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의 발자취

-* 박영석 대장의 영결식 *-

paxlee 2011. 11. 3. 22:29

 

        박영석 대장의 영결식, 슬픔과 통곡의 바다

 

 

 

◇3일 서울대병원 영결식장에서 열린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대원의 영결식장에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헌화를 하며 오열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산이 좋아 산이 된 사나이들이여,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남벽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러 떠났다가 결국 돌아오지 못한 산악인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대원의 합동 영결식이 3일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영결식장에서 거행됐다. 이 자리에는 대한산악연맹과 한국산악회, 대학산악연맹 등 산악단체 회원들과 산악인들, 가족과 지인 등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산악인장으로 치러졌다.

오전 10시 진혼곡을 시작으로 전체 묵념과 이들 3명 산악인의 약력보고, 추모영상 상영이 이뤄졌다. 박 대장은 생전 녹화된 영상에서 "산을 가야 산악인이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야 하는 것이 탐험가의 숙명이다. 죽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평소의 소신을 밝였다. 특히 이들의 모습이 담긴 추모영상이 비춰질 때 고 박영석 대장의 부인을 비롯한 가족들이 오열, 조문객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어 이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현지 사고대책반을 이끌었던 대한산악연맹 이인정 회장을 비롯해 박 대장의 소속사인 영원무역 대표이자 박영석탐험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성기학 회장, 한국산악회 전병구 회장의 애도사가 있었다. 이 회장은
"한국 산악계의 큰 별이 졌다. 박영석 대장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을 잊지 않겠다"며 "이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내년, 내후년에도 탐사대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박 대장은 우리 사회에 정직과 성실의 등불이 됐다"며 "박 대장과 대원들은 갔지만 그들의 정신과 영혼은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옥 동국대 총장은 추도사를, 그리고 박 대장의 산악 동기인 대한산악연맹 배경미 국제교류 이사는 이들에게 바치는 헌시를 낭독했다. 영결식 내내 흐느낌과 통곡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 대장의 매형 이계천씨, 신동민 대원의 친형 동조씨, 강기석 대원의 동생 민석씨는 유가족을 대표해 조문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유가족과 친지, 이들과 함께 원정을 떠났던 이한구, 김동영 대원, 장례위원회 참여단체 회원, 일반인들의 헌화로 영결식은 끝났다. 이한구 김동영 대원은 자신들만 살아돌아왔다는 죄책감에 슬픔을 감추지 못했고,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이들에게 헌화를 하다 북받치는 감정을 못이겨 사진 앞에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

영결식에 이어 박 대장의 모교이자 석좌교수로 재직중인 동국대에선 제자들과 동창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노제가 열렸다. 지난달 18일 히말라야 남벽 가운데 최고의 난이도를 가진 안나푸르나 남벽에 도전하다 눈사태와 낙석에 휩쓸려 실종된 박 대장과 원정대원들은 열흘에 가까운 국내 산악인들과 현지 셀파들의 헌신적인 수색 작업에도 불구, 흔적조차 찾지 못하며 큰 아쉬움을 던졌다. 대한산악연맹에선 눈이 적어지는 내년 5월부터 수색을 재개할 예정이다.
 
      - 글 / 남정석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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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푸르나 남벽에 잠든 박영석 대장, 신동민님, 강기석님.

 

 
   박영석 대장, 신동민·강기석 대원과 함께 하산길에 실종
          대한산악연맹 신속한 대책에 나서…전문등반가로 구성된 구조대도 파견
 

대한민국 산악계와 탐험계를 대표하는 박영석(朴英碩·48·노스페이스 이사) 대장과 신동민(申東旻·37·노스페이스)·강기석(姜奇錫·33·노스페이스) 대원이 실종 닷새째를 맞는 10월 23일까지도 뚜렷한 실종 지점이 확인되지 않아 가족과 산악인뿐 아니라 전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난해 봄에 이어 안나푸르나 남벽 신 루트 등반에 도전한 세 산악인은 이한구·김동영 대원과 함께 현지시각 10월 17일 오후 4시(한국시각 오후 7시15분) ABC(5,100m)를 출발해 오후 7시40분 남벽 등반 기점에 설치해 놓은 임시텐트(5,670m)에 도착했다.


▲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하산 중 실종된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대원(위에서 부터).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강기석 대원은 나머지 두 대원의 배웅을 받으며 이튿날 오전 2시40분 임시텐트를 출발해 1시간 반 만에 남벽 등반 기점에 도착해 등반에 나섰다. 이후 세 대원의 소식이 들려온 것은 오후 1시, “상황이 안 좋다. 가스가 많고 낙석이 심하다”는 나쁜 상황에 대한 내용이었다. 두 번째 무전은 오후 4시경 6,300m 지점에서 날아왔다.


“오늘 목표지점인 A지점 도착에 실패했다. 눈과 가스를 동반한 낙석이 심해 운행을 중단한다. ABC로 하산할 예정이다”


이후 50m씩 하강을 여러 번 하여 2번 정도의 하강이 남았다는 통화를 했는데 통화 내용은 다들 건강하고, 죽을 뻔했다는 농담도 할 정도로 컨디션은 좋았다. 하지만 이후 “좌우로 눈사태가 심하게 나고 있어서 하강을 끝내고도 ABC로 가려면 우측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곳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내용을 끝으로 세 대원과의 연락은 23일 오전 현재 닷새째 끊긴 상태다.


대한산악연맹(회장 이인정)과 세 대원의 소속사인 노스페이스(회장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사고 즉시 현지 대원과 연락을 취하며 헬기로 급파된 셰르파들을 통해 수색을 펼치고, 21일 카트만두에 입국한 카조리 원정대(대장 유학재)와 촐라체 북벽 원정대(대장 김형일) 대원들이 헬기를 타고 안나푸르나 남벽 BC로 들어가 수색 등반을 펼치고 있으나 사고자들이 묻히거나 추락한 지점에 대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대한산악연맹은 김재봉 전무이사와 정상욱 노스페이스 상무, 김형우(동국대 OB)씨 세 사람으로 이루어진 수습반을 22일 카트만두로 파견한 데 이어, 24일에는 8,000m 14개 고봉 완등자인 김재수(코오롱스포츠)씨와 13개 등정자인 김창호(몽벨) 등 히말라야와 특히 안나푸르나 지역에 대해 경험이 많은 산악인들을 파견해 실종된 세 산악인을 찾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대산련은 유학재 구조팀장이 종일 수색작업을 펼쳐 본 결과 여러 가지 현장 상황과 박영석 대장 일행의 마지막 무전 내용의 정황으로 판단할 때 남벽 밑 대형 크레바스 부근으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색범위를 좁혔다. 이에 따라 23일은 남벽 밑 대형 크레바스를 위주로 수색활동을 펼칠 계획이며, 큰 위험이 따르지 않는다면 크레바스 속까지 들어가 구조대원들이 직접 들어가 수색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도 간헐적으로 크고 작은 눈사태가 발생하고 낙석이 떨어지는 등의 위험이 따라 신중한 계획 하에 움직일 계획이다.


▲ 박영석 안나푸르나원정대 등반루트 및 집중수색지역

한편, 현지에 도착한 사고대책반(대한산악연맹 김재봉 전무이사, 정상욱 노스페이스 상무이사, 김형우 동국대 산악부 OB)은 23일 오전 추가보급품과 구조장비를 ABC까지 헬기로 직접 가지고 가 수색 및 구조활동에 필요한 제반사항 등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대한산악연맹은 지속된 수색 및 구조활동으로 지쳐 있는 ABC 현장의 대원들의 심신상태 등을 고려해 국내에서 베테랑 전문 등반가들을 안나푸르나 현지로 추가 파견하기로 했다. 24일 추가로 파견될 구조대원은 8,000m급 14개봉을 완등한 김재수(대한산악연맹 이사)씨와 13봉을 등정한 김창호(서울시립대 산악부 OB)씨 등 히말라야 현지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이들로 구성되었다.


한편, 대한민국 산악 영웅 박영석 대장의 실종 소식은 산악인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안타깝게 하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까지도 “끝까지 찾아내야 한다”며 수색을 독려하고 있다. 해외 등반가들도 안타까움을 자제하지 못하고 있다. 산악인이자 극지탐험가로 알려진 미국의 파브리조 상그릴리(38)는 22일 산악 전문지 익스플로러스웹에서 박 원정대의 실종 사실을 전해 듣고 구조·수색에 자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상그릴리는 히말라야와 각 대륙의 고봉뿐만 아니라 극지도 여러 차례 도전한 활동경력 22년차의 노련한 탐험가로 산악계에서 비교적 이름이 잘 알려진 인물이다. 상업 등반가인 그는 고객들을 이끌고 에베레스트가 위치한 쿰부 지역의 아일랜드피크(6,160m)를 등반하기 위해 남체(3,400m)에 머물고 있었다.


상그릴리는 익스플로러스웹 편집장 티나 슬로전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매우 슬픈 소식을 방금 들었다”며 “박영석은 우리 모두에게 영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조리(6,184m)를 등반했기 때문에 구조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고소에 적응이 돼 있다”며 “내가 예정된 등반을 포기하고 떠나더라도 고객들도 모두 이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슬로전 편집장은 “박영석 대장의 실종을 안타까워하는 해외 산악인들이 많다는 점을 대한산악연맹에도 알려 달라”고 익스플로레스웹의 한국 주재 기자인 이규담씨를 통해 전해 오기도 했다. 대한산악연맹은 이날 구조·수색을 총괄적으로 지휘하기 위해 카트만두로 떠난 사고대책반이 도착하면 상그릴리와 연락해 동참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글·한필석 부장 / 월간 산 11월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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