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신 상품의 경제학 *-

paxlee 2006. 4. 3. 22:49

 

                                  신상품의 경제학
 
1947년 벨연구소가 트렌지스터를 발명했다. 이는 전자산업의 극적인 성장을 가져다 주었다. 미국은 트렌지스터를 바탕으로 메인프레임과 같은 산업재를 만들었다. 그러나 일본의 소니는 휴대용 트렌지스터 라디오라는 일반재로 승부를 걸었다. 당시 유행하던 로큰롤을 듣는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소니는 1957년 미국시장을 강타한 히트상품을 출시한 이래 60년대까지 미국 라디오 제조회사들을 전멸시키다시피 했다. 곧 이어 컬러TV와 VTR 등으로 세계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80년대에도 워크맨, 게임보이, 캠코더 등 전자제품을 계속 내놓았다. 일본은 80년대 자동차 분야에서도 미국 시장을 석권했다. 이른바‘저팬 파워’가 가전과 기계산업에서 새로운 일반재를 잇달아 선보이며 국제무대를 휩쓸었던 것이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컴퓨터 등 IT기술을 산업재로만 사용해온 미국이 일반재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 결과 회사용 메인프레임이 가정용 PC로 바뀌었고 군사용 인터넷이 일반용으로 변했으며 자연히 PC용 소프트웨어가 발달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반도체와 PC를 제작하긴 했지만 반도체에서는 한국과 대만에 따라잡혔고 PC는 미국 제조사들에게 밀렸다.

 

이동통신도 일본열도를 넘어서지 못했다. IT기술 대중화에서는 일본보다 미국이 월등히 뛰어났다. 이 시기가 바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부품이나 기계 등의 생산재보다 최종소비가 가계에서 이뤄지는 일반재 신상품이 산업을 주도하고 경제발전을 선도한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 볼록렌즈를 바짝 들이댄다. 일반소비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어필하면서 트렌드를 바꿀 정도의 강력한 ‘신상품’이 기업과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상품으로 꼽히는 로봇의 경우 공장의 자동조립 로봇이 아니라 가정용 로봇이 훨씬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며, 유비쿼터스도 군대가 먼저 사용하겠지만 기업들이 목표로 삼는 것은 일반인을 위한 유비쿼터스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갖는다. 그야말로 최종 소비자가 신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이 책은 ‘신상품이 신경제를 낳는다’ 며 ‘이젠 단순 히트상품이 아니라 메가상품을 만들라’고 강조한다.

 

메가상품이란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인류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신상품, 즉 그것 하나로 거대한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정도로 파워를 갖는 상품을 의미한다. 지난 100년간의 메가상품은 전구, 자동차, 냉장고, 라디오, 비행기, 합성섬유, 컴퓨터, 휴대전화 등 8가지로 꼽힌다. 실제로 이들 상품을 만든 국가는 세계경제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해당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영국은 19세기 산업혁명 때 의류산업을 일으키며 세계경제의 리더가 되었고, 20세기에 들어서는 미국이 전구, 자동차 등 새로운 일반재 산업을 선도하며 지구촌 경제를 쥐락펴락했다. 이처럼 20세기 후반에는 일본이 각종 가전산업을 리드하며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1990년 이후로는 다시 미국이 PC산업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미국의 경제 비중을 높였다.

 

저자는 항공분야의 보잉, 소프트웨어의 MS, 반도체의 인텔처럼 ‘메가상품’을 만든 주역들은 시장점유율 1위와 장수기업이라는 두 가지 명예를 다 안게 되고 글로벌 기업으로 지구촌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거듭 일깨운다. 해마다 「포춘」에서 선정하는 500대 기업 중 90% 이상이 자동차, 철도, 기계 등 우리 생활 속에 등장한 지 100년이 넘는 전통산업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이라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한동안 반짝이는 히트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상품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메가상품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신기술보다 신상품에 승패가 달렸다고 강조한다.‘몇 년 전부터 우리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신기술’이다. 그러나 신기술은 과거처럼 선진국이 이미 시장성 검증을 마친 상품을 우리가 향상된 기술로 다시 만든다는 상황에서나 가능할 뿐, 지금처럼 개발할 신상품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막연한 주장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는 신기술이라는 키워드에 ‘신상품’이라는 키워드를 첨가해야 한다.’ 그러나 신상품 개발이 어디 그리 쉬운가. 다음 대목이 그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신상품 개발의 열광은 2000년도 들어 세계적으로 IT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도 그칠 줄 모르게 이어졌지만, 동시에 기업들은 모두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신기술이 수많은 신상품을 만들어주고 광활한 시장을 열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어떤 상품을 언제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신상품이 성공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서면 아무도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IT강국을 외치는 한국에서도 향후 10년에 한국이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걱정을 시작한 지 벌써 몇 년이 흘렀는데 모든 가능성을 열어주고 무한한 시장을 약속할 것 같은 IT산업 앞에서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고 말한다. 더구나 신상품이 기술 집약도가 높아지면서 투자단위가 아주 높아지다 보니 이제는 한 번만 실수하면 회사가 위험해질 수도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우리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는 IT산업을 냉정하게 분석하면서 우리나라가 IT산업의 함정에 빠졌으며 이제 IT강국의 미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IT산업에서는 신상품 개발능력이 가장 핵심인데도 불구하고 그간 우리나라가 이렇다 할 핵심기술 없이 IT산업의 혜택을 입었다고 볼 수 있다. 일종의 따라잡기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그 전략이 이제 서서히 효력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 경제가 겪은 어려움은 이러한 현상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선진국에서 IT분야에 성장이 둔화되고 차세대 신상품에 대한 표준이 설정되지 않고 시장성에 대한 검증도 늦어지자 한국은 더 이상 밀착 추적할 상품을 잃어버리고 개발투자의 방향을 잡지 못하였다. 이 경우 선진국보다 우리나라가 더욱 치명타를 입는다.’

 

우리나라가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해답을 ‘미래를 이끌어나갈 차세대 신상품 개발’에서 찾는다. 그리고 그 주체로서 기업체는 물론 정부 역시 신상품 개발의 또 다른 참여자로 본다. 과거의 예를 볼 때 혁신적인 기술에 기초해서 발명품이 처음 등장한 후 메가상품이 나오기까지는 평균 60년이 넘게 걸렸으며, 혁신기술이 일반재에 흡수되어 확산되기 시작한 후 메가상품이 출시될 때까지는 약 20년이 넘게 걸렸다.

 

현재 인터넷이 확산되기 시작한 지 20년을 넘지 못했으며, 바이오기술은 이제 막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PC의 등장을 확산의 초기로 잡는다면 약 20년을 넘어서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기술 혹은 디지털 기술을 기초로 한 신상품은 현재 개발중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 휴대전화 등의 메가상품이 나왔지만 앞으로 이들보다 더 큰 영향력을 지닌 새로운 상품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신상품의 성공신화를 발견할 수 있다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관련 이동통신 산업을 예로 든다. 물론 이동통신 중에서 디지털 기술에 해당하는 분야이고 또한 이 중에서도 CDMA라는 특정 기술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그 효과는 실로 엄청났다. ‘우리나라가 순식간에 IT강국으로 부상하게 되었고, CDMA 휴대전화는 어느 외교관보다도 한국의 이름을 세계인에게 강하게 심어주었으며, 어느 광고보다도 관련 업체의 이름을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어주었다.

 

또한 이동통신 교환기와 단말기의 제조를 넘어 콘텐츠 산업,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고, CDMA 성공신화에 대해 ‘메가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산업재의 생산에서 일반재의 생산으로 눈을 돌리고, 필요한 기술을 처음부터 개발하기 어려우면 밖에서 사오는 실리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상품의 특성에 따라서는 신상품의 효용을 높이는 인프라가 건설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 ‘앞으로 일반재 신산업의 불씨를 당기는 메가상품을 몇 개 더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서 정보기술 분야의 경쟁력과 첨단제품을 빨리 받아들이는 한국인의 소비문화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도 일깨워준다. 결국 CDMA 성공신화에 우리나라가 고민하고 있는 미래 성장엔진 발굴과 글로벌 기업육성에 대한 답이 모두 들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신상품의 성공조건은 무엇일까. 저자는 사용의 편의성, 가격의 현실성, 혜택의 우월성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사용의 편의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력이 필요하며, 가격의 현실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원가를 맞출 수 있는 경영관리시스템이 필요하고, 혜택의 우월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탁월한 예견력이 중요한데 이는 경영진의 지휘 아래 조직의 자원을 집중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신산업의 창출을 주도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메가상품 발굴을 조직의 일차 경영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대부분의 기업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기업문화, 인재관리, 지배구조, 프로세스 혁신 등 주로 어떻게 기업을 경영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 회사를 대표하는 글로벌 상품 없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자라난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메가상품 개발을 먼저 목표로 정하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글로벌 조직과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갖게 된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미래를 바꿀 신상품 개발’에 고심하는 기업체 CEO와 상품개발자, 소비문화와 마케팅 포인트를 효과적으로 접목하려는 현장 실무자, 거시적인 안목으로 경제정책을 입안하는 정부 당국자들에게 새로운 세기의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라 할 수 있다.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찾아내고 참신한 메가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10년 후, 100년 후를 대비하는 미래전략인 동시에 ‘지금 바로 이곳(Now and Here)’의 생존방안과 직결된 과제라는 사실을 현재 진행형으로 비춰주는 책이다.

 

  - 저자 : 강원 /삼성경제연구소, /2005 /360 p, /₩ 12,000/ -

  - 고두현 (한국경제신문사 문화부 차장)/ -

 

       [ Summer Of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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