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의 고장 상주

-* 상주 속리산(1058m) *-

paxlee 2011. 10. 15. 22:52

 

▶▶ 상주특집 속리산(1058m)

 

 

 

장각골~천왕봉~신선대~성불사~시어동

보은 속리산? 섭섭하다...    상주 속리산!

 

 

상주의 산을 이야기하며 속리산을 빼 놓을 순 없다. 상주에선 화북면과 화남 면이 국립공원 구역에 걸쳐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코스가 화북면 장암리 오송골 시어동~문장대길이고, 이와 연결해 원 점회귀 형태의 산행이 이뤄지는 상오리 장각골 코스가 있다. 천왕봉(1058m)과 가장 가까운 루트인 장각골은 1991년 자연휴식년제 시행 이후 15 년 동안 입산이 통제되고 있다. 2006년부터 공원탐방로가 된 후 서서히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중. 거기엔 장각폭포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처음 오송골로 올라서 주릉을 타고 장각리로 내려온 적 이 있는데,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번듯한 주차장이 없었지요.” 상주학생야영장에서 만난 삼백산악회원 김학용(상주 냉림동)씨 는 상주 산꾼들도 장각골 코스로 안 가본 사람들이 제법 있을 거라 고 했다. 상주클라이밍클럽(SCC) 회원이기도 한 정기우(복룡동)씨 도 최근 들어서 코스가 점차 알려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명소가 된 금란정 어우러진 장각폭포

 

이른 아침, 소나무 사이로 무덕진 맥문동이 신비한 자태를 풍기는 상오숲에서 300m쯤 들어가니 반듯하게 정비된 주차장이 나온다. 그 옆에 금란정이라는 정자와 장각폭포가 있다. 높이 6m 폭포 아 래 형성된 검푸른 소에서는 튜브를 찬 다 큰 선남선녀들이 늦더위 물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낙수로 파동치는 수면 위로는 절벽과 어 우러진 노송이 정자의 운치를 한껏 더한다.

 

이러한 자연의 조화는 일찍이 시인묵객들의 유상처(遊賞處)로 활용되었고, 드라마‘태양 인 이제마(2002년)’,‘불멸의 이순신(2004년)’에 이어 영화‘낭만 자객(2008년)’의 촬영지 되기도 했다. 기실 폭포의 높이나 위용은 그리 대단하진 않지만, 폭포 위에 세 워진 금란정과 절묘한 조화가 압권이다. 금란정은 마을 주민들이 1960년대에 세운 것이라니 내력은 보잘 것 없지만 폭포는 정자로 인해, 정자는 폭포로 인해 더 아름다워졌다. 자연과 사람의 손이 합쳐져 비경을 빚어낸 셈이다.

 

이를 두고 한 폭의 동양화라고 한다면, 상상의 마을 우복동(牛腹洞)의 풍경이지 이러하지 않을까. 장각이란 마을명도 이 지역이 우복동의 명당터에서 쇠뿔에 해당한다고 해서 생긴 이름. 우복동이란 소의 뱃속 모양의 명당터를 말하는 것 인데, 화북면의 7개 동리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동네가 진짜 우복동이라고. 실제로 한국전쟁 당시에 이곳에 피난을 와서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주차장에서부터는 걸어가야 한다. 장각마을까지는 1.5km로 제 법 먼 거리지만 길이 좁아 차량 교행이 안 되기 때문.‘차량통행금지’라는 입간판이 서있다. 30여분 걸어 들어가니 마을 입구에 닿고 오른쪽으로 난 계단으로 올라서니 7층석탑이 있다. 보물 683호로 고려 때 창건한 비천사(備天寺)라는 사찰 내에 있었지만 임진왜란 때 불 타버렸다고 하는데, 실증자료는 없다. 구전으로는 장각사로 도 하고, 일제강점기 일본 헌병과 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력 동원으로 탑 북쪽 기단을 허물고 무너뜨렸다고 이곳 노인들은 말하고 있다.

 

1977년 국가지정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어 당시 상주군에서 복원했으나. 다시 균열이 생겨 2005년 전면 해체 후 복원했다. 속리산에서 흘러내려오는 1급수 계곡을 따라 마을 가운데에 있는 차량차단기를 지난다. 개 짖는 소리를 들으며 곧장 올라가니 전원주택 같은 마을회관이 보이고 마지막 민가를 지나니 찬왕봉 위치가 잘못 표기된 공원 안내판이 나타난다. 나무다리를 건너 왼쪽 콩밭을 끼고 가다 데크다리를 건너니 첫 이정표가 보인다. 해발 480m, 장각동 1km, 천왕봉 3.3km, 비로봉 3.5km.

 

“진작 이 코스가 개방되었어야 했는데, 아마 골안에 자리잡고 있는 선교원 사람들이 자연 훼손을 이유로 반대하며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 것이개방이 늦어진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마을을 벗어나 골짝 깊이 들어가니 김학용씨가 저간의 사정을 귀띔해준 다. 그가 말한 선교원은 유기농법 등을 내세우며 집단촌을 형성, 장각마을에 정착한 한국농촌복구회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하나님을 자처하는 교주가 추종자들에게 가정 파괴, 학업포기 등 세상에 대한 절망감을 야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1991년 대한예수교장로회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종교단 체다. 원래 엘리야복음선교회였다가 이후 기존 명칭을 버리고 ‘한 농’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왕봉과 가장 가까운 코스

 

길은‘해발 720m 장각동 1.6lm 천왕봉 2.7km'' 이정표를 지나면서 제법 가팔라진다. 좁고 낡은 헬기장 표시가 남아있는 묘를 지나 ''천왕봉 1.6km'' 이정표가 나타나고 산죽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오른다. “아직도 보면 옛날 표지판이 더러 남아 있는데‘천황봉’으로 표기되어 있어요. 정상이‘천왕봉’으로 바뀐지 꽤 되었는데도. 명칭을 고쳐놓거나 아예 낡은 표지판은 정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 코스는 외길이라 다른 길로 빠질 일도 없거든요.” 장각골은 속리산의 무수한 코스 중 상대적으로 찾는 이들이 적 어 그만큼 관심이 덜하다는 예기였다. 어느새 천왕봉에서 남동쪽 으로 뻗어가는 백두대간이 설핏 보이기 시작하더니 된비알을 치고 오르니 주능선 직전의 널찍한 헬기장에 올라선다. 멋진 경관이 펼 져진다. 암봉이 무리지은 대간 마루금에서 곁가지를 치며 속리산 군을 형성, 장쾌한 산줄기를 뻗어내고 있었다.

 

장각폭포를 출발한지 딱 2시간 만이다. 주능선을 밟으며 도착한 속리산 정상 천왕봉. 초가을 날씨를 풍기는 꼭대기의 동쪽 아래로 상오리 일대가 보인다. 시원한 조망을 즐기며 쉬는 사이, 보은쪽 속리산면 도화리(구 대목리)에서 혼자 올 라온 안현우(31세·청주)씨가 취재팀과 합류해 문장대로 향한다. 비로봉(1008m)과 문수봉이 솟구친 주릉을 천천히 밟아가며 천왕석 문을 지나고 데크다리를 지나자 일명‘고릴라 바위’가 나타난다.

 

“옆, 뒷모습이 고릴라 같이 생기 않았습니까? 저는 매번 볼 때마다 영락없이 고릴라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재차 강조하는 김학용씨 말대로 고릴라와 흡사한 뒤태(?)를 보여준다. 키 큰 산죽을 헤치고 경업대갈림목 (경업대 0.4km, 문장대 1.3km, 천황봉 2.1km)을 지나 신선대에 올라서기 전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는 휴게소가 문을 열어놓고 있다. 휴일을 맞아 문장대쪽에서 올라온 등산인들이 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신선주’막걸리에 감자전이 인기다. 다리쉼을 하는 동안 천왕봉에서 처음 만난 안현수씨의 산행 목적을 들을 수 있었다. “3주전에 위암 수술을 받았어요. 암 초기라 위의 반 정도를 잘라 냈고요. 지난주에 퇴원해도 괜찮다고 해서 이번 주부터는 다시 회사에 출근도 했어요. 그러면서 주말엔 산에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오늘 이렇게 가까운 속리산을 찾게 된 거예요. 다음 주말은 추석인 데, 고향 영동에 가서는 민주지산에 오를 계획입니다. 청주 주변에 또 가볼 만한 산들 있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성공적으로 수술은 했지만 아직까진 환자였다. 건강을 위해서 나름 계획을 세워 주말마다 산에 다니려고 막 나선 그였는데, 내비게이션에서 무작정 속리산을 찍고 올라온 기점이 바로 도화리였다. 그리고 천왕봉에 오른 뒤에는 되돌아가려고 했으나 취재팀이 라고 소개하자 따라온 것이었다. 동행한 정기우씨가 처음부터 무리해서 산행해선 안 된다고 충고한다. 지난해 고생 끝에 담낭암으로 아내와 사별한 정씨는 누구보다 걱정이 되는 듯했다. 취재팀은 문장대까지 가려던 계획을 바꿔 곧바로 성불사로 내려서기로 했다.

 

휴게소 뒤편에 올라선 신선대. 산수유리지 능선이 눈앞에 펼쳐 지고 왼쪽으로 문장대로 뻗은 기암이 눈을 즐겁게 한다. 훌륭한 조 망을 감상한 뒤 로프를 잡고 가파른 된비알로 내려선다. 이 길은 정 규등산로가 아니어서 거친데다 급경사가 한동안 이어지는 길이라 더욱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한 시간 뒤 계곡과 만나며 10여분 뒤 콘크리트보가 나오고 20분 더 내려가니 성불사에 닿는다.

 

- 글|허준규기자 사진|신준식기자 / 사람과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