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야기

백수의 일상 - 493. <청와대 백과사전 2.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paxlee 2022. 6. 1. 10:53


청와대와 북악산 나무들

※ 백악산은 1·21사태 이후 한동안 허용된 길로만 출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백악산 식생이 철조망의 엄호를 받았다면 백악산 아래 청와대 풀과 나무들은 정원사의 극진한 보호를 받아왔다. 그래서 청와대는 창덕궁 후원 못잖은 명품 정원이다. 나무마다 사연도 많다.

▶ 백악산 정상과 청운대 사이에 있는 1·21사태 <소나무>


정상과 청운대 사이에 있다. 나무 몸통에 난 구멍들을 시멘트로 메우고 그 위에 둥근 모양으로 하얗고 빨갛게 칠했다. 나무의 총탄 자국은 공비들이 백악산 능선을 타고 튀었음을 말해준다.총 맞은 나무 수령은 100년이 넘어 보인다. 꽤 나이 들어 보이지만 백악산에 이 정도면 청년이다.


▶ 상춘재 부근에 있는 청와대의 상징과 같은 존재<반송>과 <적송>

상춘재 부근에는 나무 120여 종이 자란다. 잔디밭에 있는 반송은 청와대의 상징 같은 나무다. 177세(2022년 기준) 먹었다. 키 12m, 폭 15m가 넘는다. 반송 옆에는 적송 3그루가 있다. 4그루로 보이지만 오른쪽 두 그루는 뿌리를 같이 하는 한그루다.

▶ 청와대 최고참 나무, 수궁터 <주목>



수궁터에 있는 주목. 줄기가 붉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썩어 천 년, 합해 삼천년을 간다’는 청와대에서 최고참 나무다. 743세(2022년기준) 잡수신 왕할아버지다. 그 왼쪽에 구 청와대 본관 터임을 표시한 호리병조각이 있다.

▶ 작은 공원 버들마당 <용버들> 한그루



연풍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작은 공원인 버들마당이 있다. 여기에 훤칠한 용버들 한그루가 서있다. 이 땅에서 가장 굵고 큰 나무로 알려져 있다. 천연기념물감이다. 버들은 물을 좋아한다. 근처에 개울이 흘렀다는 증거다.

▶ 포토존으로 통하는 녹지원 뒤 <회화나무> 고목



녹지원 뒤 숲에서 자라는 회화나무 고목 중 하나다. 단정하고 늠름하게 생겼다. 청와대 관람 안내인이 설명하는 자리이자 포토존이다.

▶ 강릉~원주간 영동고속도로를 만들 때 옮겨다 심은 대정원 <금강송> 10그루


정문을 통해 본관으로 가다보면 대정원 양편에 키가 훤칠한 금강송 무리가 있다. 춘양목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강릉~원주간 영동고속도로를 만들 때 10그루를 옮겨다 심었다.


▶ 박정희 대통령이 심은 영빈관 동쪽 <가이즈카 향나무>


박정희 대통령이 심은 영빈관 동쪽에 있는 가이즈카 향나무. 문화재청은 이 나무를 사적지 부적합 수종으로 결정한 바 있다. 일제의 상징이니 뽑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이땅에서 자라면 우리 나무인데 감정적 접근을 경계해야한다는 주장이 있다.


▶ 1980년 최규하 대통령이 심은 대통령 전용 헬기장 옆 <독일 가문비나무>


최규하 대통령이 1980년에 심은 독일가문비나무. 1944년생 원숭이띠다. 대통령 전용 헬기장 옆에 있다.


▶ 전두환 대통령이 심은 상춘재 앞 <백송>



상춘재 앞에 있는 백송. 전두환 대통령이 심었다.


▶ 1988년에 노태우 대통령이 심은 본관 동쪽 <구상나무>


1988년에 노태우 대통령이 심은 본관 동쪽에 있는 1960년생 쥐띠 구상나무다.

▶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이 심은 수궁터 <복자기>


수궁터에 있는 단풍나무의 한 종류인 복자기. 1980년생 원숭이띠다.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이 심었다.

▶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제1차 남북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하여 영빈관 앞 <무궁화>


영빈관 앞에 있는 무궁화.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김대중 대통령이 심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심은 백악정 <서어나무>


성곽로 끝, 백악산 정상에서 청와대쪽으로 타고 내려오는 능선 중간에 백악정이 있다. 청와대 담장 밖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본래 정자가 없었는데 2004년 4월에 만들었다. 서울 사대문 안은 물론 아차산, 남산, 관악산까지 보인다. 이 한쪽에 2004년 5월 16일 노무현 대통령이 심은 서어나무가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심은 백악정 <산딸나무>


이명박 대통령이 심은 산딸나무도 백악정에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심은 소정원 한가운데 <이팝나무>


대정원 동편 소정원 한가운데 있는 이팝나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심었다.

▶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심은 상춘재 동쪽 <동백나무>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심은 동백나무. 녹지원과 이어진 상춘재 동쪽에 있다.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 

● 청와대 일대의 문화유산

▷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경호원들이 역사문화유산 관련 연구 동아리를 결성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발품을 팔아 2007년에 『청와대와 주변 역사·문화유산』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내용이 충실하다는 평을 받았다.
▷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추천사.. “청와대 내부와 인근의 문화유산을 새롭게 발굴하여 상세히 소개하고 있어, 이는 단순히 호사가적인 관심의 충족이 아니라 그간 잊혀져왔던 이 땅의 역사와 내력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소개한 본격적인 문화유산 저술이라는 점에서 놀라움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 대통령 관저 뒤 <'천하제일복지'가 새겨진 바위>
 
1990년대에 대통령 관저 뒤에서 ‘천하제일복지’가 새겨진 바위를 발견했다. 청와대 자리가 예부터 명당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표석 왼편에 연릉오거(延陵吳据)라는 글자로 보아 중국 남송 연릉 지역 출신 오거의 글씨를 집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위 아래는 물이 솟는 천하제일복지천이 있다. 관저를 새로 지을 때 지금의 모습으로 주변을 정비했다.

▶ 흐르는 물을 베개 삼는다는 뜻의 <침류각枕流閣>


침류각(枕流閣) : 오운정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손석희 전 앵커와 퇴임 인터뷰를 한 장소다. 흐르는 물을 베개 삼는다(枕流)는 뜻이다. 본래 관저 자리에 있었다. 1989년에 관저를 지으며 지금 자리로 옮겼다.

▶ 임금의 휴식처였고 청와대의 유일한 정자 <오운정五雲亭>


오운정(五雲亭) :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며 후원인 경무대를 만들었다. 일제가 훼손하기 전인 1910년대 이전까지 이곳은 창덕궁 후원처럼 수려한 계곡과 정원이 있었다. 경무대에는 32개동의 건물이 있었다고 한다. 그 중 오운각(五雲閣)은 임금 휴식처, 융문당(隆文堂)은 과거시험을 보는 장소이고, 융무당(隆武堂)은 군사를 조련하는 장소였다. 오운정은 청와대에서 유일한 정자다. 현판은 이승만 대통령 글씨다. 관저 자리에 있던 정자를 관저를 신축하며 현재 자리로 옮겼다.

▶ 9세기경에 만들어져 남산 계곡에 있던 <석조여래좌상>


석조여래좌상 :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경 제작돼 경주 남산 계곡에 있던 불상이다. 이를 일제 때인 1912년 데라우치 총독이 서울 남산 총독 관사인 왜성대로 가져갔다. 1939년 총독 관사를 현재 청와대 자리에 만들며 함께 옮겼다. 관저를 새로 지을 때 지금 위치로 이전했다. 몸체가 온전하고 연꽃문양을 새긴 대좌까지 남아있는 통일신라 석불은 많지 않다. 기독교 장로 대통령 시절에 불상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영삼 대통령 때는 불상을 치워버렸다는 헛소문이 돌았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일부 신도들이 성모상과 예수상을 함께 들여놓으라는 요구도 했다.

● 백악산

▶ 아이를 업고 있는 모습의 남쪽 8부능선 <부아암>


부아암(負兒岩) : 정상에서 남쪽 방향으로 8부 능선에 툭 튀어나와 있다. 바위 두 개가 포개져 있는데 아이를 업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붙은 이름이다. 광화문 쪽에서는 돌출부위가 드러나지 않지만 동쪽이나 서쪽에서 보면 멀리서도 뚜렷하게 보인다. 정도전이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며 관악산의 화기를 막기 위해 이 바위를 옮겨 놓았다는 전설이 있다. 전설은 전설일 뿐이다.

▶ 신라시대 절이었던 동편 중턱 <법흥사 터>


법흥사 터(法興寺址) : 백악산 동편 중턱에 있다. 신라시대 때 지은 절이라고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 자리가 협소하고 계곡물이 적어 스님 한둘이 생활할 수 있는 작은 절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1955년 절집을 지었으나 1.21사태 뒤 폐쇄하고 지금은 건물터, 축대, 주춧돌만 남아있다.

▶ 동쪽 6~7부 능선 계곡 중턱 약수터 <만세동방>


만세동방(萬世東方) : 북악산 동쪽 6~7부 능선 계곡 중턱에는 약수터다. 바위에 만세동방 성수남극(萬世東方 聖壽南極)이라고 새겨져있다. 왕의 만수무강을 바라는 내용이다. 이승만 대통령 때는 이 계곡의 약수터에서 물을 떠다 먹었다고 전해진다.

▶ 청계천 발원지

○ 백악산 인왕산 남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청계천으로 들어간다.
○ 2005년 11월 종로구가 최장발원지를 조사했다. 백악산 서쪽 청운동 자하문 고개, 최규식 경무관 동상에서 백악산 쪽으로 약 150m 지점에 있는 약수터다.
○ 백악산 동쪽 촛대바위 부근의 해발 245m 지점(동경 126°58′41.8″, 북위 37°35′34.4″)을 발원지라고 보는 주장도 있다.

▶ 일제가 정수리에 박은 쇠말뚝을 빼내고 이름붙인 숙정문 북서쪽 400 m <촛대바위>


촛대바위 : 숙정문 북서쪽 약 400m 지점에 있다. 도성길과 붙어있다. 정남 쪽에 경복궁이 있다. 일제가 바위 정수리에 박은 쇠말뚝을 광복 뒤 빼내고 촛대바위라고 이름 붙였다.

▶ 도성의 북문 <숙정문>


숙정문(肅靖門) : 도성 4대문 중 북쪽으로 나가는 문이다. 조선시대엔 음양오행설에 따라 이 문을 열면 여풍(女風)이 분다고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비가 많이 내리면 숙정문을 닫고 남대문을 열었다. 북을 음이고, 남을 양으로 보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4대문 중 유일하게 사람이 지나다니는 문이 됐다.

▶ 청와대 서쪽 광장 <4·19 최초 발포 현장>


 

4ㆍ19 최초 발포 현장 : 청와대 서쪽 광장, 분수대 옆 바닥에는 동판 하나가 누워있다. 일부러 찾아야 보인다. 1960년 4월 19일 화요일 오후 1시 40분경, 이승만 독재에 항거하는 시위대를 향해 처음으로 총을 쏜 현장이다. 이날 21명이 죽고, 17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를 추념해 2018년에 서울시가 만들었다. 국가 폭력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역삼각형 모양(가로 35cm, 세로 35cm)이다. 서울시가 선정한 인권 현장 62개소 중 한 곳이다.

▶ 박정희 대통령 시해현장 궁정동 <무궁화동산>




분수대에서 북쪽으로 길을 건너면 무궁화동산이 나온다. 1993년 2월 김영삼 대통령 취임 후 안가를 헐어 내고 공원으로 만들었다. 행정구역상 궁정동이다. 1979년 10월26일, 이곳 안가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총을 맞고 숨졌다. 병자호란 때 청에 굴복하기를 거부한 김상헌 집터 옆이다. 현장에는 죽음의 자리를 표시한 어떤 활자도 없다. 당시 공원을 조성하던 이가 바위 두 개를 포개놓고, 그 위로 가지를 드리운 소나무 한그루를 심어놓았다. 이 사정을 아는 사람만 안다.


- 중앙일보 청와대 개방으로 청와대백과 사전 시리즈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