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삶의글

백수의 일상 - 265. <10월 27일은 수요일이다>

paxlee 2021. 10. 27. 10:06

 

 

오늘은 10월 27일 수요일이다. 아침까지 비가 내렸다. 아침 산책을 나가려고 하는데, 처마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기다렸다. 그 소리가 차츰 잦아들었다. 구름이 끼어서 그런지 5시 40분쯤에 밖으로 나갔다. 오늘도 어제처럼 공원길을 걸었다. 전에는 도봉산 자락길을 걸었는데, 여름에 가물어서 산길을 걸어서 다녀오면 무릎까지 바지에 먼지가 하얕게 달라붙었다. 그것이 싫어서 어느날 부터인가 공원길을 걷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공원길이 아침 산책길이 되었다. 공원이 넓지않다. 좌우로 길이 형성되어있고, 나무와 숲이 있고 인공 연못에 연꽃잎도 있고, 길 섶에는 다양한 야생화가 피고 진다.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만들어진 공원인데, 메타콰세이아 나무가 줄지어 서있고, 공원의 연륜을 이야기하는 나무들이 우겨져있다. 사시사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봄에는 생동하는 녹생의 자연을 즐기고, 뜨거운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어 준다. 

 

지금 가을은 이곳의 수목들도 겨울 준비를 하면서 가을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벚꽃나무가 가장 먼저 붉은 단풍을 연출하고 있다. 벚꽃나무 단풍은 아름답지는 않지만, 푸른잎새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어느 수종이 특별히 많지않다. 소나무가 그렇고, 느티나무도 있다. 단풍나무도 여기저기 섞여있지만 아직 단풍잎같은 단풍의 칼라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도봉산에서 흘러내리는 방학천은 언제나 물이 모자란다. 

 

이곳 '발자국공원'은 이름이 참 촌스럽기도 하다. 허구많은 이름중에 발자국이란 이름을 붙였을까? 처음부터 걷기위한 공원이었기 때문일까? 넓지도 않은 길에 그래도 쉬어갈수 있는 벤취가 여기저기에 마련되어 있다. 운동기구도 몇 군데 만들어 놓았고, 올해 공원에 추가공사를 하면서 테크길도 마련하였다. 빈곳에 나무도 심고, 길 섶에 야생화 꽃도 촘촘히 심었다. 여름에는 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할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맨발로 걷는 향토길도 마련하였다. 이곳은 인기있는 길이 되었다. 남녀 가리지 않고 아침이고 낮이고 저녁까지 이길을 걷는 사람들은 날로 많아지는 것 같이 보인다. 그리고 끝나며 발을 닦는 수도를 마련하여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우리에게 공원이 필요한 이유는 휴식과 건강을 위한 걷기운동을 권장하는 시설이 다양하게 설치하는 지방행정의 발전이 주민과 더불어 이루어 지고 있다. 

 

지난 여름 한창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1달간은 구청에서 공원에 커다란 냉장고를 한쪽에 설치하고 새벽부터 냉동된 500ml 짜리 냉수를 공원 이용객들에게 제공하여 크다란 인기를 누리기도 하였다. 저녁에는 늦게 가면 동이나고 없을때가 많았다. 주민과 함께하는 행정의 복지제도가 이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자금은 100세 시대라 하여 연로한 노인들이 공원을 주름 잡고 있다. 건강을 위한 걷기운동은 노인들의 필수 운동이 되었다. 

 

발바닥 공원을 한바퀴 돌고 건널목을 건너 '발바닥 길'을 따라가면 그 끝쪽에 '김수영문학관'이 있다. 그기서 100m 쯤에 원당샘공원이 있다. 아주 작은 미니 공원이다. 이곳이 서울이 되기전부터 변두리 우물역할을 하던 원당샘이 지금은 공원으로 탈바꿈하여 이 샘물을 받아 작은 연못을 만들고 그곳에 연꽃을 심고, 그곳에 정자를 세웠다. 그 옆에는 600백년 이상되는 은행나무가 한그루 서있다. 

 

그 은행나무는 방학동 역사를 증인이다. 은행나무 앞쪽 언덕에는 어머니의 한을 이기지 못해 폭정을 일삼다가 반정에 무너진 연산군의 묘가 있다. 어머니의 한을 풀어주지 못한 아들! 연산군은 아버지 성종에 버금가는 성군이었다. 할머니 인수대비에 의해 어머니 윤씨가 폐비가 되어 쫓겨난 후 사약을 받아 돌아간 사연을 알게된 것은 성종이 돌아가신 후 제문에 의하여 밝여졌다. 

 

연산군은 그때부터 왕이 아니었다. 어머니를 잃은 그 모정에 모든것을 잃게 되었다. 어머니의 정이 어릴때부터 그리웠던 연산군은 임금도 싫어졌다. 그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임금도 필요없었다. 그렇게 연산군은 무너졌다. 그의 묘가 하필이면 '북한산 국립공원 둘레길' 옆에 '방학동 은행나무'가 연산군의 묘를 지켜주고 있을까? 역사의 미스테리는 암울하다. 연산군과 은행나무는 친구처럼 마주보며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여기서 200m 거리에는 세종대왕의 두번째 공주 정의공주 묘가 길옆에 있다. 여기서 다시 도봉산 자락으로 둘레길이 연결된다. 산 길은 흙길이라 시멘트 길보다 걷는 기분이 다르다. 계단길을 내려서면 직진은 도봉산으로 연결되는 돌레길이 계속이어지고, 조금 더 진행하면 산행길이 연결된다. 도봉산 산행을 할때 올라가는 길이다. 이 계단길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우리의 문화재을 일본으로 반출하는 것을 지키신 전형필 선생 가옥이 있다. 이곳까지가 방학동 역사문화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