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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일상 - 756. <스웨덴의 복지제도와 그 역사적, 문화적 배경.>

paxlee 2022. 8. 31. 00:46

스웨덴의 복지제도와 그 역사적, 문화적 배경.

 

스웨덴은 복지제도가 가장 잘 된 국가이다. 많은 나라들이 스웨덴을 복지국가의 미래상으로 생각하고 관찰하고, 연구하고 있다. 『문명의 모자이크 유럽을 가다』 이 여행기의 작가 정수일씨는 덴마크를 거처 스웨덴을 방문하여 국가와 영토, 역사, 정치, 문화, 예술, 지리 등 방문국의 모든 문제를 하나하나 세밀하게 스터디 한 후에 개인의 여행담을 펼쳐 놓는다. 그래서 이분의 여행기는 역사공부와 문화와 예술 등에 해박한 지식을 펼쳐놓아 역사책인가? 여행기인가? 의아하게 생각하고 느끼면서 읽게 된다. 

 

일반적으로 복지와 사회복지는 유사 개념으로 쓰인다. 그것은 사회적 제도 내에서만 개인의 행복한 삶(복지)이 보장됨으로써 복지와 사회복지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는 임의로 바란다고 해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정의 구성 요소가 갖춰졌을 때만 명실상부하게 실현되는 것이다. 이 구성 요소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이론이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공동체의식이다. 사리를 버리고 공리를 추구하는 의식구조와 협동하며 공생하는 정신, 의식적인 겸양과 준법의 윤리도덕 등 선진적인 화합과 평등의 사회적 기제가 이에 속한다. 이것은 사회복지 도입과 유지의 근본 바탕이다. 

 

둘째는 경제적 자원으로 사회복지 제도에 의한 행복한 삶을 가꾸어나갈 물질적 기반이자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적 자원이 갖춰지지 않았거나 모자랄 때 행복한 삶(복지)이란 공영불에 불과한 허상이다. 북유럽 나라들을 비롯한 몇몇나라들이 복지국가로 공인되고 있는 것은 그들 나름대로 경제적 선진화를 이룸으로써 사회복지를 감당할 경제적 자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의 세째 구성요소는 복지 수혜를 위한 전달체계다. 사회복지 자원을 마련하고 구성원들에게 실제적인 복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각종 제도와 정책, 체계를 수립, 운영함으로써 수혜자들 간에 합리적이고 원활한 전달이 이루어져야 한다. 

 

스웨덴에서 복지제도는 오랜 역사적 뿌리에서 발아해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성장, 진화하다가 20세기에 이르러 현대적 복지 모델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복지모델 이론의 정초자는 스웨덴 경제학자 군나르 뭐르달(Kad Gunnar Myrdal. 1898~1987.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었으며, 그 이론을 현실화한 실천가는 스웨덴 사라회민주당 당수로서 복지국가 정책을 이끈 페로 알빈 한손(Per Albin Hanson.1885~1946. 초대 복지국가 수상)이었다.

 

 

스웨덴의 복지 모델은 1930녀대에 이 나라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이 제시한 사회민주주의형 모델에 함축되어 있다. 뮈르달은 이 모델에서 생산적 복지 개념을 강조하는데, 그에 의하면 이 개념은 저소득층에게 직접 급여를 나눠주는  '땜질식' 복지가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국가가 직접 골고루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중심의 보편적이며 포괄적인 복지 개념이다. 즉 의료, 교육, 보육, 아동보호, 노인요양 등 다방면의 사회서비스를 정부가 직접 운영하고 제공함으로써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의 질을 평등하게 보장하는 것이다. 

 

그밖에 뮈르달은 노동시장 정책에 있어 실업급여 중심의 미시적이고 소극적인 정책을 지양하고 교육과 훈련 중심의 거시적이고 적극적인 정책 도입을 주장했다. 뮈르달보다 시기적으로 좀 이르지만 거의 동시대에 복지 문제를 고민하던 한손은 1928년 복지국가(제도)의 근간에 관해 '국민의 짐'(Folkhemmet the people's home)이라는 유명한 명제를 제시했다. 국가는 국민의 집과 같은 역할을 통해 노동자의 전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그들로 하여금 일정한 수준의 삶의 질을 보장받고 평등한 사회적 귄리를 향유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 명제의 핵심 내용이다. 

 

집권한 사민당 정부는 1938년 복지국가 건설 전반을 조율하기 위해 사회복지위원회를 구성하고 평등주의적 보편주의 원칙하에 연금, 가족수당, 의료보험, 산재보험 등 중요한 사회복지제도를 도입, 확대하는 한편 당시 유럽 대공황의 영향을 받아 실업과 빈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과 주택건설 보조금 제도, 특별실업보험 제도 등 이른바 '스웨덴의 뉴딜정책'을 발빠르게 시행했다. 더불어 사민당은 코포라티즘(Corporatism) 정신을 발휘해 당시 강력하던 농민당을 주동적으로 포섭하여 연립정부를 수립했고 이는 복지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특기할 것은 노사정의 타협과 협력관계였다. 1938년 국가의 적극적인 중제로 스톡홀름 동남쪽 약 20km 거리에 있는 호숫가의 자그마한 마을 살트세바덴에서 노사정 간에 이른바 '살트 세바텐협약'이 체결되었다. 이 협약에 의해 스웨덴 모델의 기본 정신인 노사정 대타협이 이루어지고 사회적 코프라티즘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됩으로써 복지국가 건설의 중요한 기반이 마련되었다. 코포라티즘이란 정책 결정이 정부와 다양한 이익집단 간의 협의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타협가 협력의 이념을 말하며, 노사정 협의가 대표적이다. 노동운동사에서 보기 드문 이러한 협의로 인해 자본가 집단이 사민당의 복지개혁을 지지하게 되었다. 

 

따라서 필자는 스웨덴의 복지국가 건설, 전반을 훑어보면서 이러한 제도와 정책, 법령에서 그네들이 전철로 적시하고 경고한 경험 내지 교훈에 더 많이 주목했다. 그것이 선발국을 창의적으로 따라 배우려는우리에게는 더 필요하고 유익하기 때문이다. 일련의 제도와 정책, 법령으로 보장되는 스웨덴의 복지가 갖는 특징은 대부분 조세수입을 재원으로 하며, 저소득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소득보장과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는 보건사회부가, 교육복지는 교육개발부가, 노동자 복지는 고용부가 각각 분담하고 있다. 보건사회부가 담당하는 사회복지는 금융, 의료, 고령자 돌봄, 아동보호, 장애인 지원 등에 관한 복지를 포함한다. 보건의료는 담당 기관인 국가의료보험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징수한 세금으로 대부분의 재정을 충당한다. 전체 보건의료비는 국가 GDP의 9%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양로원과 자택 요양이 포함된 고령자 복지는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한다. 양육수당 및 부모수당은 16세까지의 자녀에 대한 금전적 지원과 더불어 아동 1명당 480일간의 양육휴가 지원된다. 

 

교육개발부가 담당하는 교육복지는 상당히 발달된 편이다 스웨덴은 일찍부터 인구 감소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로 제기됨에 따라 유아복지에 큰 관심을 갖고 충분한 투자를 함으로써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아교육과 초중등교육은 국공립의 경우 교육비가 전액 면제된다. 연간 학비만도 최소한 20만 크로나(한화 약 2,700만원)가 소요된다. 또한 독일을 비롯한 몇몇 유럽 선발국들의 중등교육에서 실시하는 김나지움(Gymnasium) 교육이 특화되면서 점차 늘어나고 있다. 김나지움이란 유럽의 9년제 대학예비 교육기관으로 한국의 초등학교 6학년에서 대학 1학년까지에 해당하는 교육관을 담당한다. 

 

연대임금제에 참여할 수없는 영세업자들은 자연스럽게 퇴출됨으로써 전반적인 일자리의 질이 개선된다. 이과정에서 생기는 실직자들에게는 국각의 적극적인 노동정책에 의해 더 나은 일자리로의 이동 등 혜택이 주어진다. 전국적으로 15%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보조금을 받는데, 그 액수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의 80%에 달한다. 노동자가 자영업자로 전환해 창업을 할 경우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창업 전문가들의 심의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퇴직자와 실업자에 대한 보장 역시 당사자들에게 실제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상당히 주도면밀하게 짜여 있다. 퇴직으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해 퇴직자들에게 1년간 월급을 지급하되 6개월치는 한꺼번에 준다.

 

퇴직자들의 전직을 돕는 민간기구인 노동자 안전위원회에서도 처음에는 월급의 80%, 이후에는 70%의 보총실업급여를 지불할 뿐아니라 창업에 필요한 법률과 세무, 제반 절차 같은 실무 지식도 전수한다. 그 대신 퇴직자는 노동자안전위원회에 월급의 0.3%를 지불한다. 스웨덴에서 노조 조직률이 70% 이상이라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통 노동자는 재직시 한달 실업보험료로 100크로나를, 노조비로 200~300크로나를 납부한다. 실업보험기금의 재원은 고용주가 55%, 노동자가 45%를 부담한다. 

 

스웨덴에 복지는 국가권력 주도로 정책과 법률에 의해 실현 가능했다는 것이다. 일단 이러한 주장을 근대주의로 정의하고, 그 내용의 합리선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분히 근대주의에 속하는 그러한 협동정신과 상호신뢰, 권력의 민주성과 공정성, 경제의 지속적 성장 같은 복합적 요인들은 근현세의 어느 순간에 우연히 돌출한 것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이며 심원한 역사적 요인에 의해 계승, 작동되는 것이다. 

 

그 근원적 역사적 요인이란? 관행처럼 굳어진 전통적 요인을 말하는데, 이러한 주장을 일단 역사주의로 개념화해본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특출한 기여를 해온 스웨덴 고유의 문화는 자유, 사회적 규범 준수, 합리적 중용의 정신, 실용주의 등을 핵심 요소로 하며, 이러한 요소를 두루 구비한 시민사회가 그 실체다. 즉 1930년대 이후에 출현한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는 과거 스웨덴 고유문화의 계승이자 그 자체이며, 따라서 스웨덴 모델을 다른 나라에 쉽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 주장의 결론이다. 

 

얀테의 규칙(Law of Janre)은 덴마크계 노르웨이 작가 악셀 사네모세(Aksel Sandemose)의 풍자소설 『도망자』에서 유래했다. 마을 사람들이 지켜야 할 '10가지 사회적 도덕과 행동규범'을 권고하고 있다.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 당신이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3) 당신이 남듬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4) 당신이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5) 당신이 남들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6) 당신이 남들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7) 당신이 모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8) 남들을 비웃지 마라. 9) 누근가가 당신을 걱정하리라 생각하지 마나라. 19) 남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등이다. 

 

복지제도의 문화적 배경으로 스웨덴의 낮은 소득격차를 들 수 있다. 의사의 평균 월급은 세후 35,000크로나로, 이것은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이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받는 세후 월급 12,000크로나의 2.9배밖에 안된다. 이러한 낮은 소득격차는 조세정책에 의해 수입이 많으면 그만큼 많이 납세하게 함으로써 격차를 조절하는 덕분이다. 납세율은 소득의 최저 30%에서 최고 55%까지를 적용한다. 스웨덴 복지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되는 고유문화에는 '얀테의 규칙' 말고도 '라곰문화'와 '피카(fika)문화'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라곰은 스웨덴어로 '적당한' '충분한' '딱 알맞은'과 같이 균형을 뜻하는 말로서 동양철학에서 중용과 유사한 개념이다.

 

라곰문화란? 소박하고 균형 잡힌 생활과 공동체의 조화를 중시하는 삶을 지향하는 문화다. 이 말은 8~11세기 비크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스웨덴 사회에서 중시되는 사회적 덕목인 라게트 옴(laget om. 구성원 모두를 위함)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라곰문화 속에서 길러진 스웨덴 사람들은 야심찬 계획보다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삶의 작은 성취를 축하하며, 나를 아끼고 거절하는 법을 배우며,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을 중시한다. 또한 이러한 균형 잡힌 삶을 통해 자기에게 필요한 모든 것으로 적당하게 소유하며, 자신을 둘러싼 지역사회와 환경과 조화롭게 지내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다. 

 

스웨덴 사람들은 유럽에서 커피를 즐겨 마시는 것으로 유명한데 , 피카란? 스웨덴어로 '커피와 함께하는 휴식 시간'을 뜻하는 말로 새로 생겨난 것이다.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피카나 피카문화라는 신조어는 20세기 초에 와서 생겼지만 커피와 커피를 즐기는 문화는 수세기 전부터 이미 유행해 왔다는 점이다. 1700년대 초 스톡홀름에 처음으로 문을 연 커피하우스는 현대적인 까페의 전신으로 주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는 곳이었다. 

 

1800년 경에는 커피하우스와 제과점을 결합한 콘디토리(konditori)가 등장했다. 이때부터 콘디토리에서 휴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커피에 케이크 등을 곁들여 즐기는 전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스웨덴의 여러 도시들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콘디토리가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스웨덴에서 피카문화는 수세기에 걸쳐 내려온 핵심적인 고유문화인 샘이다. 그리하여 이 나라에서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인사 "커피나 할까요?"(Ska vi fika?)는 유사한 뜻으로 주고받는 영어권의 "커피 한잔 할까요?"(Shall we have a coffee?)보다 사회문화적으로 훨씬 더 중요하고 심원한 의미를 담고 있다. 

 

『문명의 모자이크 유럽을 가다』이 책의 정수일 저자는 여행기를 이렇게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와 전통, 제도 등을 먼저 일별해 보고 난 후에 여행을 시작한다. 이책의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유럽의 역사와 문화에 대하여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보는 관점이 남다르다. 덴마크에서는 바이킹 해적에 대하여 깊히 성찰하고, 노르웨이에서는 유럽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하는 지역의 특징으로 빙하가 국토의 75%를 형성하고 있는 현재의 진행사항 등을 살펴보고, '피오르'라는 특이한 지형에 대해서 그 특징을 일별하고,  천연가스, 석유, 수력발전, 삼림자원, 어업 자원이 풍부한 세계3위의 산유국이라고 밝히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복지국가에 대한 사료를 꼼꼼하게 정리하여 이곳에 옮겨 보려고 편집하였다. 

 

정수일 저자는 중국 연변에서 태어나 연변고급중학교와 북경대학 동방학부를 졸업했다. 카이로대학 인문학부를 중국의 국비연구생으로 수학했고 중국 외교부 및 모로코 주재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평양국제관계대학 및 평양외국어대학 동방학부 교수를 지내고, 튀니지대학 사회경제연구소 연구원 및 말레이대학 이슬람아카데미 교수로 있었다.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같은 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5년간 복역하고 2000년 출소했다. 제3대 세계실크로드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사단법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문명교류학 연구자로서 학술답사와 강의·연구에 전념하는 한편 종횡 세계일주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