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북한산의 잔설을 보면서 봄을 기다린다. *-

paxlee 2011. 3. 27. 23:39

 

 

               북한산의 잔설을 보면서 봄을 기다린다.

 

산행일시 / 2011, 03, 27. 일요일 09:00시.

모임장소 / 이북5도청입구 구기파출소앞.

산행회원 / 수기님, 가을님, 영심님, 청솔님, 하늘님, 하이트님, 아우게님, 미풍님, 뜸북이님, 소나무.

산행코스 / 이북5도청입구-북한산둘레길-탕춘대능선-향료봉-비봉-사모바위-승가봉-문수봉-

                대남문(중식)-대성문-영취사-정릉(뒤풀이)

 

                 

 

일요일 산행은 한 주일을 마감하는 행사이다. 그래서 한 주간의 스트레스를 털어버리려고 산행을 하는 것이다. 입산을 하게되면 생활속의 잡다한 번민과 욕망과 경쟁패턴에서 벗어날수 있다는 편안함이 산행을 고집하게 된다. 산행에는 산과의 만남이 있고, 산과의 대화, 자신과의 대화시간을 갖을수 있는 것이 산행의 즐거움이다. 산행은 같은 취미를 가진 동료들과의 함께하는 시간이기에 그들과 건전한 삶을 엮어가는 산 길에서 인생의 길을 바라보는 자세로 오름길과 내림길을 걸으며, 암벽을 오르는 수고의 대가로 구슬같은 땀을 흘리는 그 순간의 느낌은 고행의 길이지만 그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걷는다.

 

산을 찾아가는 마음은 벌써 봄을 기다리며, 기대를 하지만, 북한산의 잔설을 보는 마음은 아직 겨울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는 북한산에서는 봄의 느낌이 전해지지 않았다. 지난 겨울의 그 혹독한 여운이 아직까지 대지를 녹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해 보지만, 다음 주 부터는 4월의 봄 기운이 꽃소식을 전해줄 것이다. 3월은 겨울과 봄의 날씨가 다투듯이 오고가는 길목으로 조금 따뜻한 날이면 봄이 온듯하다가 조금 추워지면 꽃샘추위라며 우리는 그렇게 3월을 밀고 당기면서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춥고 매서운 겨울이라도 따스한 봄 볕에는 봄날 눈 녹듯이 겨울은 꼬리를 접을 것이다.

 

남쪽에는 벌써 꽃소식이 전파를 타고 전해오고 있으니, 북한산에도 봄은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언제쯤  어느날에 어떤 꽃을 먼저 화사하게 꽃을  피울 것 인지를 가늠하고 있을 것이다. 길고 긴 겨울의 혹한을 견디며 꽃 봉우리를 준비하고 있는 봄 꽃 나무들은 잎보다 먼저 꽃을 준비하는 자세는 생명의 존엄함을 보여주기 위함이며, 겨울의 그 삭막함을 보상이라도 하고싶은 심정으로 봄 꽃을 잉태하고 있을 것이다. 자연의 위대함이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계절의 변화를 리드해 가는 것을 우리는 눈으로 확인을 하면서 그 준엄한 법칙을 지켜오고 있는 자연의 굳굳하고 옳 곧은 자세에서 읽게 된다.

 

산에 나무들이 낙엽을 떨군 뒤 지루한 겨울잠을 자는 동안 하루도 편안하게 잠들지 못하고 대지를 꽁꽁 얼어붙게 하는 혹한의 겨울 날씨에 떨면서도 오직 한결같이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강풍에 나무의 몸통과 가지를 휘들리면서 바람이 세차게 불 때는 엉엉 소리를 내며 울기도 하면서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한마디 원망도 없이 그 모진 세월을 눈물겹게 인내하면서 견디어 오는 그 자세는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바위를 보면서 위로를 받곤 한다고 전한다. 그래서 나무와 바위는 같이 산을 형성하는 가족으로 산을 지키는 수호신의 자세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 

 

 겨울 산은 앙상하고 적막하기까지 하지만, 하얀 눈이 내려 추위에 떠는 산을 포근하게 이불처럼 덮어주는 새하얀 눈이 있기에 겨울의 산행은 어느 계절보다 산행의 멋과 낭만이 존재하므로 그 영하의 추위에도 산길을 걷게 만든다. 겨울의 꽃 상고대는 겨울 나무들의 그 앙상한 가지에 눈 꽃을 피우는 날이면 겨울 등산객은 추위와 싸우며 손과 발이 꽁꽁 얼어도 겨울 꽃을 찾아가는 마음은 한결 즐거움으로 설레임을 가지고 부지런히 산 길을 오른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산 길에서 만나는 얼음꽃은 그 어느 꽃보다 환상적이고 역동적이다. 안개의 작은 물방울이 바람에 밀려 나무가지에 닿으면 추위가 그 물방울을 얼음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 얼음 꽃이야 말로 나무의 가지마다 투명한 꽃을 만들어 태양빛을 받아 반사하는 그 아름다움에 산객은 넉을 잃고 겨울산행에 뻐져들곤 한다. 겨울에도 파란 소나무의 청솔 사이사이에 눈이 소복소복 내려 쌓이면 소나무의 겨울 꽃은 목화꽃보다, 목련보다 더 눈길을 끌어당긴다. 그래서 겨울 산행은 낮은 산보다 높은 산을 선호해서 찾아가는 이유는 겨울꽃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산행은 백두대간의 산 지리산에서 덕유산, 속리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으로 이어지는 겨울산이 겨울 꽃을 많이 만들어 주기 때문에 원정산행이 어느 계절보다 활기를 띠는 산행이 되어준다.

 

우리가 오늘 북한산을 오른 구기동에서 탕춘대능선을 걸으며 족두리봉을 일별하고 향로봉을 향해 오르는 암벽길에서 땀를 흘리기 시작하면 산행은 탈력을 받는다. 향로봉은 워낙 경사가 사나운 암벽이라 오름길을 막아놓았다. 비봉 정상에 외롭게 서있는 진흥왕순수비를 바라보면서 우회길을 돌아 오르면 사모바위가 우뚝 서있다. 오늘은 이른 시간이라 자리가 휭하니 비어있다. 오늘은 문수봉을 오른 후에 중식을 하기로 하고 계속 진행하여 걸었다. 승가봉을 넘어가는 길도 얼음이 없어 쉽게 넘어갔다. 또 하나의 관문이 통천문을 지나 내려서면 문수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문수봉 암벽코스로 오르기로 하였다. 문수봉 암벽길도 요즘은 암벽에 쇠 철책을 세워놓아 오르는 길에 어려움은 감소되었다. 그러나 이 길을 올라가려면 다리 힘보다는 팔의 힘이 더 요구된다. 발 붙이기 어려운 가파른 암벽을 오를 때는 철책을 굳게 잡고 팔에 힘을 주어 당기는 힘의 반동에 의하여 올라가야 하는 곳이 많이 있다. 청수동암문으로 오르는 길보다 힘이 들고 어려움이 많지만, 암벽을 오르면서 체험하게 되는 스릴과 전율을 느끼게 되는 그 쾌감은 산행에서 만 맛 볼수 있는 감동이 되어준다. 힘들게 올라가 혀리를 펴고 산하를 내려다 보는 그 조망권은 산객의 특권이다. 

 

우리는 대남문에서 즐거운 중식시간을 가진 후 북한산성 길을 올라갔다. 산성길은 오늘도 얼음이 녹아 진흙 길이라 걸음이 무거웠다. 대성문에서 형제봉길을 따라 하산길을 걸었다. 오늘처럼 이 코스를 산행후 전에는 구기동 계곡길로 하산을 하곤 하였는데, 이 길이 너무 길고 지루하여, 하산길이 완만하고 흙 길이 좋은 대성문에서 하산하는 코스로 바꾸었다. 형제봉을 겨처서 정릉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고, 영취사로 하산하는 길이 있는데, 우리는 주로 영취사길을 산택하여 걷는다. 능선길을 걸을 때는 겨울바람이 불기도 하였지만, 아늑한 길을 걸을 때는 봄볕이 포근하기도 하였다.    

 

                    - 사진제공 / 다우산방 아우게님 -

 

 - 문수봉 암벽길 1 -

- 문수봉 암벽길 2 - 

- 북한산의 잔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