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야기

백수의 일상 - 484. <청와대 가면 놓치지 말아야할 꽃과 나무 (5)>

paxlee 2022. 5. 25. 08:39

 청와대 가면 놓치지 말아야할 꽃과 나무

 

지난 주말 다녀온 청와대 경내는 정성들여 가꾼 공원 느낌이었다. 다양한 꽃과 나무들이 제 위치에서 자라고 있었고, 돌보는 사람들의 정성 때문인지 같은 꽃과 나무라도 더 크고 건강해 보였다. 여기에다 5월 신록과 푸른 잔디가 어우러져 청와대 경내는 더욱 싱그러운 분위기였다.

 

놓치지 말아야할 꽃과 나무 10가지

 

청와대 경내에는 180여 종의 나무 5만여 그루가 자란다. 이중 수궁터에 있는 주목(朱木)은 꼭 봐야한다. 추정 수령이 740여년으로 청와대 경내 최고령 터줏대감이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청와대 경호처가 2019년 펴낸 ‘청와대의 나무와 풀꽃’에서 이 나무가 “고려 충렬왕 때인 1280년에 태어났다”고 했다. 주목엔 흔히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말이 붙는다. 강원도 정선 두위봉에는 추정 수령 1000~1400년 주목 3그루가 자란다. 천연기념물이다. 주목은 수형이 좋아 공원이나 화단에도 많이 심는다.

 

청와대 주목. 추정 수령이 740여 년인 청와대 최고령 나무다.

 

녹지원은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평을 듣는다. 이 잔디밭에 있는 반송은 청와대의 상징 같은 나무다. 수령 170년 안팎으로 키 12m, 폭 15m가 넘는다. 반송은 소나무 중에서 메인 줄기 없이 밑부분에서 여러 개로 갈라져 동그랗게 자란 품종을 가리킨다.

 

청와대 녹지원 반송은 청와대의 상징같은 소나무다.

 

청와대 본관 근처에 가면 본관 입구 바로 오른쪽에 있는 참꽃나무도 한번 눈여겨 보기 바란다.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진달래과 나무인데, 반갑게도 청와대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참꽃나무는 제주도를 상징하는 꽃, 도화(道花)이기도 하다. 5월에 잎과 함께 꽃이 나오는데 색감이 참 화사하다. 꽃이 진달래와 철쭉 꽃을 섞어놓은 듯하고 잎도 둥글넓적한 것이 진달래와 철쭉 잎을 섞어놓은 듯하다. 아쉽게도 지금은 꽃이 졌지만 내년 봄을 기약하면서 일단 눈여겨봐두자.

 

왼쪽이 청와대 영빈관 입구 참꽃나무, 오른쪽은 안면도수목원에서 담은 개화한 참꽃나무.

 

녹지원 옆 숲길에 가면 만병초를 만날 수 있다. 만병초는 진달래과에 속하는 상록성 관목이다. 한 여름에 깔때기 모양의 예쁜 꽃들이 흰색 또는 연한 분홍색으로 피는데, 지난 주말까지 꽃이 남아 있었다. 2018년 남북 정상이 백두산 정상에 올랐을 때,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이설주가 “(백두산에) 7~8월이 제일 좋습니다. 만병초가 만발합니다”라고 말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그 만병초가 우리 집 마당에도 있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만병초. 녹지원 옆 숲길에 있다.

 

산딸나무는 요즘 청와대에서 가장 싱싱한 나무 꽃이다. 5~6월 하얀 꽃잎(정확히는 포) 4장이 모여 피는 꽃이 아름다운 나무다. 원래 산속에서 자라는 나무였으나 꽃과 열매가 예뻐서 공원이나 화단에도 많이 심고 있다. 이름은 가을에 딸기 같은 붉은 열매가 달린다고 붙은 것이다. 꽃잎 끝부분이 오목한 꽃산딸나무(미국산딸나무)도 많이 심고 있다.

 

청와대 산딸나무. 요즘 청와대에서 가장 싱싱한 나무 꽃이다.

 

청와대 곳곳에서 말채나무 꽃이 피고 있었다. 청와대 나무들답게 크고 수형도 좋은 나무들이 많았다. 말채나무는 가지가 낭창낭창해서 말채찍으로 쓰기 좋다는 뜻의 이름이다. 말채나무는 층층나무 비슷하게 생겼는데, 층층나무는 잎이 어긋나기로 달리지만 말채나무는 마주나기로 달린다. 또 층층나무는 잎맥이 6~9쌍이지만, 말채나무는 3~5쌍으로 적다. 청와대에 있는 큰 나무엔 대부분 이름표를 붙여 놓았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 말채나무. 소정원에서 담은 것이다,.

 

청와대 곳곳에 자란도 많이 심어놓았다. 남쪽에서 자생하는 야생 난초의 하나인데, 오묘한 색과 자태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다. 야생 난초를 무분별하게 캐가면서 풍란·복주머니란 등처럼 멸종 위기에 처한 난초가 많지만, 자란은 그 반대다. 증식을 통해 주변에서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난 종류다.

 

청와대 자란.

 

인동덩굴 꽃도 청와대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5~6월 잎겨드랑이에서 입술 모양의 기다란 꽃이 나와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점점 변하며 핀다. 그래서 금은화(金銀花)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얼마전 북한 노동신문이 코로나에 걸리면 더운물에 우려 먹으라고 한 바로 그 식물이다.

 

청와대 인동덩굴. 꽃이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뀐다고 금은화라고도 부른다.

 

원추리는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꽃이다. 우리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백합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없이, 잎이 아래쪽에서부터 서로 포개져 부챗살처럼 올라오면서 양쪽으로 퍼진다. 그 사이에서 긴 꽃대가 올라와 다시 여러 갈래로 갈라져 꽃송이를 매단다. 꽃이 아름다운데다 꽃을 오랫동안 볼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청와대 원추리답게 싱싱하고 꽃도 큰 것 같았다.

 

청와대 원추리.

 

요즘 어디 가나 노랑꽃창포가 제철이다. 노랑꽃창포는 보라색 붓꽃이나 꽃창포같이 생겼는데, 꽃이 노란색인 꽃이다. 주로 물가에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청와대 경내 물가에도 여기저기 노랑꽃창포가 만발해 있었다.

 

청와대 노랑꽃창포.

 

역대 대통령들이 심은 나무를 보는 재미

 

청와대 관람은 역대 대통령들이 심은 나무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누가 심었는지, 어떤

나무인지, 언제 심었는지 등을 표석에 담아 놓았다.

 

먼저 상춘재 앞에서는 전두환 대통령이 심은 백송, 문재인 대통령이 심은 동백나무·모감주나무 등을 볼 수 있다. 백송은 자랄수록 나무껍질이 큰 비늘처럼 벗겨지면서 흰빛이 돌아 백송이라 부른다. 소나무·반송 등은 바늘잎이 2개씩 모여 있지만, 백송은 3개씩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본관 앞 소정원이나 수궁터 일대에도 대통령들이 심은 나무가 많다. 본관에서 소정원으로 들어서자마자 노태우 대통령이 심은 구상나무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특산인 상록성 침엽수다. 한라산·지리산 등에서 제한적으로 자라는데, 수형이 근사해서 요즘 공원·화단에서도 볼 수 있는 나무다. 기후변화 등 영향으로 군락지가 점점 줄어들어 대책이 필요한 나무이기도 하다.

 

소정원 중앙에 박근혜 대통령이 심은 이팝나무가 있고, 수궁터 입구 수령 740년 주목 옆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심은 소나무를 볼 수 있다. 수궁터에서는 김영삼 대통령이 심은 산딸나무가 마침 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관저 인수문 바로 앞에서는 노태우 대통령이 심은 근사한 소나무를 볼 수 있다. 영빈관 앞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심은 무궁화가 있고, 그 옆 담장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1978년 12월 9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심은 가이즈카향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

 

이번에 등산로를 새로 개방한 북악정 일대에도 대통령들 기념 식수를 볼 수 있다. 북악정 오른쪽에 김대중 대통령이 심은 느티나무, 왼쪽에 노무현 대통령이 심은 서어나무가 있다. 이 서어나무에는 지금 원통형 열매가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서어나무는 수피가 울퉁불퉁한 것이 운동을 많이 한 근육질의 남성 피부를 연상시킨다. 서어나무는 숲이 천이를 계속하다가 맨 마지막 단계, 극상림을 구성하는 나무다.

 

북악정 바로 아래엔 이명박 대통령이 심은 산딸나무가 있고, 금융연수원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심은 은행나무를 볼 수 있다. 이승만·윤보선 대통령이 심은 나무에 대한 기록은 없고 최규하 대통령은 업무동에 독일가문비나무를 심었는데 이곳은 아직 개방하지 않은 구역이다.

 

[김민철의 꽃이야기] <145회> : 김민철 조선일보 논설위원 : 202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