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백수의 일상 - 43. <토요일(11/ 05)산촌에서>

paxlee 2020. 12. 7. 06:15

토요일 (11/ 05) 산촌에서 

 

 

산촌의 이른 아침의 기온이 -4도이다. 매우 춥겠다고 생각 하면서 산책길을 나섰다. 생각 외로 날씨는 그렇게 춥지가

않았다. 바람이 불지 않았다. 백토재를 향해 걸었다. 아침 공기는 싸늘했다. 청량 하다고 할만큼 해맑은 공기를

호흡하며 산길을 걸어가는 몸은 가볍고, 정신은 세수를 할때처럼 깨끗함을 인식 시켜 주었다.

한 친구가 천천히 갈테니 먼저 가라고 한다. 오늘도 무릎관절이 편치 않나보다. 그럼 천천이 오라고 하고는 둘이

앞서갔다. 매인 길에서 임도길로 접어들면 계속 오르막 길이다. 처음에는 평지와 별로 다르지 않지만 올라

갈수록 산길은 경사길이고 차츰 힘과 인내를 요구한다.

천천히 걸으면 더 춥기 때문에 우리는 이야기를 하면서 빠르게 발을 옮겨 놓았다. 그렇게 경사길이 고도를 높이는

오르막길을 한참을 걸어가던 친구가 땀이 난다고 하며 걸음을 늦춘다. 날씨가 추우니까 옷을 겹쳐 입었드니

그런가보다고 한다. 이제 백토재 까지는 한 구비만 돌아서 올라가면 된다.

이렇게 영하의 날씨에도 땀을 흘리며 이침 산책을 할수 있다는 것은 선택받은 인간의 삶이라는 자부심을 심어

주기까지 하였다. 싸늘한 새벽 공기로 호흡을 하연서 느끼는 상쾌한 기분은 아침 산책에서만 얻어지는 선물이다.

마지막 굽이 길을 돌아 백토재에 올라섰다. 이침해는 이직 앞산에 올라오지 않았다.

심 호흡을 하면서 간단하게 맨손 체조로 몸을 풀고, 팔굽혀 펴기를 하고는 올라온 길을 되돌아 내려갔다. 올라 갈때

보다는 한결 발걸음이 가볍다. 길옆 산은 나무숲이 울창하다. 나무 밑에는 낙엽이 두껍게 쌓여있다. 나무 밑에는

숲이 욱어져 잡초가 자라지 못해 나무 밑이 훤하게 뚫렸다. 쭉쭉 뻗은 잣나무와 낙엽송이 경쟁하듯이

빽빽하게 서있다.

 

천천히 올라 가겠다고 한 친구는 산길로 돌아갔는지 만나지 못했다. 함께 걷는 친구가 산길로 가자고 했드니,

등산화가 아니고, 운동화를 신어서 산길에 미끄러지고, 발과 신발이 각각 놓아 걷기가 힘들다고 하면서 그냥

평지길을 걷자고 하였다. 가던 길을 걸어서 돌아오니 먼저간 친구가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샤워부터 하였다. 그러는 동안 아침밥이 준비되어 식사를 하였다. 우리의 식탁은 언제나 밥과 국이나

찌게 하나로 식사를 한다. 복잡하게 여러가지 반찬이 필요하지 않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주인 친구는

상주 선산 산소에 몇분이 모여 묘지에 대해 협의건이 있다고 10시쯤 떠났다. 우리는 무엇을 할까 생각했다.

 

어제 잘라온 엄나무를 토막내서 굵은 것은 쪼개서 말려놓고 필요할때 사용하기 위해 자르려고 하니 앙칼진 가시

때문에 잡기가 불편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낫으로 가시를 제거하라고 부탁하고 나는 톱으로 짧게 잘랐다.

친구가 가시를 다 제거하고 짤라놓은 엄나무를 칼과 망치로 굻은 것은 여려 갈래로 갈랐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사이 오후 2시가 넘었다. 그만 점심을 먹고 하기로 하였다. 밥은 아침에 해 놓은 것이 남아서,

무국을 끓이기로 하였다. 무국을 끓여보지 않아 친구에게 레시피를 찾아 보라고 하면서 무를 씻고 잘랐다. 폰으로

찾아봐도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집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 보고 그대로 하였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개란을 풀어넣고 하였드니 먹을 만 하였다.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쉬었다가 엄나무

자르고 쪼개는 작업을 다시 시작하였다. 4~5cm 길이로 자르고, 가는 것은 네등분하여 쪼개고, 굵은 것은

6~8등분하여 쪼개는 작업은 네시 반이 넘어서 끝이났다. 구지뽕나무는 다음에 와서 하기로 하고,

오늘 작업은 마무리 하였다.

 

친구가 힘들다고 둘이서 따뜻한 방에 누웠다가 1시간 정도 잠을 잤다. 일어나 보니 밖이 어두워 졌다. 그런데

상주에 간 친구가 오지 않는다. 전화를 해 볼까 하는데, 친구가 들어온다. 산을 3시간 정도 걸었드니, 힘들어

죽겠다며 쓰러질것 같다고 한다. 점심도 4시가 넘어서 먹었다고 했다. 나는 또 식사 준비를 했다. 밥을 짓고,

낮에 먹던 국을 덮여서 먹었다.

 

상주를 다녀온 친구는 밥 먹을 힘도 없다고 했다. 그래도 조금 먹으라고 했드니, 국만 조금 먹었다. 나갔던 친구는

밥을 먹고 쓰러져 잤다. 우리는 바둑을 몇판 두고, 또 고구마를 꾸어서 먹으며 산촌의 생활에 불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잠을 자던 친구가 10시쯤에 피로가 좀 풀리는 것 같다며, 일어났다. 우리는 다시 이야기

천국에 빠져 들었다.

 

우리도 저녁때 낮잠을 조금 자서 그런지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과거 고향 이야기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열중하고 있었다. 백수들의 생활은 도시에서 갖혀지내다가 이곳 제3의 공간에서 누리는 자유로움은 푸른

하늘처럼, 산 넘어 산이 첩첩이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산 그리메 같이 우리는 우리들 만의 삶을

즐기는 시간 이었다. 12시 반이 넘어 우리는 잠자리에 들었다.

 

엄나무를 자르고 쪼개는 작업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