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삶의글

-* 나무와 바위 이야기 (1) *-

paxlee 2010. 9. 21. 00:27

 

                                나무와 바위 이야기

 

나무와 바위는 산에 함께 사는 가족이다.  언제부터 어떻게 그곳에 살게 되었는지, 산의 역사기록이 없기에 알수는 없다. 그러나 나무는 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바위는 정상부위를 차지하고, 산의 능선이나 산의 경사를 이루는 낭떨어지를 이루고 있어, 나무는 바위에 감히 접근을 못하고 서로 일정한 거리에서 응시하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 많은 나무들 중에 그래도 소나무가 바위를 가장 가까이 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편이다. 소나무가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모습을 아주 가끔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왜 하필이면 좋은 흙을 나두고 바위의 그 좁은 틈에 뿌리를 내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지 알수가 없다. 바위는 바우대로 자기에게 뿌리를 내린 소나무를 보호하느라 힘들어 한다.

 

서로가 마주보면서 함께 살아가지만, 소나무는 늘 바위에게 말을 걸고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라지만, 바위는 보고도 못 본체 하는 것인지, 표정이 없다. 생긴데로 그냥 무뚝뚝하게 꿈적도 하지 않고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엇을 생각 하는지,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죽은듯이 다소곳이 자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옆에서 바라보는 소나무는 여간 답답해 하지 않는다. 

 

소나무는 나무 가지를 뻗어 바람의 힘을 빌려 손짖을 해 보기도 하고, 소리를 질러 보기도 하지만, 바위의 반응은 없다. 그러나 소나무와 바위는 같은 곳에서 마주하고 있다. 서로 같은 곳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주고 받으며 사이좋게 지내면 좋으련만, 서로의 의사표시가 다르고, 얼굴표정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그들은 대화가 없다.  

 

소나무는 하늘을 향해 키를 키우고, 바위는 산의 정상을 이루고 있다. 소나무가 아무리 키을 키워도 바위의 키를 넘지 못한다. 그래서 바위는 항상 위에서 아래에 있는 소나무를 내려다 보면서 밤 낮없이 사계절의 변화를 따라 나무의 등치를 굵게, 나무의 키를 높게 높게 쉬지않고 키우고 있으나, 바위는 소나무의 애잔한 노력을 가상하게 여기며 안타갑게 노려보곤 한다.

 

소나무는 사계절의 의미를 알고 봄이면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푸른잎을 무성하게 거느리고, 가을에는 낙엽을 떨어뜨려 바위에 길에 늘어놓는다. 겨울에는 바위는 늘 앙상하지만, 나무도 앙상하게 나목이 되어 겨울의 한파와 싸워야 하며, 힘들게 고단한 시절을 걲으며 흰 눈이 오는 날을 기다리는 지도 모른다. 눈이 바위에 쌓이면 바위는 포근하게 겨울잠에 빠진다.

 

요즈음은 사람들이 산을 많이 찾아온다. 나무를 보러 오는 것도 아니고, 바위를 보러 오는 것도 아니면서, 사람들은 산 짐승들처럼 무리를 지어 산을 오른다. 나무는 그냥 한 번 쳐다보고 부드럽고 고운 여성의 손으로 어루만저 주기도 하고, 남자들의 거친 손으로 잡고 지나간다. 그러나 높은 곳에 있는 바위는 우러러 보기도 하지만, 넓은 바위를 보면 그 토실토실한 응덩이로 바위를 누른다.

 

나무와 바위는 서로 같은 곳에 머물면서 서로가 마주보며 사이좋게 대화도 나누는 친구가 되면 좋을 텐데, 그들은 서로를 배려하는 것 보다 서로의 단점을 바라보는 것처럼 대화가 없다는 것이 서로를 힘들게 한다고 하소연한다. 큰 바위는 자기보다 작은 나무를 상대하기 싫은 표정이며, 나무는 가지를 손처럼 흔들기도 하지만, 바위는 그냥 몸뚱이 하나로 웅크리고 있으니 말이다.

 

산속에 나무와 바위는 가깝게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존재이면서도 그들은 대화를 나눌 줄 몰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들은 산을 이루는 한 가족이면서, 서로의 존재는 인식하면서 서로의 역할에 대한 의식은 문을 닫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바위는 바위대로 뭉처있고, 나무는 나무대로 모여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사이좋게 지낸다.

 

여름에 천둥번개가 치고 태풍이 불어 올 때는 서로가 의지하고 상부장조하지만, 그 위력앞에 맞서지는 못한다. 나무가 벼락을 맞아 찢어지고 꺾이기도 하지만, 바위는 그냥 바라 볼 뿐이다. 가끔 바위가 갈라져 떨어지다가 나무를 다치게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나무는 바위를 원망하는 일은 없다. 그들은 그 사고를 미필적 고의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해가 나오면 반가워하고, 구름이 하늘을 가린다고 원망하지 않는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껴 앉고, 비가 오면 비을 맞으며 지내고, 흰 눈이 내려도 그들은 그 흰 눈을 고스란히 그대로 받아 준다. 나무는 사계절의 연륜으로 성장을 하지만, 바위는 아무리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지나가도 세월의 나이를 의식하지 못 한다. 그게 나무와 바위가 다른 점이다.

 


Come Septem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