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된 백운대 *-

paxlee 2006. 1. 1. 20:44

 

                   새해 첫날 백운대는 구름속에 갖혀있다

 

                       - 백운대를 오르는 바윗 길 ( 전에 찍어 놓은 사진임 )

 

오늘은 나 홀로 산행을 하였다. "1월 1일 새해 북한산 백운대 해돋이 산행"을 공지 하였지만 일기예보에 구름에 가려 일출을 볼수 없다고 하여 해돋이 산행을 아쉽게 취소하고, 늦게 10시 쯤에 집을 나섰다. 아무리 하늘을 올려다 보아도 구름이 낮게 깔려있어 아직 새해 일출은 보이지 않는다. 버스를 타고 우이동 종점에 내라니, 오늘은 올라가는 사람들보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렇게 많은 등산객들이 어둠을 뚫고 백운대에 올라 소망을 안고 일출을 기다렸으나, 기다린 해 맑은 태양의 그 찬란한 빛을 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그 발길은 얼마나 허전하였을까. 지난해 새해 일출은 정말 멋있고 아름답고 찬란하여 아우성을 치며 맞이 하였는데, 해와 우리 사이를 구름이 가로막아 우리의 간절한 소망은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하늘에선 아주 작은 싸락눈이 내린다. 새해 첫날 서설을 맞으며 산행하는 기분은 멋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 길고 긴 세멘트 길을 지루하게 올라가다가 소귀천 매표소와 갈라지는 길에서 우측 능선으로 오르는 가장자리에 백운대2매표소가 오늘부터 휴식년제를 마감하고 문을 열어 그 능선길로 올라갔다. 딱딱한 세멘트길 보다는 운치가 있어 산행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낙엽이 겹겹이 쌓여있는 길을 올라 갈수록 눈이 그대로 쌓여있고 미끄럽기도 하였다. 조금씩 오르막길을 오르니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능선에 올라서니 건너편 도선사의 건물이 정면으로 크로저업 되어 보인다. 도선사 길과 만나는 지점에서 잠시 쉬었다가 하루재 깔딱고개를 올라갔다. 눈이 길을 덮고 있어 오르막길은 미끄럽고 힘이 들기도 하였다.

 

인수대피소에서부터는 음지이고 계곡 길이어서 그런지 눈은 더 많이 쌓여있다. 백운산장을 오르는 눈 길은 그 미끄러움이 더 심하다. 바위는 반질반질 얼어있고 얼음이 꽁꽁 얼어있는 곳에서는 길 옆에 세워놓은 보호 와이어 줄에 의지하면서 어렵게 힘들게 올라갔다. 백운산장에 도착하니 벌써 12시를 가르킨다. 옹달샘에서 두래박으로 냉수를 한 바가지 마시고 다시 올라갔다.   

 

위문에 도착하니 양쪽길에서 올라온 등산객들이 서성이고 있다. 눈이 내리는 미끄러운 바윗길을 맓고 힘들게 백운대를 올라갈까, 그냥 내려갈까 많은 분들이 모여있다. 계단길을 올라가니 외길인 곳엔 오르고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위에서 밑에서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다. 한번에 열 댓명이 내려온 후 다시 그 만큼 올라가고 그렇게 지체를 하면서 올라갔다. 

 

조금 오르면 길 양쪽에 로프줄이 세워져있어 한쪽으로 오르고 또 한편으로는 내려오는 길은 너무 미끄러워 나도 아이젠을 착용하고 올라갔다. 그러나 아이젠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보는 사람이 더 안 스럽게 느껴졌다. 쇠줄을 잡고 오르다 보니 이젠 손까지 시러워 진다. 눈에 덮여있는 백운대에 올라서니 많은 분들이 정상의 호연지기를 마음껏 음미하고 있었다.

 

계속 눈은 나리고 눈 구름은 백운대를 짛게 덮고있어 바로 코앞에 있는 인수봉도 만경대도 보여주지를 않는다. 한치 앞을 보여주지 않는 정상에서 볼수있는 것은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어 그 운무의 한 가운데 둥둥 떠 있는 기분이 묘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정상에 힘들게 올라왔는데, 종종 이렇게 운무에 쌓여 한치의 앞을 볼수 없는 경우가 있다. 참으로 답답하고 막막하다.

 

자연은 결코 아름답기만 하지도 않고 화려한 것도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정확하게 연출하고 때로는 비와 태풍을 동반하기도 하고, 눈과 영하의 한파가 밀려오기도 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하의 모습이 멀리 조망 되기도 하고, 오늘처럼 한치의 앞을 보여주지 않는 날도 있다. 우리는 자연이 보여주는 것 만 보아야 하고, 그 계절의 느낌을 그대로 받아 드릴수 밖에 없다.  

 

새해 일출을 보면서 소망을 빌어보지만, 그것은 우리의 바램일 뿐이고, 우리는 산행하면서 그날 그날 흘리는 땀 방울 만큼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있어야 그 소망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처럼 눈 쌓인 얼음이 박힌 그 힘든 바윗 길을 걸어 올라가는 힘겨운 수고를 하는 자세로 삶을 살아야  우리가 소망하는 목표를 이루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백운대 정상을 한 바퀴 돌고 내려와 눈 쌓인 바위 위에 앉아 컵 라면 하나를 끓여 먹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1시가 다 되어 하산을 시작하였다. 혼자 산행을 하면 점심을 먹을 때 조금은 썰렁하다. 백운대를 내려가는 길은 아직까지 올라오는 분들이 많아 지체를 하면서 내려왔다. 위문을 지나 만경대를 돌아가는 허리길도 오늘은 무척이나 미끄럽고 오고가는 사람들로 지체가 되었다.

 

노적봉 안부에 내려서니 길은 조금 안정이 되었다. 용암문을 지나 북한산대피소에 들려 조금 쉬었다가 한적한 길을 터들터들 걸었다. 동장대에서 바라보는 대남문 계곡과 좌우의 산 비탈에 쌓이 하얀 눈으로 그 계곡의 깊이와 능선이 더 뚜럿하게 그려져 있다. 능선으로 이어지는 북한산성을 따라 걷는 길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대동문을 지나 하산을 시작하였다.

 

내리막 하산 길은 미끄러워 조심을 하면서 내려왔다. 소귀천 계곡도 깊고 길어 지루하게 걸어서 매표소를 지나 우이동으로 하산을 하였다. 우이동 종점에 도착하니 3시 반이다. 새해 첫날 첫 산행을 백운대에 오르면서 힘들게 땀을 험뻑 흘리며 정상에 설 수 있었다. 3년째 새해 첫 산행으로 백운대에 올랐다. 오를 때 마다 그 느낌과 감회가 다름은 우리가 걸어가는 삶의 길이 다를 수 있고, 다양함을 암시하는 것 같다.  

[내 마음에 보석상자 / 해바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