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다양한 문화

-* 설악산 동계 산악인 워크숍 [2] *-

paxlee 2011. 2. 23. 10:02

 

          제1회 동계 산악인 워크숍 [2]

 

          북벽 카란카 초등 이룩한 카주아키 아마노씨는
       명문 산악부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에 입학한 천생 클라이머이다.


▲ 토왕빙폭 하단 등반을 마치고 안치영씨와 기념촬영한 카자아키 아마노씨(오른쪽).

인도 히말라야의 난봉 카란카(6,931m) 북벽 등반(초등정)으로 2009 골든피켈상을 수상한 카주아키 아마노(天野和明·34)는 동경 6대 산악부 가운데 전통 있고 남성적 기질이 넘치는 산악부에 들어가기 위해 메이지대(明治大)에 입학했을 만큼 어린 시절부터 산을 흠모해 온 클라이머다.

후지산 기슭에서 자라면서 산에 대한 동경심으로 가득 찼으나 전문등반에 대한 정보도 없고 배울 기회도 없었던 그는 계획대로 법대에 진학했지만 공부보다는 산에 몰입했다. 단일 대학팀으로 히말라야 14개 고봉을 완등한 바 있는 메이지대 산악부는 세계적인 탐험가이자 산악인인 우에무라 나오미가 활동했던 동아리로 1년에 한 명씩 특기생으로 입학을 허용할 만큼 대학에서 산악부에 대한 위상이 높고 엄격하기로 이름나 있다.

아마노씨는 “특히 신입생들의 첫 산행 때에는 고전적인 장비를 만들어 사용하게 하고, 북알프스를 중심으로 한 험산에서 극지법에 준한 등반을 훈련케 한다”며 메이지대 산악부의 분위기를 알려주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대학 4년을 마친 아마노씨는 2001년 가셔브룸1봉(8,068m)과 2봉(8,035m)에서 첫 고산등반을 맛본 뒤 2002년 로체(8,516m), 2003년 안나푸르나1봉(8,091m) 남벽, 2006년 시샤팡마(8,027m)·초오유(8,201m)·아마다블람(6,812m)과 같은 고산을 오르며 고산등반에 대한 경험을 쌓고, 2005년 요세미티, 2007년 캐나다로키 등지에서 거벽등반 기술을 익힌 뒤 2008년 카란카 북벽에 도전했다.

 

▲ 아마노를 비롯 일본의 3인조 팀이 초등반에 성공한 카란카 북벽. 실선이 등반루트다.
아마노씨의 등반 경력

메이지대학 산악부
기리기리보이즈 멤버

2001 가셔브룸1·2봉 등정
2002 로체 등정
2003 안나푸르나1봉 남벽 등정
2005 요세미티 등반
2006 시샤팡마·초오유·아마다블람 등반
2007 캐나다로키 등반
2008 인도 카란카 등반
2009 파키스탄 스팬틱 등반
2010 매킨리 남벽·헌터 북벽 등반


2009년 황금피켈상 수상한 다니구치 케이
“카멧 남동벽 등반 후 더욱 강해지고 싶은 욕망 생겨”

▲ 1 토왕빙폭 등반을 준비중인 다니구치 케이. 2 2008년 여름 카멧 남동벽을 등반하는 다니구치 케이. 3 2010 골든피켈상 수상식에 참석한 일본 클라이머들.

제1회 동계 산악인 워크숍 참가자들은 일본의 여성 산악인 다니구치 케이(谷口けい·38)의 카멧 북동벽 등반보고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아쉽게도 토왕폭 등반사고로 셋째날 행사가 취소되는 바람에 당일 발표자인 다니구치와 얘기 나눌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카멧 남동벽 신 루트 등반으로 2009년 제17회 황금피켈상을 수상한 다니구치는 평범한 주부 같은 외모였다. 그러나 그녀와 등반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사이 황금피켈상이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행사 둘째날 토왕폭 하단을 오른 다니구치는 단신에 통통한 체형인데도 고드름 지대를 지날 때는 양다리를 쭉쭉 벌리는 등 세련되면서도 과감한 동작을 보여주었다.


스팬틱 북서벽과 카멧 남동벽에 신 루트 개척

다니구치 케이는 청소년 시절 부친과 함께 해온 하이킹을 통해 전문등반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막강한 산악부가 있는 메이지대학(明治大學)에 진학했으나 학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 산악부 활동을 할 수 없었고, 대신 산악자전거 타기를 통해 체력을 다져왔다.

메이지대 산악부 출신으로 세계적인 탐험가이자 산악인인 우에무라 나오미를 동경해 온 그녀가 전문등반에 입문한 것은 졸업 후 사회인 산악회에 입회한 이후였다. 혼자 암벽등반을 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라는 생각에서 들어간 산악회였다. 산악회는 입회 당시 매킨리 원정이 계획돼 있었고, 우에무라 나오미가 목숨을 잃은 매킨리에 대해 궁금해하던 다니구치로선 원정 동참 제의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2001년 매킨리 원정에 나선 다니구치는 리더격인 남자 선배 산악인이 고소증세로 등반을 제대로 못 하는 바람에 홀로 북미대륙 최고봉에 올라서야 했지만 행복했다. 세상은 넓고 갈 곳 또한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매킨리 등반이 이후 고산등반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다. 평소 추위에 약한 체질인 그녀는 원정에 앞서 동상 예방과 고산병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고, 등반을 통해 많은 것을 검증할 수 있었다. 홀로 정상을 오르다 만난 외국 클라이머들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다니구치는 노구치 켄의 청소등반대에 참가, 2002년과 2003년 이태에 걸쳐 에베레스트를 찾고, 2004년 파키스탄의 스팬틱(골든피크·7,027m)에 도전한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소규모 경량 원정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그녀는 당시 세 명이 출국했으나 한 명이 위궤양이 심해지는 바람이 둘이서 등반에 나서야 했다. 공동장비를 둘이서 똑같이 나눠 메야 하는 상황이었다. 침낭과 매트리스는 작은 것을 준비해 왔지만 짐을 좀더 줄이려면 개인 행동식을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 등반에서 그녀는 스팬틱 북서벽 신 루트 등정이라는 쾌거를 이룩한다.

2004년 스팬틱 등반에 이어 라일라피크 신 루트 등반에 성공하고, 2005년 무즈타그아타 동릉과 시블링 북벽 신 루트 등반 등 고난도 알파인 등반을 추구해 온 다니구치는 2006년 노구치 켄의 청소등반에 참가, 마나슬루(8,163m) 정상에 오르고, 2007년 초모랑마 청소등반에 참가한다. 그 등반에서 그녀는 다시는 대인원으로 구성되고 매스컴의 관심이 집중되는 등반은 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무엇보다 무산소로 정상에 오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으나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쓰는 주최 측의 의사에 따라 세컨드스텝(8,600~8,700m)을 넘어서면서 그녀는 의지를 꺾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나선 등반이 2009년 골든피켈상을 받게 된 카멧(7,756m) 남동벽 등반이었다. 카멧은 인도와 티베트 국경에 있는 가르왈히말라야 제2위 고봉으로 카주야 히라이데와 둘이서 9월 28일 등반을 시작해 8박 9일 만인 10월 5일 정상에 서고, 1박 2일 만에 하산을 마쳤다. 당시 총 등반길이 1,800m, 난이도 M5+ WI5+급의 신 루트인 사무라이 다이렉트 루트를 오르는 데 사용한 장비는 1.5kg 텐트 1동, 50m 로프 2동, 에얼리언 1조, 주마 1조, 스크루 5개, 하켄 5개가 전부였다.

다니구치는 “아무도 가지 않고 정보도 없는 곳을 찾다 보니 아메리칸 알파인저널에 사진이 실린 카멧을 등반하게 되었다”며 “3박 4일 일정이 6박 7일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물을 충분히 섭취해 큰 무리 없이 등반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니구치는 2005년 시블링 북벽 등반 당시 연료가 떨어져 눈과 얼음을 녹이지 못해 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했고, 그로 인해 동료 대원이 발에 동상이 걸려 결국 발가락 네 개를 잘라내야 하는 불상사를 겪은 경험했다. 때문에 카멧 등반 때 식량은 최소한으로 줄이더라도 물을 충분히 끓여 마실 수 있도록 가스를 다섯 통이나 준비했고 열하루 등반을 마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올 때에도 연료가 남아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고난도 알파인 등반을 추구할 터”

2009년 여름 파키스탄의 쿠냥치히시 서벽, 가을 시즌 가우리상카 동벽에도 도전한 바 있는 다니구치는 지난해에는 스키활강 도중 무릎 인대를 다치는 바람에 당분간 고난도 알파인 등반은 쉬어야 했다. 지난해 무릎 인대 수술을 받은 다니구치는 일본의 알파인 첨단 등반가들의 모임인 기리기리보이즈 멤버들이 2008년 사고를 당한 데날리 캐신리지를 올 봄 시즌 등반하고, 여름 시즌 여성 클라이머자 산악 기사 자유기고가인 혼다 마사미와 함께 페루 안데스의 설봉을 등반할 계획이다.

다니구치 케이는 “카멧 등반을 통해 나의 강점과 약점을 많이 발견했고, 더 강해지고 싶은 욕망이 더 생겨났다”며 “앞으로도 고난도 알파인 등반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다니구치 케이씨 등반 경력

기리기리보이즈 멤버


2001 매킨리 웨스트버트레스 등정
2002 에베레스트 클린 원정(ABC)
2003 에베레스트 클린 원정(사우스콜)
2004 파키스탄 골든피크(스팬틱)·라일라피크 신 루트 등정
2005 파키스탄 무즈타그아타 동릉·인도 시블링 북벽 등반
2006 마나슬루 클린 원정(등정)
2007 초모랑마 클린 원정(등정)
2008 카멧 남동벽 초등
         알래스카 그로스베너 등반
2009 쿠냥치히시 서벽·가우리상카 동벽 등반


- 글 한필석 '월간 산'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