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야기

-* 다보스가 한국에 던진 경고 *-

paxlee 2009. 2. 3. 13:02

◆ 다보스현장 세계석학 6人 한국에 고언 ◆ 

 

다보스가 한국에 던진 경고 "한국, 더 큰 충격 기다리고 있다" 
 
매일경제가 지난달 28일부터 2월 1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세계경제포럼이 열린 다보스 현지에서 인터뷰한 세계적인 석학과 경제전문가들은 잇달아 한국 경제에 대해 암울한 경고를 내놨다. 어두운 글로벌 경제전망을 쏟아내고 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한국 경제가 느끼는 글로벌 경기침체 충격이 10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덜한 것(milder)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충격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특히 루비니 교수는 감원 태풍에 따른 경제 충격파를 경고하고 나섰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 의회에서 통과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로치 회장은 "오바마 정부가 한ㆍ미 FTA 비준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있고 이것은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 경기침체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다." "특히 아시아지역은 내수기반이 취약한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한국 경제는 연구개발(R&D), 혁신, 글로벌라이제이션 부문의 경쟁력은 뛰어나지만 노사관계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 중국 등의 경기가 침체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내수확대를 통해 탈출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0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한국 원화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떨어진 것은 그만큼 한국경제 체질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
 
200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세계 경제는 V자형 반등보다는 L자형 장기 침체를 겪을 것"이라며 "반등하더라도 회복 속도와 강도는 우리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 부문을 정상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부실자산 처리와 관련해 펠프스 교수는 "미국 정부가 제안한 배드뱅크를 설립해 은행 부실자산들을 매입하는 것이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비해 훨씬 더 합리적"이라며 "금융회사 부실이 신속하게 정리돼야 경기 회복을 위한 첫걸음을 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 경착륙을 의미하는 차이나 리스크에 대해 펠프스 교수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원자바오 총리가 올해 8% 성장할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이는 다른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전망하는 것과는 많이 차이가 난다"고 꼬집었다. 한국 원화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평가절하되고 급등락이 심한 것은 한국 경제 체질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펠프스 교수는 "신용위기가 미국에서 초래됐고 지금까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유로화가 달러에 비해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는 유럽 고용시장이 매우 경직적이어서 해고가 쉽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로화처럼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한국 경제가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다보스 현장에서 매경과 인터뷰하면서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많은 글로벌 리더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세계 경제 전망이 한층 더 우울해졌다(gloomier)"고 솔직하게 밝혔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단기적으로 세계 경제가 턴어라운드하기는 힘들다"며 "전 세계적으로 경기 부양을 위해 많은 조치가 취해졌지만 어떤 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점들이 경제 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미국 정부가 거의 모든 금융회사에 공적자금을 집어 넣었다"며 "그러나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고 자금을 지원한 것은 잘못된 정책이며 정부 돈을 받은 금융회사들은 자신들 이익만 추구하고 거액의 보너스와 배당금을 지급하는 한편 다른 우량은행들을 사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발도상국가들은 미국의 잘못된 정책에 따른 희생양"이라며 "잘못을 한 곳은 미국이라는 점에서 미국 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회복 과정에서 중국 등 아시아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스티글리츠 교수는 "중국 경제 규모가 크지만 아직도 미국 경제에 비하면 미약하다"면서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전망한 것처럼 중국이 올해 8% 경제 성장에 성공한다면 경기 회복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로버트 로런스 하버드대 교수
 
세계 경제 회복 전망과 관련해 로버트 로런스 하버드대 교수는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도전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면 아시아 국가들에 숨통을 터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지만 이런 전망이 현실화할지는 불확실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중국은 아시아 경제 성장을 위한 핵심 열쇠라는 점은 사실"이라면서도 "중국이 성장을 지속하더라도 성장 내용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무역ㆍ수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내부지향적(inward looking)인 성장동력을 찾는 데 집중할 것이란 진단이다. 그는 "중국 경제가 내부지향적인 성장에 나선다면 아시아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큰 도움을 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보호무역주의적인 미국 성향을 지목했다. 실제로 오바마 정부는 경기부양 자금을 미국산 철강을 사용하는 프로젝트에 한정하는 "바이 아메리칸" 조항 법제화를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보호주의적인 미국 성향이 전 세계적으로 보호주의 바람을 확대해 세계 경제 회생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마이클 포터 교수 "내수 키워 위기 벗어나야"   
 
올해 세계경제포럼 최대 이슈는 단연 글로벌 경제 미래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얼마나 지속될지, 경제 회복 발목을 잡는 최대 장애물은 무엇인지, 회복된다면 어떤 지역이 가장 먼저 침체를 탈출할지, 그리고 위기 탈출 후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세션이 최고 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세션에 참석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7000만원에 달하는 회비ㆍ참가비를 내고도 자리 부족으로 서서 세션 내용을 경청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는 참석자들도 적지 않았다. 매일경제신문이 전 세계 언론에서 가장 많은 취재요청을 받았던 세계적 석학과 경제전문가 6명을 다보스 현장에서 직접 만나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경영의 구루 마이클 포터 교수도 예외없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전 세계적으로 얼마만큼 부실자산이 존재하는지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경제 전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포터 교수는 "부실 자산이라는 것이 얼마만큼 경제가 더 악화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 움직이는 표적처럼 불확실하다"며 "신용카드 사용액도 신용카드 소유자가 직업을 갖고 있으면 문제가 안 되지만 실직하면 곧바로 부실해진다"고 지적했다.

 

포터 교수는 "한국 미국 중국 등 경기 침체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아시아 지역은 내수가 빈약한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 등 선진경제 침체로 수출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내수 확대를 통해 경기 침체 충격파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포터 교수는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가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2%에 달하지만 아시아 지역은 평균 50% 정도"라며 "일본 국민은 많은 현금을 쥐고 있지만 소비는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포터 교수는 "저축을 많이 하는 문화를 쉽게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 수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 확대는 필수적"이라며 "아시아 근로자들은 임금은 높은 반면 삶의 질은 좋지 않다는 점에서 소비를 약간 늘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포터 교수는 새로운 국가 경쟁력보고서를 오는 10월에 발표할 예정이라며 한국 강점과 취약점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연구개발(R&D), 이노베이션, 글로벌라이제이션 등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노사관계가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수출에만 과도하게 의존하고 내수는 받쳐주지 않는 경제 불균형이 한국 등 아시아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로치 회장은 "한국의 가장 큰 무역파트너인 중국 경제가 지난해 말부터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지난해 12월 중국에 대한 한국 수출이 35%나 줄었다"며 "이는 한국 경제가 완전한 경기 침체에 빠졌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로치 회장은 "한국은 97~98년 외환위기 후 내수진작을 위해 신용카드를 대거 발급했다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자산 거품을 초래하는 실패를 한 차례 경험했지만 내수 진작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로치 회장은 "소비자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감세 외에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퇴직 후 삶을 영위하는 데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줘야만 자신감을 가지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로치 회장은 "출범한 지 2주가량 된 오바마 정부의 최우선 통상 이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라며 "오바마 정부가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펴지 않았으면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 루비니 교수 "한국도 곧 감원 도미노" 
   
2년 전 미국발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다보스포럼 현장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이다. 지난달 30일 다보스포럼이 열리는 콩그레스센터에서 만난 루비니 교수는 지난달 28일 다보스에 온 이후 세계 주요 언론사들과 모두 25차례 인터뷰를 했다고 밝혔다. 루비니 교수와 인터뷰하기 위해 인터뷰 장소로 이동하는 도중에도 전 세계 기자들이 끊임없이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루비니 교수는 글로벌 경제에 대해 가장 비관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경제전문가 중 한 명이다.

 

루비니 교수는 "전 세계가 동시에 경기 침체(global synchronized recession)에 빠진 적은 그동안 한 번도 없었다"며 "경기 회복을 주도할 지역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 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보스 현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불황(depression)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거나 일본이 겪었던 L자형 스태그네이션(장기간 저조한 경제 성장)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심지어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춘 미국 더블A와 트리플A 기업들도 앞으로 경기 침체가 얼마나 심각할지, 그리고 채무를 상환할 수 있을지 염려하고 있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암물한 전망을 내놨다. 루비니 교수는 "한국 경제가 느끼는 글로벌 경기 침체 충격이 10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덜한 것(milder)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충격이 시작된 것이 아니다"며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전 세계적인 감원 도미노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는 "한국 경제 근간인 수출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언제까지 직원해고를 늦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경기 침체에 감원 바람까지 겹치면 한국 경기 전망이 한층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다보스(스위스) = 매일경제 박재현 부국장 / 박봉권 기자 / 김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