘플로팅 하우스(Floating House)’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강한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고정되어 있어 홍수가 났을 땐 집이 뜨게 되고 물이 빠져나가면 제자리를 찾고, 홍수 물을 오히려 재활용할 수 있는 이 ‘수륙양용주택’은 네덜란드인의 홍수에 대한 두려움을 경감시켜준다.

 

④ 휴먼에 집중하라
일본의 아마에 정서를 아는가? ‘달다’는 일본어에서 나온 말로 어머니에게서 받는 사랑처럼자신을 따뜻하게 ‘케어(Care)’ 해주길 바라는 정서를 의미한다. 일본인의 친절과 친절서비스 및 상품도 이 아마에 정서와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이것을 굳이 일본인만의 정서라고 해석하긴 어렵다. 태초부터 이어져 오는 유일한 트렌드가 있다면 휴먼이다.

 

더구나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이 곳 저 곳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더욱 따뜻함에 굶주려 있다. 부모의 마음으로, 애인의 마음으로 자신을 돌봐주길 바라는 현대인의 그 마음에 주목하자. 가면 뒤에 켜켜이 먼지 쌓인 그 여린 속살을 찾아내어 어루만져 주자. 콜도라도 주의 교도소에는 제소자로 이루어진 소방대가 있다. 화재진압을 비롯한 소방 활동을 하면서 돈을 번다.

 

그러나 사실 그 경제적 효과보다는 과거 사람을 해했던 이들이 타인을 구해주면서 책임감과 희망을 얻게 되는 계도효과가 더욱 크다.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외로움, 불안함을 달래주는 감성적 영적 치료까지 ‘토털 케어’해주는 ‘플레인트리 병원’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갓 부모가 된 사람들에게 양육의 책임과 어려움을 알려주고 해결책을 일러주는 ‘멘토 부모’는 육아의 어려움과 두려움을 걷어내어 줄 수 있다.

 

⑤ 커뮤니티도 비즈니스다
실시간 통신이 가능해지면서 기존 지연, 학연이 아니라 새롭고 다양한 공통점을 중심으로 빠르게 이합집산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은 그 ‘이합’의 규모를 엄청나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정책과 비즈니스에 연결시켜보자. 최근 보이콧 운동의 반대말로 윤리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옹호하고 사용을 촉구하는 움직임,이른바 ‘프로콧 운동’이 불고 있다.

 

이는 소비자가 ‘합리적인 소비자’에서 ‘윤리적 소비자’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투명하고 깨끗한 기업에 대한 호의적 인식이 하나의 거대한 움직임으로 이루어진다면 이는 분명한 기회이자 위협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윤리적 소비자를 지향하는 프로콧 운동가들에게 접근하라고 이야기한다.


미국 시애틀의 한 도서관에서 ‘모든 시민이 똑 같은 책을 읽는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은 금방 미국 전역으로 번졌다. 이 덕분에 침체를 거듭했던 미국도서시장도 때 아닌 호황을 맞이했고 전 미국의 지적 레벨이 업그레이드되는 기회가 되었다. 그 밖에 맥도날드의 ‘패스트푸드’에 맞서 이태리에서 시작된 ‘슬로우푸드 운동’에서 우리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⑥ 환경과 손잡아라
물을 사서 먹어야 하더니 이젠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환경에 대한 중요성은 이제 누구나 안다. 환경은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도 된다. 2005년 GE는 전사경영방침으로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을 천명했다. 이제는 환경을 이용해서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Green is Green’ 즉, 환경이 돈(녹색지폐)가 되는 시대. 굳이 GE사례와 같이 크게 시작하지 않더라도 조그마한 아이디어지만 흥미로운 사례들이 많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면서 사람들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 운동에너지를 저장하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바로 자체동력 헬스클럽이다. 생산된 전기는 기금으로 적립해서 좋은 곳에 쓰일 수 있다. 물론 절감된 비용은 요금혜택으로도 돌아간다. 못 쓰는 핸드폰은 호신용 경보기로 다시 재탄생할 수 있다.

 

원터치 버튼만 클릭하면 바로 긴급구호단체로 연결되는 경보기는 범죄와 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노약자와 장애인에게 배포된다. 최근 문제아 취급을 받고 있는 엄청난 수의 폐휴대전화를 활용하면 돈이 된다. 우리가 무심코 소모하는 무언가에 주의를 집중해보자. ‘당연히 소모되어야 하는 것’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면 그 곳에 기회가 있다. 그러므로 ‘리사이클링’은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⑦ 개인을 모니터링하라
모든 개인은 기업의 고객이다. 그들의 가치관, 관심사, 라이프스타일..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말고 예의주시 해야 한다. 사람들의 작은 생각의 변화도 거대한 하나의 물결을 이루기 쉬우며 그러므로 기업이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이다. 협상도, 보고서 작성도 아이들에게 배우자. 그들은 어떤 사안이든 간단명료하게 정리한다. 어렵고 복잡한 것 보다는 심플한 것이 통한다.

 

그런 것을 아이들에게 배우는 ‘스마트차일드’는 재미있는 발상이다. 즉, 장애인들도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셜 디자인이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사용편의성과 심플함은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데 중요한 가치이다. 걷기 좋은 환경은 당연히 살기도 좋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보행지수’는 지역의 환경이 걷기에 적합한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보행지수가 높은 지역은 거주지로 적당하다. 새로운 환경측정지수로써 보행지수는 참 귀여운 아이디어다. 또한, 나보다 우리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는 사람들, 삶의 기준을 성공이 아닌 행복에 두는 중년 은퇴족 출현에 주목하자.

 

■ 발상의 우연한 기회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통통 튀는 유쾌한 책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페이스 팝콘의 미래생활사전과 같은 느낌이다. 전세계에서 수집된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너무 가볍고 또 어떤 것은 우리나라에게 적용되기 어려운 부분도 눈에 띈다. 그래서 아이디어가 다소 거칠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책에 있는 사업아이템이 아니다. 그 속에 흐르는 트렌드를 캐취해 내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이혼식은 아직 사업화를 하기에는 무르익지 않은 단순한 생각에 불과하지만 기저에 깔려있는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그 가능성은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보케이션 베케이션을 통해 고단한 직장인들의 니즈를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가벼운 글이지만, 한 장 한 장 여유 있는 생각을 하면서 읽으면 좋을 책이다.

 

작은 아이디어 속의 트렌드를 살피고 적용의 가능성을 살펴보자. 행간을 읽다가 섬광같이 멋진 아이디어가 가슴 속에 무찔러 들어올지 모를 일이다. 거대한 트렌드 담론서를 들고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에 골몰하는 사람들, 신선한 발상을 원하는 직장인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리 뷰 / 정태수 삼성경제연구원(마케팅전략실)
저 자 / 글로벌 아이디어스 뱅크 / 발행일  2008 / 299P / ₩ 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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