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이야기

한국의 명품 소나무

paxlee 2008. 9. 13. 17:21
 
        [한국의 명품 소나무]낙동강 천년송
강변 높은 암벽 위 낙락장송 두 그루
▲ 벼락을 맞았으나 건재한 할배 소나무.
낙동강의 발원지 강원도 태백 황지에서 강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경북 봉화군과 울진군 경계를 이루는 낙동강 최상류 오지마을 전곡리가 있다. 이 울진군 서면 전곡리에 신송(神松) 두 그루가 천 년 세월을 지키고 있다.

보호수인 이 소나무들은 낙동강변 높은 암벽 위에 낙락장송이 되어 천년 풍상을 견디며 살아났다. 다정하게 마주보고 서 있는 ‘할배 소나무’와 ‘할매  소나무’다. 할배 소나무는 둘레 5m로 원래 키는 상당히 컸는데 벼락을 맞아 윗부분이 날아가 버렸고, 밑동에는 불이 붙어 새카맣게 탄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수십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고도 이렇듯 살아남았으니 그 생명력이 경이롭다. 아직도 기상이 대단한 소나무다.
아담하게 잘 생긴 할매 소나무는 둘레 5m, 키 15m에 몸집이 우람하다. 주름살이 깊이 파이고 ‘근육’이 울룩불룩하게 생겨 기가 넘치는 소나무다. 수령은 두 나무 다 천 년을 넘겼다. 낙동강의 암벽 위라는 악조건에서 이렇게 자라 노거송이 되었으니….
절벽 밑으로는 낙동강이 도도히 흐르고 있다. 강 건너에는 시골 기찻길이 있는데, 조그마한 기차가 장난감 같이 천천히 조는 듯 지나가는 풍경이 낭만적이다. 한 편의 동시(童詩)다.
▲ 수술 전, 천 년 세월의 풍상이 그대로 배어 있던 할매 소나무.
나는 작년에 최상의 조건에서 이 소나무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 두메산골에서 2주일을 보냈다. 나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곳에서 살면서 작업한다. 백두산 사진을 찍을 때도 한두 달씩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금년 1월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왔을 때 이 신송들을 다시 찾았다. 눈이 1m나 쌓여 차로는 접근이 불가능하여 2시간을 걸어 찾아갔다. 연인 만나러 가듯 가슴 설레며….
▲ 수술 후의 할매 소나무. 썩은 곳은 콘크리트로 메워버리고 죽은 가지는 전부 잘라냈다. 밑둥 둘레 5m, 키 15m의 거목이다.
할매 소나무는 모습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대수술을 받았다. 썩은 곳은 콘크리트로 메워버리고 죽은 가지는 전부 잘라내어 깨끗해졌으나 자연스러운 멋은 없어져 버렸다. 작년 가을 수술치료 전문가가 할매 소나무에 올라가 수술을 하다가 40m나 되는 낙동강 절벽에서 추락, 생을 마쳤다고 한다. 신령스러운 신송이 노했던가.
신목은 함부로 손을 대면 안 된다. 소나무가 늙으면 노송(老松)이 되고 오래 되면 고송(古松)이 되고, 초송(超松)에서 신송이 된다. 마을사람들이 보호하는 이런 신목을 해치면 화를 당한다. 문경 농암면의 반송(천연기념물)의 경우처럼 ‘해치면 죽는다’는 속설이 얽힌 신송도 있다.


찾아가는 길


경북 봉화와 현동 지나 울진으로 가다가 광비 정류소 근처 ‘광희1리ㆍ구암사’ 이정표에서 좌회전, 광희초등학교 앞을 지나면 ‘울진 쌍천리 배나무(천연기념물)’ 표지판이 선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해 ‘전곡리’이정표에서 5km쯤 내려가면 전곡리 마을회관을 지나서 언덕 위에 소나무가 보인다. 천년송 옆 주민 전화 054-782-2501.
[한국의 명품소나무] 솔고개 소나무
태백산 가는 단종 혼령 배웅했다는 노송

 

한국에는 뛰어난 기품의 노거송이 많다. 이들 노거송의 아름다움과 기상을 사진으로 담아내기 위해 지난 10여 년간 심혈을 기울여온 사진작가 장국현씨의 ‘한국의 명품 소나무’연재를 시작한다.
 작가는 ‘영감으로 극적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1년의 절반은 산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촬영에 임해왔다. 작가의 사진을 통해 천년 노거송들의 기운이 독자들께 여실히 전해지기를 바라며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 전체적인 수형 또한 아름다운 솔고개 소나무. 상상해서 그리기도 어려워 보일 만큼 작은 가지들의 굴곡미가 뛰어나다.

 

영월은 단종의 슬픈 역사를 품고 있는 곳이다. 영월 곳곳에 단종과 얽힌 유적들이 있으며, 솔고개 소나무와 청령포 소나무도 단종의 애환이 얽혀 있다. 영월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솔고개가 있다.
이 고개 위에 정이품송을 닮은 노송이 있어 지명조차도 솔고개가 되었다. 수라릿재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단종의 혼령이 태백산신령이 되고자 태백산으로 가던 중 이 고갯마루에서 쉬며 수랏상을 받았다고 해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 동리의 78세 된 양재창씨 말을 빌면, 과거 간혹 이 소나무에 무속인들이 금줄을 치고 치성을 드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 솔고개 소나무 줄기. 용이 용틀임하듯 힘차고도 아름답게 줄기가 휘었다.

 

태백산의 정기가 모여 있는 산자락에 위치한 이 노송은 어느 방향으로 보아도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갖추었다. 우선 이 나무에서 조금 떨어져 그림 같은 모습을 감상하고, 차츰 더 가까이 다가서 본다.
다음엔 모든 생각을 놓아버리고 좌선하여 편안하게 쳐다본다. 노송 바로 밑에 누워서 집중해 보기도 한다. 둥치에서 줄기로, 줄기에서 가지로 보면 푸른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 솔고개 소나무는 한때 무속인들이 치성을 드렸던 대상이기도 하다.

 

용비늘의 용송(龍松)과 하나가 되어 그 기상을 받아보라. 소나무의 맑은 기운이 우리 몸의 탁한 기운, 병 기운을 몰아내준다. 노송과 교감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비워져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한가로운 가운데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소나무 사진을 찍을 때면 흡사 나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위치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 녹전2리 95(송현동). 영월에서 태백 방향으로 28km 지점의 솔고개.
사진 / 설암 장국현
대구사진대전 초대작가, 정수국제사진대전 초대작가, 대구시교육청·대구MBC주최 개인전·사진집 발간 3회, 한국사진문화상 금복문화예술상 수상.

/사랑이여 유심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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