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의 고장 상주

-* 상주 남산(821.6m) *-

paxlee 2011. 10. 20. 21:41

상주 북두칠성 산군의 최고봉 남산(821.6m)

백두대간 속리산군 형제봉에서 분기해 동쪽으로 곁가지 하나가 뻗어간다. 이 산릉은 갈령을 가로질러 상주땅 동북쪽으로 휘어가는 작약지맥(芍藥支脈)이다. 도상거리 약 45km인 이 산줄기는 북쪽의 영강과 남쪽 이안천의 수계를 가르며 대궐터산(877m)~국사봉(704m)~칠봉산(595.9m)~성재산(356m)~작약산(763m)~수정봉(486.5m)을 잇다가 태봉산(100m)을 지나 영강의 물길로 그 맥이 다한다. 이 지맥이 지나는 국사봉 동쪽 능선에 남산(南山)이 자리하고 있다.

은척면과 외서면을 가르며 솟아 있는 남산은 이 주변에서는 제일 높은 산이다. 남산(821.6m)을 비롯한 건너편 북쪽에 위치한 칠봉산과 문경시 농암면 갈동리 상신원 남쪽 491.5m봉(삼각점봉)에 이르기까지 산등성이를 연결시켜 보면 이곳 일대의 지형이 북두칠성을 닮았다. 남산은 북두칠성을 닮은 산지의 중심인 칠봉산 남쪽에 위치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남산은 흔히 ‘앞산’이라는 뜻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북쪽 산자락의 마을도 앞실(압실) 또는 남곡이라 한다.

사실 남산은 그렇게 널리 알려진 산이 아니다. 오히려 국립지리원 발행의 지형도에도 표기되지 않은 동남쪽 능선에 있는 606.6m봉 일명 성주봉이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지난 2001년 산자락에 자연휴양림이 조성되면서 등산로를 정비한 결과다. 그렇지만 주봉인 남산을 도외시하고 주봉에 능선을 잇댄 성주봉 위주로 조성된 등산로다. 그러다보니 남산은 사람들로 크게 붐비지 않아 한적해서 좋기는 하다.


▲ 기찬 조망을 즐길 수 있는 너럭바위. 칠봉산과 작약산을 비롯해 그 너머로 멀리 대간의 산들이 겹겹으로 층을 이루며 물결처럼 일렁이는 듯하다.

은둔 비경을 간직한 남산 중왕골

남산 자락을 파고 흘러내리는 중왕골은 숨겨진 반면, 성주봉을 끼고 있는 큰골은 자연휴양림과 더불어 정자와 물놀이장, 분수시설 등이 조성돼 있다. 자연석 암반과 수량이 풍부한 골짜기는 여름철이면 등산객뿐 아니라 놀이객과 피서를 나선 사람들까지 제법 북적이는 곳이다. 특히 성주봉 일대는 암봉과 암릉을 비롯한 바위지대라 운치 있는 소나무가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산세를 자랑하며, 송이버섯 산지로도 유명하다.
 
산행은 황령1리 솔안마을에서 중왕골을 왼편에 끼고 능선을 따라 오른다. 이 능선은 작약지맥의 일부 구간으로 지맥의 분기봉인 국사봉을 거쳐 남산에 올랐다가 성주봉을 연계해 자연휴양림으로 돌아 내려오는 코스다. 황령1리 버스정류장에서 길 건너편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들어선다. 왼편에는 황령지로 낚시를 드리운 태공들의 한가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황령1리 마을회관을 지나면 정면으로 골이 깊은 중왕골이 보이고 왼편에는 민가 같은 해원정사라는 암자가 자리하고 있다. 산자락까지 이어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는 15분쯤이면 끝나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 포장도로 끝에서 산길로 오르면 길이 끝나는 지점에 큰 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여기서 오른편 숲속으로 접어들어야 한다.
경운기가 다닌 흔적이 있는 제법 널찍한 산길로 5분 정도 오르면 산길이 끝나는 지점에 큰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여기서 오른편 숲속으로 접어들어 40m 가량 나아가면 희미한 갈림길을 만난다. 유심히 살펴야 하지만 사람이 다닌 족적이 뚜렷한 이곳 갈림길에서 왼편 능선 쪽으로 붙는다. 곧이어 나지막한 능선에 이르면서 길은 두 갈래로 나누어지는데, 능선을 넘어 계곡으로 접어드는 산길은 중왕골로 연결되는 듯싶다.

이곳에서 능선으로 이어지는 숲길로 오른다. 그렇게 가파르지 않은 능선을 따르는 산길은  녹음이 우거진 짙은 숲이라 햇빛이 차단돼 더위를 느낄 수 없다. 많은 사람이 다니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런대로 길의 흔적은 분명하다. 감나무가 있는 곳에서 출발한 지 30분이 지날 무렵 처음으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리본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여기가 칠봉산으로 이어지는 작약지맥이 지나는 분기점인 602m봉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곳부터 20분 정도 지맥을 따라 오르며 간간이 만나는 짧은 암릉과 전망이 트이는 바위에 올라서서 지나온 능선과 황령지 일대를 뒤돌아본다. 간혹 들려오는 산새 소리와 시원한 바람만 느낄 수 있을 뿐, 너무나 고즈넉한 산길이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안내 리본이 눈에 자주 띈다 싶더니 이내 703m봉에 닿는다. 작약지맥의 분기봉으로 많은 리본이 매달려 바람에 떨고 있다. 이 봉우리는 지맥을 종주하는 산꾼들이 국사봉이라 부른다.

이제 지맥을 뒤로 하고 11시 방향에 머리를 삐죽하게 내밀고 있는 남산을 향해 남동쪽의 능선 길로 따른다. 산길은 잠시 안부로 내려섰다가 올려친다. 능선을 따라 송이버섯 지역을 경계할 때 친 것으로 보이는 노끈이 자주 발견된다.

암릉 지대를 우회하고 고도를 높이다가 보면 조망이 시원한 암벽지대가 나타난다. 멀리 북쪽으로 백화산, 희양산을 비롯해 대야산, 조항산, 청화산 등 백두대간을 잇는 산봉우리 등 문경 일대의 산들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암벽지대를 뒤로 하고 된비알의 오름길로 10분이면 남산 상봉에 이른다. 삼각점(점촌 25, 1981 복구)이 박혀 있는 정상에는 가장자리 나뭇가지에 ‘상주 남산 821.6m’라는 조그마한 나무 팻말이 앙증맞게 걸려 있다. 산정은 바위지대가 돌출해 솟은 넓지 않는 터에 주변은 수목이 둘러싸고 있어 조망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먼 풍경들은 어렴풋이나마 읽을 수가 있다.
▲ 사방이 산지로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한 은척면 일대. 멀리 함창읍의 일부도 보인다.

하산은 주능선인 동릉을 따라 내려선다. 숲속의 산길은 왼편 중왕골로 내려서는 안부를 지나 15분이면 산봉우리 왼편을 돌아 갈림길(남산 1.0km, 성주봉 2.45km, 절터 1km)에 이른다. 여기서부터는 자연휴양림의 영역으로 요소요소에 세워진 안내 표지판에 등산로까지 반질반질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갈림길에서 오른편 주능선으로 향한다. 곧이어 제2하산길 표지판을 지나면 조망이 시원한 쉼터를 만난다. 오른편에는 지나온 남산이 삐죽하게 솟아 있고, 멀리 백두대간이 지나는 속리산군을 비롯해 둔덕산, 백악산, 도장산, 대궐터산 등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땀을 식히고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적신 후 길을 재촉하면 5분이 채 못돼 갈림길인 765m봉이다. 오른편은 소파우봉으로 연결되는 능선이다. 가야 할 진행방향은 직진하는 능선길. 성주봉을 잇는 이 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짧은 암릉이 연이어지고 곳곳에 전망이 트이는 바위지대다. 차츰 참나무보다 소나무가 많아지는 숲길에는 진달래나무가 터널을 이루어 봄이면 진달래꽃으로 치장될 것 같다. 갈림길에서 15분이 지날 무렵이면 왼편에 절벽을 이룬 너럭바위에 이르게 되는데 또 한 번 기찬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산릉을 가르며 흘러내리는 큰골은 속살까지 드러내고, 골짜기에 조성된 자연휴양림의 시설물들도 한눈에 들어온다. 가깝게는 건너편의 칠봉산과 오른편으로 작약지맥이 뻗어가면서 솟구친 작약산을 비롯해 그 너머로 멀리 대간의 산들이 겹겹으로 층을 이루며 물결처럼 일렁이는 듯하다. 진행방향 정면에 옹골찬 모습을 드러내는 성주봉을 향해 곧장 발걸음을 옮기면 제1하산길과 나누어지는 봉우리(제1하산길 1.0km, 남산 3.0km, 성주봉 0.95km)에 이른다.

잠시 내려섰다가 완만하게 이어지던 산길은 바위지대가 앞을 가로막는다. 짧은 철계단을 통과하면 로프가 설치된 암벽을 올라야 한다. 이 산행 코스에서 최대의 난구간이지만 로프를 잡고 침착하게 오른다면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이 암벽지대를 올라서면 119구조요청 3번 푯말이 보이고, 바위를 우회하여 성주봉에 오르기 전 오른편으로 은척면 소재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조자룡이 여기서 태어났다?

은척면(銀尺面)에 전해지는 설화에 의하면, 옛날에 죽지 않고 멸하지 않는 법도로 이끌어 준다는 금자(尺)와 은자(尺)가 있었는데, 하염없이 사람이 늘어나 하늘의 기운을 거스르게 되어 나랏님도 걱정할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결국 자를 땅에 묻기로 하였다. 묻어 놓아도 잃어버릴 염려가 없는 믿음직스러운 곳을 찾아, 결국 금으로 만든 자(金尺)는 지금의 경주 금척릉에, 은으로 만든 자(銀尺)는 지금의 상주시 은척면의 은자산(남곡1리 소재)에 묻었다고 한다.

이로 인하여 경주의 ‘경(慶)’자와 상주의 ‘상(尙)’자를 따서 경상도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 아무튼 사방이 산지로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한 은척면 너머로 함창읍의 일부도 보인다. 눈 아래 널따랗게 펼쳐진 들녘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성주봉에 오르기 전 상주시에서 설치한 성주봉 유래새긴 표석이 있다. ‘성주봉은 속리산 천왕봉에서 남산 국사봉을 따라 뻗은 소백의 한 자락이다. 산의 높이는……. 설화에 의하면 중국의 전국시대에 용맹을 떨친 조자룡이 맞은편 칠봉산 굴에서 태어나 산 아래 음수폭포에서 얻은 용마를 타고 성주봉을 단숨에 뛰어 올라 바위 속 약수를 마시면서 무예를……. 성주(聖主)란 성군(聖君), 덕이 많고 어진 임금을 뜻하니…….’ 라는 믿거나 말거나 한 문구다. 아무리 전설이라 하더라도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자룡과 관련됐다는 말은 너무 황당할 뿐이다.

▲ (좌) 큰골은 자연휴양림과 더불어 자연석 암반에 수량이 풍부해 여름철이면 사람들로 제법 북적이는 곳이다. (우) 성주봉 자연휴양림의 수련관.

어쨌든 바위지대인 성주봉에 올라서면 정상표석이 우선 반긴다. 지나온 능선을 따라 솟은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휴양림 시설물이 들어선 큰골을 중심으로 제4하산로 능선과 골짜기 위로 남산이 봉우리만 내밀고 있다. 남산 정상 앞쪽 오른편으로 728.9m봉 산릉과 절터바위, 눈사람바위가 조망된다. 남서쪽으로는 은척면과 외서면의 경계를 가르며 뻗어내리는 주능선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성주봉을 뒤로 하고 동쪽 능선으로 잠시 내려서면 암벽코스와 바위샘 갈림길을 만나고 5분쯤이면 바위샘에 닿는다. 상단부가 툭 튀어나온 오버형의 바위 사이에 샘이 있는데 나무계단으로 올라 고개를 잔뜩 수그려야 물을 뜰 수가 있다. 바위 천장은 움푹 패여 있는데 이는 조자룡이 이 약수를 마실 때 투구가 닿아 패인 자국이라는 것이다. 이 샘을 벗어나면 로프가 설치된 암벽지대가 나타나지만 그다지 험하지는 않다. 칠봉산을 건너다보고 내려서면서 숲속을 지나쳐 30분이면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를 지나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 남산 위치도
▲ 남산 개념도

>> 산행길잡이

○황령1리 버스정류장~해원정사~중왕골 우측능선~작약지맥~국사봉~정상~성주봉~자연휴양림 (5시간 소요)
○자연휴양림~바위 샘~성주봉~남산 정상~제 4하산로~자연휴양림 (4시간 소요)

>> 교통

남산에 가려면 상주를 경유해 은척면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산행 들머리인 황령1리 또는 자연휴양림 모두 대중교통편이 원활하지 못하다. 상주종합버스터미널 (054-534-9002)에서 1일 2회(10:10, 19:25) 운행하는 황령리행 버스뿐이다.

상주에서 버스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일단 은척면 버스정류장(054-541-9448)까지 1일 14회(06:15~19:25) 운행되는 버스를 이용하고, 은척면에서 휴양림이나 황령1리 모두 택시(054-541-9446, 541-8416)를 타면 된다. 편도 요금은 6,000원 안팎.
 
서울→상주  강남고속터미널(ARS 1688-4700)에서 1일 15회(07:00~19:40) 운행
서울→상주  동서울종합터미널(ARS 02-446-8000)에서 30분 간격(06:00~15:30) 운행
부산→상주  노포동 부산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1일 8회(08:40~19:10) 운행
대구→상주  북부시외버스터미널(053-357-1851)에서 20~30분 간격(06:50~20:20) 운행
   
>> 주변 볼거리

은척중·고 뒤편에 있는 동학교당(지방문화재 민속자료 제 120호)은 동학의 남접주인 김주희 선생이 교세 확장을 위하여 1924년에 건립한 곳으로, 1925년 이곳을 본거지로 상주·문경·예천 등 경북 북부지방을 중심으로 일제의 눈을 피해 교세 부흥을 도모하였던 곳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동학과 관련된 건물과 유물을 보존하고 있으며, 건물 형식은 태극체로 지은 초가집이다. 이와 더불어 산행 들머리인 황령리에 있는 황령사는 승려 홍지가 백화산 저승골에서 몽고군을 대파하면서 유명해졌다는 고찰이 있다.


- 글·사진 / 황계복 전 부산산악연맹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