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안개바다에 빠진 북한산 백운봉 *-

paxlee 2012. 7. 1. 19:17

 

안개바다에 빠진 북한산 백운봉

 

나는 북한산을 갈때마다 북한산과 삼각산을 헷갈린다. 왜 그럴까? 오늘도 혼자서 북한산 아니, 삼각산 백운봉을 올라가면서 북한산을 가는 것인가? 삼각산을 가는 것인가? 그 결론을 얻어내지도 못하고 올라갔다. 어제 비가 내려 정상에 서면 시야가 좋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면서 정상을 향해 걸었다. 생각외로 날씨는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 안고 있었다. 정상에 올라가는 시간이면 그때는 햇볕이 내려 쬐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올라갔다. 하루고개에 도착하니 안개는 더욱 깊게 내려앉아 시야가 30m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였다.

 

오늘은 북한산 정상 백운봉에 올라서니 안개바다에 빠저 허우적 거리는 백운봉 밖에 보이지 안았다. 인수봉과 만경봉을 안개바다 속에 깊숙히 빠져 그 흔적 조차없이 사라졌으니 오늘은 북한산 백운봉이라 하고 싶다. 백운봉 홀로 삼각산의 동료 인수봉과 만경봉을 잃고 조금은 외로운 섬 백운봉이 되어 있으니, 삼각산이 아니라 그냥 북한산 백운봉이라 불러도 될것 같다. 바다라면 멀리 파란 수평선이라도 보여 주련만, 안개바다는 하늘과 땅이 맞 닿아 산과 산, 인간의 시야는 안개의 깊은 심연의 세계로 만들어 버렸으니 안개바다는 깊은 바다 속 같았다.  

 

수없이 많은 발자국을 산 길에 수를 놓으며 걸었지만, 오늘처럼 안개가 짙게 깊게 이 세상의 사물들은 모두 삼켜버린 이런 날은 처음인 것 같다. 코앞에 서 있어야 할 인수봉은 어디로 갔으며, 입을 벌리고 먹을 것을 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의 만경봉은 어디로 숨었단 말인가. 오늘은 산에서 무슨 비밀회의가 열리기에 이렇게 깊은 장막을 쳐 놓고 해를 가리고 인간의 눈을 가린단 말인가. 그 답답함이 세계경제의 암울함과 같고, 우리 19대 국회의 개원이 암담한 현실과 청년실업의 암흑처럼 우리의 미래을 보여주는 것 같아 정말 답답하고 답답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이 보여주는 것 만 보아야 하고, 불평불만을 표현해서는 안된다. 자연이 만들어 주는 현상은 우리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 이므로 그대로 받아 드려야 한다. 자연이 인간에게 전하는 교훈은 안개바다가 얼마나 심각하며 얼마나 답답한 것인가를 보여주면서 멀리만 바라보지 말고 먼저 가까이 있는 가족과 이웃을 챙길줄 알아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하기 위한 것인 지도 모른다. 우리는 참으로 높은 것, 많은 것, 달콤한 것, 보기 좋은 것, 멀리 있는 것, 내것이 아닌 남의 것을 탐 하면서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고 타인과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이기주의에 멍들어 있는 것을 깨우쳐 주기 위한 자연의 연극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오늘(7/1) 북한산 산행은 우이동(09:50)에서 시작 하였다. 5월과 6월 그렇게도 가뭄이 심하여 산 길에 발자국의 흔적을 남길 때마다 그렇게도 먼지를 날리드니 6월 마지막 날 기다리던 단비가 내려서 반가웠다. 비가 내린 다음이라 개울에서는 불어난 물이 힘차게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단비가 내리는 것으로 올해도 벌써 반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세월이 빠른 것인가, 내가 개으런 것인가, 비가 내린 다음날의 산행은 언제나 서울의 하늘을 덮고 있던 연무를 땅으로 가라안혀 맑은 하늘과 멀어진 시야가 일품이다. 오늘은 그것도 예외 인 날이다.

 

예외는 언제나 있는 것이니까 불평은 이제 그만 하자. 백운 제2지킴터에서 작은 능선길을 올라갔다. 촉촉한 산 길은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경사길을 올라가니 안개낀 날씨지만 습기가 많아서 그런지 땀은 흘러내렸다. 능선 쉼터에서 땀을 닦고 쉬었다가 다시 올라갔다. 이 길은 도선사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서 깔닥고개를 올라가 하루재에서 또 쉬었다가 하루재를 넘어갔다. 오늘은 인수봉이 안개속에 파뭍혀 암벽타는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 그것이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올라갔다. 산 길에 흙은 모두 빗물에 씻겨내려가고 바위와 돌맹이만 앙상한 길을 천천히 올라갔다.

 

백운산장을 오르는 개울가 길은 그대로 암벽길이다. 백운산장 쉼터에서 한 번 더 쉬었다가 다시 올라갔다. 여기서 위문까지는 10여분 걸리고, 위문에서 백운봉까지도 10여분이 소요되는 거리이다. 산객이 많이 지체가 되면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힘들게 백운봉 정상에 올라서니 인수봉도 만경봉도 보이질 안으니 이럴수가 있나, 이 세상 모든 사물이 안개바다 속에 삐져 버렸으니 이걸 어떻게 해! 육지와 멀리 떨어진 넓은 안개바다에 빠진 외로운 섬에 갖혀있다는 느낌이 허전하다. 안개가 움직이는 모습은 더욱 시야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었다. 북한산을 집어 삼킨 안개바다 그 안개가 너무 짙다.

 

정상(11:50) 바위를 한 바퀴 돌고 내려와 한쪽에 앉아 간식을 간단하게 먹고 쉬었다가 백운봉을 내려(12:30)갔다. 위문을 지나 만경봉 우회길을 돌아갔다. 물을 먹음은 바위길은 조금 미끄럽기도 하였다. 산객이 많아 조금씩 지체를 하면서 지나갔다. 노적봉 안부를 지나 용암문을 거처 대동문까지 가는 길은 오르내림이 적은 능선길이라 쉬엄쉬엄 걸었다. 대동문을 지나 산성을 넘어 칼바위를 향해 내려가서 칼바위 암벽코스를 올라갔다. 산성에서 칼바위봉이 보이지 않았지만, 칼바위봉을 넘어가는 암봉을 올라갔다. 암봉을 넘어서 칼바위봉 정상에 올라서도 북한산은 안개바다에 푹 빠져 그 흔적 조차 보이질 않았다.  

 

칼바위 암벽길을 내려가 문필봉에 올랐다가 화계사 쪽으로 하산을 하였다. 혼자걷은 산행은 여유가 있어 좋은 점도 있지만, 산행을 하는 동안 말문을 닫고 해야 한다는 것은 답답하다. 그래서 산행은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즐겁고 기분을 좋게 한다. 같은 산을 오르면서 같은 곳을 바라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를 수 있지만, 함께 만들어 가는 산행의 추억은 아름답기만 하다. 산행사진과 산행후기는 산행을 같이 한 동료들과의 아름다운 정이 스며있고, 산행하면서 보고 느낀 감동을 공감하면서 산행문화를 넓혀가는 자세가 삶속에 녹아들기도 한다. 나는 혼자 북한산에 갔다가 안개바다에 빠졌다가 겨우 살아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