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야기

-* 부동산 황금법칙 *-

paxlee 2009. 1. 22. 21:40

                                부동산 황금법칙

 

경매, 땡처리, 대물(代物) 아파트, 싼 가격에 길게 보고 매입

 

부동산시장은 이제 ‘경제학 교과서’로 돌아갈 것이다. 이제 ‘ V’자형 급반등은 없다.

부동산시장에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집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던 버블7 지역을 중심으로 낙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2006년 4/4분기 대비 강남은 20~25% 정도, 경기 용인이나 분당은 30% 정도 하락했다. 이들 지역 아파트 값은 앞으로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나홀로 상승해왔던 서울 강북과 수도권 외곽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동산은 글로벌 주택가격 하락, 거시경제의 침체, 금융시장 불안, 거기에 지난 5~6년간 가격급등에 따른 후유증 등 온갖 외부 악재들이 시장을 워낙 짓누르는 까닭에 빠른 시기 안에 가격이 상승하리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따라서 2009년 부동산시장에 참가하려는 투자자는 ‘보수적’전략으로 임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의 인하, 재건축 규제완화 등 정부의 규제완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이런 규제완화 대책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걸면 안 된다. 지금은 정책변수에 의해서 가격이 오르거나 거래가 활성화되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실물경기와 금리와 같은 외부 변수가 가격결정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은데 경기는 쉬 살아나지 않고 금리는 올라갈 확률이 높다.

 

우리 부동산시장을 마라톤 경기에 비교해 보자면 지금은 한 게임을 마치고 쉬고 있는 양상으로 보면 된다.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다시 뛰기 위해 쉬고 있는 형국이다. 다시 뛰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국지적인 장세, 일시적인 반등 같은 것은 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체력이 급격하게, 시장 에너지가 저하된 상태이기 때문에 곧바로 반등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환금성과 안전성에 초점

 

부동산 가격은 언젠가 회복되겠지만 10년 전 IMF 관리체제 때처럼 V형의 회복은 힘든 구조다.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IMF 때만 하더라도 1990년 초반 200만호 건설 쇼크로 인해서 5~6년간 주택가격이 조정을 받았다. 주택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외생변수에 의해서도 쇼크를 받은 상황이었다. 그러다 실물경기가 회복되자 그간 저평가된 가격이 V자 형태로 급반등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때와 다르게 거의 꼭짓점에서 외부의 쇼크를 받았기 때문에 회복되더라도 완만한 형태가 될 것이다. 실물경기의 호전과 동행해 오른다기보다는 한참 후행해서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우리 부동산 가격은 저금리와 과잉이동성 때문에 실물경기와 괴리해서 너무 많이 올랐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도 어떻게 보면 경제학 교과서 시절로 돌아간다고 말할 수 있다.

 

회복되더라도 L자형과 U자형을 합친 형태의 완만한, 그것도 아주 지루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그것도 2009년에는 힘들고 2010년 이후에 가서야 완만한 회복세가 시작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불황기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시장지향적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지금과 같은 하락기의 장 때는 무리하게 재산을 불리기보다 자산의 가치를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추가 가격 하락에 대비해 보수적인 입장을 택해야 한다. 수익이 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방어적 투자전략이 바람직하다. 추가하락에 대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선 무조건 매입가격을 낮춰야 한다. 시세 대비, 분양가 대비 약 30~40%까지 싸게 나오는 미분양 땡처리 매물, 시행사의 대물 물건 같은 것들, 경매물건, 파격적으로 싼 급매물, 이 정도의 매물이 아니고선 선택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부동산 투자의 최대 키포인트는 매입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상가는 손을 안 대는 것이 좋다.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상가 가격 대비 임대수익률이 서울 강남도 보통은 3~5%, 아주 잘 나오는 데가 7% 정도밖에 안 된다. 거의 은행 이자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금융상품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 인터넷을 통한 소비패턴에도 유의해야 한다.

 

묻지마 투자 바람이 불었던 재개발·재건축은 원위치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모든 부동산 개발 행위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격이 오른다는 지가의 우상향 곡선을 전제로 하는데 지금은 지가가 계속 오른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이 부분도 보수적으로 임해야 한다.

 

부동산의 3대 법칙이 있는데 수익성, 안전성, 환금성 순으로 물건을 골라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불황기 때는 수익성보단 안전성과 환금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말하자면 안전하고 내가 망할 가능성이 없고 언제든지 되팔 수 있는 상품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아파트…

 

이런 불황 때 사람들이 자꾸 틈새시장 쪽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수요기반이 취약한 틈새시장 쪽은 설사 가격이 낮다고 하더라도 사지 않는 게 좋다. 어떻든 간에 메인 상품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말이다. 3년 가뭄이 들면 나무의 몸통은 살지만 곁가지는 죽기 때문이다. 부동산 교과서는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고 가르친다.

 

그만큼 부동산은 입지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문제는 지금 우리나라는 입지가 좋은 곳은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있다는 것이다. 흔히 부동산에는 3성의 법칙이 작용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계획이 발표될 때, 착공할 때, 완공될 때 3번 오른다는 것인데 지금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정보속도가 빨라져 완공되면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다.

 

따라서 착공될 때 올랐다고 완성될 때 또 오르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예를 들면 서울의 지하철 9호선 역세권 지역이 바로 그렇다. 환상을 빨리 버리는 것이 좋다. 버블 7과 같은 지역은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기수요, 투자수요가 개입됐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땐 많이 오르지만 내릴 때도 그만큼 많이 내린다. 산이 높으면 골도 그만큼 깊다.

 

그러면 입지도 좋은 물건을 어떻게 하면 매입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우선은 도심을 선택해야 한다. 여기에서 도심은 도시의 중심, 비즈니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하는 도시의 중심부를 가리킨다. 도시의 중심부가 불황에 강하고 앞으로도 고령사회, 그리고 인구 감소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공간이다. 버블이 걷힌 일본도 도쿄의 도심 중심부는 살아남았다.

 

둘째는 메인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메인상품은 아파트일 수밖에 없다.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아파트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수익성, 안전성, 환금성 3박자를 갖춘 부동산의 핵심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인상품이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역사는 곧 재테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파트는 우리나라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쏠림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셋째로 시골 땅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우리 시골은 개발 압력이 전혀 없어 부동산 가치가 없다. 땅값이 싸다고 해서 사면 개발이 되지 않는 결과가 온다. 자칫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 넷째로 상가는 가격이 비싸 공동으로 투자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평지의 1층 상가를 사야 한다. 상가는 근본적으로 임대소득을 보고 산다. 상가는 지금 공급이 과잉되다 보니 양극화가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평지 1층 상가는 지금도 모든 블루칩 부동산의 제1조건이다. 강남 압구정동이 비싼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경사진 곳은 상권 형성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구릉지대는 비가 오면 물이 흘러가고 고객도 흘러가고 돈도 흘러간다. 또 앞으론 고령사회가 도래할 텐데 나이 든 사람은 내리막과 오르막을 찾지 않는다.

 

박원갑(朴元甲)
스피드뱅크 부사장 겸 부동산연구소장. 16년간의 신문사 기자 생활의 절반가량을 부동산 전문기자로 활동했다. 2007년 11월 한국경제 TV가 제정한 ‘올해의 부동산 전문가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금융투자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과정 수료.

  마지막으로 전원주택은 실패한 주거공간으로 꼭 사야겠다면 극히 보수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지난 1990년에 소득 1만달러 시대가 오고, 마이카 붐이 불면서 장년, 노년층을 중심으로 대거 전원행(行)을 택했는데 대부분이 도심으로 되돌아왔다.

 

난방비, 방범, 이웃과의 커뮤니티, 자연재해, 의료 문제 등 취약한 부분이 너무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꼭 전원행을 택해야 한다면 도심의 아파트는 두고 전원주택에서 전세나 임대로 살아본 다음에 구입해도 된다.

 

  - 강연 : 박원갑│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소장 / 정리 : 최영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