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의 고장 상주

-* 상주 도장산(827.9m) *-

paxlee 2011. 10. 19. 21:44

 

상주 도장산(827.9m)

 

충청도와 경상도를 가르며 남쪽으로 달려온 백두대간이 경북 문경, 상주로 접어들었다가 다시 도계를 따라 잠시 속리산군을 형성한다. 이 산록에 상주시에서 가장 큰 면인 화북면이 산지에 싸여 있고, 면소재지 동편에 긴 산등성이를 이루며 도장산(道藏山·827.9m)이 솟아 있다.

 

행정구역상 경북 상주시 화북면과 문경시 농암면 경계를 이루며, 속리산 동쪽에 보물처럼 감춰진 숨어 있는 명산이다. 문장대를 비롯해 문수봉, 비로봉, 최고봉인 천왕봉, 형제봉 등을 안고 있는 속리산도 절반이 상주의 산이다. 이러다보니 속리산의 유명세에 파묻혀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도장산은 한자로 길 도(道)에 감출 장(藏)을 쓴다. ‘도가 감춰진 산’이라 그런지 산자락의 화북면 일대는 재난을 피할 수 있다는 이상향 우복동(牛腹洞)이 있다. 우복동이란 지리산의 청학동처럼 예부터 영남 일대에서 전해오는 피란지의 명당터로 상주에 있다고 했다. 동네가 마치 소의 뱃속처럼 생겨 사람 살기에 더없이 좋다는 곳이다.

 

그  우복동이 상주에서도 속리산에 둘러싸여 있는 화북면이라고 이곳 사람들은 저마다 믿고 있다. 화북면의 대부분은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며 첩첩산중이다. 서울에서 이곳을 찾으려면 충북 괴산에서 선유동계곡을 지나 늘재를 넘어야 한다. 아니면 충북 청천면에서 속리산 국립공원 구역을 거쳐 밤재를 넘는 방법이 있다.

 

남쪽 상주시에서는 49번 지방도를 타고 갈령재을 넘어야 하고, 동편 문경쪽에서는 가은을 지나 농암의 쌍룡계곡을 따라 들어간다. 어느 쪽이든 지금은 도로가 포장돼 있어 접근이 쉽지만 예전엔 깊고 깊은 산골이었음이 분명하다.

화북면 소재지에서 바로 산행 시작


산행채비를 갖추고 화북면소재지의 민박집을 나선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에 빗방울마저 떨어진다. 버스정류장을 지나 북쪽으로 조금 가면 왼편에 화북식육식당이 있고 맞은편 널찍한 장터 입구에 느티나무가 서있다. 장터를 지나서 용유교를 만난다. 다리를 건너 오른편 시멘트포장길을 따라 마을 안길을 거쳐 빠져나가면 개울에 이른다.

 

개울 위 다리를 건너기 전 왼편에는 커다란 밤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 밤나무 밑을 지나 밭둑가를 따르면 오른편 계곡에서는 맑은 물소리가 들린다. 밤나무에서 50m쯤이면 계곡을 건너게 되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을 한두 차례 건너지만 계곡 따라 이어지던 등산로는 15분 정도면 계곡을 벗어나게 된다.

 

왼편으로 꺾어 바위지대를 트래버스하여 경사가 가파른 날등을 타고 올라야 한다. 주능선에서 뻗어내린 산등성이로 오르게 되는 외길 등산로 양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간간이 암릉이 나타나고 시원한 바람에 등줄기를 타고 내리던 땀이 금방 말라버린다. 비는 그쳤지만, 안개는 주변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욱하게 깔려 있다.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니 화북중학교만 선명하고 화북면소재지 일대는 안개로 희뿌옇게 보인다. 맑은 날이면 건너편 속리산의 속살까지도 훤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전망이 좋다는데 일기가 좋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경사진 능선길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30분쯤 오르면 주능선 갈림길에 선다.

 

이정표(도장산 2.5km, 심원사 2.8km)가 서있는 주능선에서 왼편은 심원사 뒤편으로 내려서는 능선길이 이어지고, 오른편 능선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5분쯤이면 전망이 시원한 벼랑 끝에 아름다운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흡사 분재를 옮겨 놓은 것 같은 이 반송은 주변 풍광과 잘 어우러져 운치를 한껏 돋우고 있다. 지형도를 확인하며 안개 속을 뚫고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이 능선은 도장산은 물론이고 주변을 조망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는데, 오늘은 아쉽게도 조망은 쉬울 것 같지 않다. 특히 능선 상에서 정상쪽으로 바라보면 두 개의 봉우리가 좌우에 엇비슷하게 솟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는데, 우측 봉우리는 옥녀봉이고 좌측은 도장산 정상이다.

 

다시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면 724m봉을 지나게 되고 35분쯤 후에는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서면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에서 상주시 화북면 상오리로 넘나드는 서재에 이르게 된다. 정상은 이곳에서 왼편으로 90도 꺾어 30m 정도 나아가면 닿는다. 산정에는 상주시청산악회(1998.11.8)가 세웠다는 정상표석과 삼각점이 있다.

 

펑퍼짐한 산정은 별다른 특색이 없고, 여름철 숲이 짙어서인지 주변 조망도 그렇게 좋아 보일 것 같지는 않다. 도장산은 저녁 노을과 낙조가 유달리 아름다워 우복동팔경(도장낙조)의 하나이며, 이곳에서 보는 달은 장암동팔경(도장명월)의 하나로 손꼽힌단다. 하산로는 정상석 뒤편으로 연결된다.

 

바로 앞에 보이는 800m봉을 향하여 내려갔다가 올라서면 갈림길. 우측 코스는 능선으로 이어지다가 심원사와 쌍용 마을로 향하는 길이 갈라진다. 왼편 길을 택한다. 암릉이 나타나고 한동안 경사가 가파르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안개가 약간 걷히면서 심원골이 내려다보이고, 건너편 산세도 희미하게나마 윤각을 드러낸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적송군락을 지나 경주손씨 무덤까지는 45분. 여기서 심원사까지는 5분이면 닿는다.

세속을 떠나 수도 정진했던 많은 고승들이 거쳐갔다는 심원사(深源寺) 또는 尋源寺). 일주문은 양철을 얹은 지붕으로 너무나 소박하고 꾸밈이 없다. 편액만 없다면 일반 살림집 대문으로 착각할 정도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절집은 절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조그만 암자로 착각할 정도로 초라하다. 어느 곳에서도 고찰의 흔적은 찾을 수 없지만, 수도처로서는 그만인 느낌이다.

심원사는 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의 말사로, 비구니 스님이 지키고 있다. 신라 태종무열왕 5년(658)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임진왜란으로 절이 모두 불탔으나 1605년 조정으로부터 부근 10리에 이르는 땅을 절땅으로 하사받았고, 사명대사의 명을 받은 연일(然一)이 중창하게 된다. 이후 임진왜란 이전의 사세를 유지하며 이름 있는 사찰로 명맥을 이어왔으나 1958년 절이 대화재로 전소되었다. 

 

지금의 당우는 1964년 중창 때 건립된 것이다. 절집을 되돌아나와 심원골을 왼편에 끼고 하산길을 재촉한다. 저승골로도 불리는 계곡을 따라 5분 정도면 왼편 골짜기에 굉음을 울리며 쏟아지는 심원폭포를 만난다. 비가 내린 뒤라 수량이 풍부하여 장관을 연출한다. 주변은 단애를 이룬 암벽이 하늘과 맞닿아 있고, 단풍나무, 노각나무 등 활엽수가 계곡가에 빼곡하게 늘어서서 가을철 단풍도 좋을 것 같다.

골짜기를 빠져나오면 비경지대인 쌍룡계곡을 만난다. 때 묻지 않은 주변의 경치가 너무나 아름답다. 끝물 피서객들의 재잘거림도 웅장한 경관과 우렁찬 물소리에 파묻혀 버린다. 속리산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주변의 각 지천들과 합류하여 화북면의 용암천을 거친다. 다시 청화산 줄기의 시루봉과 도장산 사이를 흐르며 파놓은 골짜기가 쌍룡계곡 또는 용유동계곡이다. 이 계류는 동쪽의 문경시 농암면으로 흘러간다.

이 골짜기에는 용추가 있는데, 믿을 수 없는 설화가 전한다. 심원사에 머물던 의상대사와 윤필거사가 용추에 있는 용왕의 아들인 동자승에게 글을 가르치게 된다. 그 후 동자승의 간청으로 용추의 용궁으로 안내되어 용왕으로부터 극진한 예우와 함께 병증, 월겸, 월부, 요령 등의 선물을 받아 돌아왔다는 것이다.

계곡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곳곳에 기암이 있고 물가엔 높은 벼랑이 버티고 있다. 10분쯤이면 심원사 주차장이다. 이곳에서 화북면소재지까지는 도로를 따라 1시간이면 닿는다. 용추교를 건너 왼편 쌍용터널을 빠져나오면 병천정(甁泉亭)이라는 정자와 오른편에는 성황당이 있다. 병천 마을 입구 도로변에는 동천암(洞天巖)이 있다.

너럭바위에 새겨진 ‘洞天(동천)’이라는 글씨는 상주 개운동 출신(1790년)의 도승 개운화상이 심원사에 머물 때 맨손으로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천은 신선들이 살 정도로 승경을 이룬 곳을 말한다. 동천암은 글씨 길이와 바위 길이가 같아 오장비(五丈碑)라고도 한다. 동천암 옆에는 우복동(牛腹洞) 표석을 얹은 사적비가 있고, 21세기 애향동산으로 주변을 정비하였다.

 

화북면 소재지~용유교~밤나무~주능선 갈림길~정상~800m봉 갈림길~심원사~쌍룡계곡~화북면 소재지 <4시간30분 소요>


            - 글 /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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