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인왕산(338m)에서 북한산 문수봉(716m) 대동문까지 *-

paxlee 2006. 4. 10. 21:39

 

  인왕산(338m)에서 북한산 문수봉(716m) 대동문까지

 

산행일시 : 2006, 04, 09. 일요일 09:30.
모임장소 : 전철 3호선 경복궁역 만남의 장소.
산행코스 : 사직공원 입구-약수터-매바위-치마바위-헬기장-정상-기차바위-홍제동

                유원 하나 울트라아파트-건너편 북한산-구기터널능선-탕춘대매표소-비봉-

                사모바위-승가봉-문수봉-대남문-대성문-보국문-대동문-아카데미하우스.

 

 경복궁역에서 사작공원 옆길로 인왕산 산행을 시작(09:35)하였다. 인왕산 산행이 처음이라 지형을 살피며 올라가니 북악스카이 길이 연결되었다. 길 좌우에는 철책이 처저있고 아프팔트길 옆에는 노란 개나리가 곱개 피어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올라가다가 좌측으로 올라가면 길에는 초소가 있고 공익요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그 길 끝까지 가면 우측으로 조그마한 문이 열려있고 그 길을 따라 오르는 인왕산 등산로가 유일하게 열려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황사가 뿌였게 먼산을 가리고 있고 바람은 불고 있으나 날씨는 봄 꽃을 다투어 피어나게 하는 섭씨 15도 전후의 전형적인  봄 기운이 바람에 실려오고 있었다. 개나리와 산수유가 꽃을 피웠고, 진달래가 화사하게 웃고, 목련이 하얀 꽃잎을 피우고 있으나, 아직 이곳의 벚 꽃은 꽃 봉우리를 열지않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인왕산도 북한산 줄기어서 그런지 바위가 길을 만들고 암벽이 멋을 내고 있는 모습은 등산객의 발길을 이끌고 있었다.

 

경사 길을 올라가니 이마에 비지땀이 흐른다. 올라가다 올려다 보면 매 바위가 눈 길을 끈다. 이곳에도 남산에서 이어지는 성곽이 옛 서울의 둘래를 보여주고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인왕산의 전설이 서려있는 치마바위가 넓게 자리를 잡고 있다. 경복궁이 가까이 보이고, 청와대도 북악산 아래 뚜렸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북악산으로 이어진 서울 성곽이 뚜렸하다. 인왕산에서 조망되는 서울의 또 다른 모습이 새롭게 다가선다.

 

인왕산의 치마바위에는 가슴아픈 전설을 가지고 있다. 연산군이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확인하고 그 현명한 임금이던 연산군이 폭군이 되고, 결국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이 신하들의 반란으로 쫓겨나고 진성대군이 왕위에 올라 중종이 되었다. 중종이 왕위에 오르는 대가로 왕비가 되어야 하는 단경왕후는 반정 후 8일 만에 연산군 집권당시 우이정이었던 신수근이 반란군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그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폐서인이 되어 궁에서 쫓겨났다.

 

중종은 갑자기 임금에 올라 신하들의 압력에 사랑하는 부인을 지켜주지 못하는 미련한 임금이 되어야 하는 고통을 안으로 삭여야 하는 기구한 운명에 얼마나 상심을 하였을고... 임금의 말이 곧 법이라고 하는 임금지상주의 하에서도 임금보다 더 권력을 휘두르는 신하들의 권력은 임금위에 군림한 역사의 아리러니는 조선조의 태종이 정종의 자리를 차지하고, 세조가 단종의 자리를 빼았는 예외가 전통의 자리를 어렵게 한 것으로 봐야한다.

 

궁에서 나온 후 인왕산아래 하성위 정현조 집에 머물고 있던 신씨는 경복궁을 바라다보며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몸 종과 같이 인왕산에 올라가 혹시라도 중종이 볼 수 있게 다홍치마를 바위에 넓게 깔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다 산을 내려왔다고 한다. 그 후 얼마 안가 처소가 시전 죽동궁으로 옮겨지니, 이렇게 경복궁이나마 바라보는 것도 얼마 가지 못 하였다. 결국 신씨는 평생 중종과 재회하지 못하고, 인왕산 치마바위의 전설만 남긴 채 세상을 더났다고 한다.

 

그래서 인왕산에 올라 치마바위에서 경복궁을 바라보는 등산객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여기서 조금 오르면 헬기장이 있고 바로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10:35)에는 의자가 붙은 테이블이 양 쪽에 놓여있다. 그리고 좌우에는 철책이 쳐 있어 길은 외 길이다. 내려오다가 초소옆으로 내려가는 길게 뻗은 능선으로 내려서서 능선길을 걸었다. 기차바위를 지나 내려가면 초소가 있고 우측으로 하산하면 자하문 쪽이고 좌측으로 내려서면 홍제동 쪽이다.

 

홍제동 쪽으로 길게 뻗은 능선을 따라 내려가니 개나리가 화사하게 탐스럽게 피어있다. 건너편 산에도 보이는 곳 마다 개나리가 한 철이다. 마지막 암벽길을 걸어서 내려서니 홍제동 뒤에 내부순환도로 북악터널이 시작하는 곳에 유원하나 울트라 아파트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길을 따라 내려오니 아파트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철문 앞에 아파트 경비실이 있어 경비 아저씨를 불러 사정이야기를 하니 문을 열어주어 내려와 길을 건너 다리를 건넜다.

 

주택가 골목길을 무작정 걸어 올라가니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무리를 지어 피어있는 산 길로 올라설 수 있었다. 땀을 흘리며 능선에 올라서니 낡은 벤취가 하나 놓여 있어 그곳에 앉아 땀도 닦고 물을 마시고 커피를 타서 한잔 마시고 호젓하고 조용한 오솔길 같은 산 길을 걸어가면서 주위를 살펴보니 상명대 옆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었다. 여기도 탕춘대성이 돌담으로 쌓여 있었다. 상춘대매표소를 지나 구기터널위를 지나며 좌측으로 북한산을 조망해 본다.

 

족두리봉이 솟아있고 그 다음에는 향로봉의 단애가 위엄을 보여주고 있으며 비봉과 사모바위가 눈에 익은 모습이다. 우측에 높이 솟은 보현봉은 우리를 굽어보고 있다. 비봉을 오르는 길은 바위가 있고 경사가 진 길을 올라가니 넓은 장소 곳곳에는 중식을 먹는 팀들이 여기 저기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비봉에 올라가 점심을 먹으려고 올라가는데,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와서 그런지 배고 고프다. 바위에 올라와 소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점심(12:40-13:05)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앉아서 바로 앞에 향로봉을 올려다보니 오늘은 향로봉을 오른 등산객이 줄을 이어 지나간다. 지난번 산행시 출입을 통제하여 그냥 지나처 왔는데, 나도 오르고 싶은 향로봉을 그냥 멍하니 바라만 보는 그 마음은 다음기회를 기약하면서 출발을 하였다. 향로봉 밑으로 우회하는 등산객이 더 많이 지나가고 그 밑으로 우리가 오르는 길은 모두가 향로봉 안부에서 만나게 된다. 여기서 부터는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이 넘처나고 있다.

 

비봉에도 많은 분들이 오르고 있어 나도 비봉(13:20)을 올라갔다. 시원한 바람이 이제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 봄이다. 비봉 그 암벽을 넘어 내려와 사모바위에 이르니 아직도 점심식사를 하는 팀들이 수없이 많다. 이곳은 점심을 먹는 곳으로 정해져 있나보다. 사모바위를 지나 승가봉을 향해 올라갔다. 승가봉도 몇 개의 암벽을 올라가야 한다. 암벽을 오르는 재미를 느끼는 분들에게는 즐거움을 주지만,아직 암벽을 두려워하는 등산객에게는 고역이 되기도 한다.

 

승가봉을 넘어 문수봉을 오르는 암벽밑에 이르면 많은 분들은 청수동암문으로 오르는 계곡길로 올라가고 암벽등반을 즐기는 분들은 문수봉을 오른다. 내려오는 분들과 올라가는 사람들이 이어지므로 언제나 지체를 하면서 한 팀이 내려올때는 양보를 하여 기다렸다가 올라가고, 그렇게 질서를 지키며 암벽등반은 주의를 해야한다. 암벽에는 먼저 오른 분들이 크렉을 두 손으로 잡고 한발 한발 옮기며 오르도록 그 위치만 알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것이 암벽등반이다.

 

문수봉(14:15)을 올라 그 힘든 코스를 무사히 올라왔다는 자부심으로 가슴을 펴고 올라온 그 코스를 내려다보는 느낌은 한 없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때로는 조금 위험하기도 하지만  스릴을 맛보며 오른 후 다가오는 쾌감은 산행의 별미가 되기도 하고 산행의 진미에 빠져들기도 한다. 문수봉 정상에는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북한산에는 백운대와 이곳 문수봉에서 태극기를 만날수 있다. 관악산에는 그의 봉마다 태극기가 꽂혀있다.

 

대남문으로 내려와 오늘은 북한산성을 따라 걷는 길을 벗어나 허리를 돌아가는 지름길로 계속 걸었다. 이 길은 많은 분들이 다니지 않아 조용하고 한가하며 호젓한 오솔길이다. 산성길보다 오르고 내려오는 길이 길지않아 걷기가 조금은 편하고, 여름에는 숲 속으로 그늘이 져 걸을 만 하다. 능선으로 가는 등산객이 보이기도 하고 그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많은 분들이 산성길을 선호하는데, 이 길도 한번쯤 걸어보면 또 다른 북한산 산행의 멋을 느낄 수 있다.

 

대성문을 지나고, 칼바위로 내러서는 보국문을 거처 대동문에 도착(14:40)하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산행을 하고 아카데미 하우스 쪽으로 하산을 하기로 하였다. 이 길도 급경사가 있고 바위가 많다. 내려오면 계곡에 맑은 물도 흐른다. 물길과 등산로가 만나는 지점에 도착하여 등산화를 벗어놓고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니 아직은 발이 시리다. 그 시원함은 뼈 속까지 스며드는 느낌을 받는다. 몇 번 발을 담그고 다시 걸어니 발 걸음이 가벼워진 느낌을 주었다. 

 

아카데미 하우스 버스 정류소에 도착(15:35)하여 버스를 타고 출발하였다. 오늘 산행은 사직공원에서 인왕산 정상에 올라서니 한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산행이 너무 짧아 안산으로 코스를 잡으려고 안산을 바라보니 거기도 코스가 짧게 보인다. 그래서 북한산으로 방향을 정하고 인왕산의 가장 긴 능선으로 내려와 북한산을 다시 올라갔다. 처음에는 저 먼 길을 언제가나 암담하기도 하였으나 한 걸음 한 발자국이 연결되어 인왕산 북한산의 새로운 코스를 밟으며 즐겁고 보람찬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