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칼 바람이 몰아치는 치악산 *-

paxlee 2007. 1. 15. 15:45

 

칼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의 치악산

 

산행대상 : 치악산 비로봉(1288m)

산행일시 : 2007, 01, 14. 일요일 07:40.

모임장소 : 전철 1호선 제기역 2번출구.

산행산객 : 터산우회 회원 36명.

산행코스 : 황골주차장(10:25)->황골매표소->입석사->능선안부->1130m고지->

                헬기장->산불감시초소->치악산정상 비로봉(12:50)->감시초소(중식)

                ->눈쌓인 계곡길로 하산->세림폭포->구룡소->구룡사-신흥동 주차장

                (16:00)->서울로 츨발(16:55)->마석에서(뒤풀이)->출발(20:15)->

                제기역도착(21:40) 

 

터산우회의 치악산 겨울산행에 참가하기 위해 제기역에서 관광버스에 승차를

하여 출발(07:50)하였다. 5호선 광장역에서 몇 분을 픽업하고, 상일동역에서

세분이 더 승차하니 오늘 산행회원은 모두 36명이다. 오늘 치악산 산행이 새해

첫 산행이라고 한다. 새로 선출된 산악대장 조제호님이 인사를 하고 임원을

소개하고 산행코스와 산행안내를 한 후 치악산 산행안내도와 터산우회 회보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일찍 나오느라고 식사를 못하신 분들을 위해 산우회에서 준비한 빵과

두유를 나누어 주었다. 자리가 여유가 있어 나는 혼자서 앉게 되어 더욱 따분

하였다. 모두가 처음 만나는 분들이라 앞 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기만

하다가 벨트를 메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렇게 조는 사이 버스는 문막휴게소

에 도착하여 내려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을 하였다. 차는 막힘 없이

신나게 달려갔다. 

 

산행기점인 황골 주차장에 도착하니 10:25분이 되었다. 우리는 서둘러 산행을

시작하였다. 오늘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7.4도라고 하여 무척 추울 것으로

예상을 하였는데, 10시가 넘어 따뜻한 햇살이 퍼져서 그런지 겨울 날씨 치고는

산행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하늘은 맑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은 기분을 좋게 하였다. 400m쯤 오르면 매표소에 이른다. 오늘은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여기서 입석사까지는 1.2km이다. 전에는 시멘트 길이었는데, 깜끔하게 아스팔

트 길로 변해있다. 길은 눈과 얼음이 깔려있어 주의를 하면서 올라가는데, 오르

막길을 오르니 땀이 송알송알 솟아오른다. 겉 옷을 하나 벗어서 배낭에 메어 달

고 열심히 동료들을 따라 올라갔다. 이 길은 산 길보다 더 힘이 들고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오르다 보니 다른 산악회 팀들과 어울려 오르게 되어 우리 팀을

확인하면서 올라갔다.

 

입석대가 보이고 입석사에 도착하여 한 번 쉬어갈 만도 한데, 선발대는 그냥 쉬

지 않고 산 길로 접어들어 오르기를 계속한다. 산 길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혀

더 많이 미끄러웠다. 입석사에서 능선까지는 약 500m 이다. 땀을 흘리며 미끄

러운 길을 걸어서 능선 길 안부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파고든다.

하얀 눈을 덮어쓰고 있는 겨울 산들은 겨울 잠을 자는 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비로봉까지는 2km이다. 여기는 표고가 높아서 그런지, 음지여서

그런지 눈이 하나도 녹지 않고 지금까지 온 눈이 그대로 쌓여 뽀송뽀송한 눈이

발길을 옮길 때 마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들려주어 눈길의 낭만을 느끼며 걷

는 겨울산행의 묘미에 포근히 젖어 걸었다. 우측에는 햇볕이 따스하고 좌측에는

차가운 칼 바람이 불어와 좌측 귀가 얼얼하다. 올라 갈수록 추위는 더 강하게

느껴졌다.

 

작은 능선에 올랐다가 내려가는 길에는 더 많은 눈이 쌓여있어 발이 푹푹 빠지는

 곳도 있고, 내리막 길에서는 미끄러지면서 내려가기도 하였다. 1130m 표지판

이 서있는 곳에 이르면 산하의 경관이 환상적으로 우리를 사로 잡는다. 동서남

북으로 전개되는 시야는 산 넘어 산이 겹겹이 둘러서있고, 남쪽에는 산 넘어 구

름 띠 너므로 파란 하늘아래 산의 정상이 일부 보이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

였다.

 

북쪽은 매연 띠가 하늘과 산을 가로 질러 보기가 민망하기도 하였으며, 높은 산

은 그 선상을 넘어 솟아있는 모습이 당당하게 산의 기상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눈길을 걸어서 올라가면 좌측에 원주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이

곳에서 시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데, 원주 시내는 자연속에 자리를 잡고

있어 평화롭고 아름답다. 푸른 숲이 우거진 산들 사이에 아파트가 솟아있어 도

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기서 땀을 한 번 더 뻘뻘 흘리며 올라가면 헬기장에 도착한다. 이곳에 서면 비

로봉 정상의 돌탑이 우리에게 빨리 오라고 손 짖을 한다. 치악산에서 바라보는

가시거리는 조망의 진수를 보여준다. 앙상한 나무들과 하얀 눈이 겨울 산의 모

습이다. 우리는 산불감시초소에 도착하여 잠시 쉬었다가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선발대가 비로봉에 도착하여 산행 기념사진을 몇 장 찍고 간식을 나누어 먹었다.

 

비로봉 정상에서 부는 칼 바람은 엄청 추웠다. 우리 팀이 도착하여 다시 사진을

찍었다. 한쪽에 서서 감주도 마시고 정상주도 한잔 하였다. 이곳이 너무 추워 다

시 감시초소까지 내려가 그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정상에서 내려오

니 벌써 많은 분들이 선지 해장국을 끓이고, 라면을 끓여서 점심식사 중이었다.

나도 한쪽에 앉아 따끈한 해장국으로 점심을 먹었다. 추워서 손이 곱았지만 식

사는 너무 맛이 좋았다.  

 

모두가 다 왔는데, 상일동에서 승차한 처음 나오신 세분이 보이지 않았다. 전화

를 하여도 통화가 되지 않아 걱정을 하다가 일부는 사다리병창 쪽으로 하산을

하고, 우리는 계곡 쪽 길로 하산을 하면서 그 세분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이 길

은 음지여서 눈이 엄청 쌓여있고, 경사가 급하여 아이젠을 하였어도 내리막 길

   무척 미끄러웠다. 천천히 가려고 하여도 발을 놓기가 무섭게 다시 옮겨놓

으며 걷는 길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사다리병창 길과 마주치는 곳에 이르러도 우리 팀을 만나지 못하였다. 그렇게

험한 길이 세림폭포가 있는 곳을 지나며 넓은 임도가 발길을 편안하게 해 주었

다. 내려오다 보니 얼음 길 위에 모래를 뿌려놓아 아이젠을 풀었다. 구룡폭포와

구룡소 앞에서 사진을 한 번 더 찍고 내려왔다. 구룡사를 지나며 한 번 올려다

보기만 하고 그냥 지나쳐 왔다. 옛날 같으면 들려서 절 구경도 한번 하고 왔을

텐데 말이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고, 사찰 관람료는 강제 징수하는 처사는 산행하는

사람들의 심사를 우울하게 만들어 절 구경에 정나미가 뚝 떨어진 것 같다. 절에

들리고 싶은 마음이 도망을 가고 없었다. 절에 있는 문화재는 절에 시주하는 중

생들의 시주에 의해 해결해야 하는 것을 산행하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 문화

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은 이치에도 맞지 않고, 사리에도 어긋나는 것이 아

닌가 한다.   

 

국가에서 공원입장료를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 시키면서 이런 문제를 검토하였

을 텐데, 이렇게 미지근하게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공무원들의 무사 안일주의

식으로 처리하는 문제점을 언제쯤이나 바로 세울 수 있을까 원망스럽기만 하다.

우리의 관광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다 되었다.

낙오된 분들이 4시 50분 경에 도착을 하여 우리는 서울을 향해 출발할 수 있었다.

 

그들은 비로봉 정상에 추위에 떨면서 우리들을 마냥 기다리다가 늦었다고 하였다.

오다가 마석에서 송어회집에 들어가 산행 뒤풀이를 거나하게 하면서 오늘 산행의

어긋남이 있었지만 무사히 산행을 할 수 있었음을 감사히 받아드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8시가 넘어 출발하였다. 이 길은 막히지가 않아서 다행이었다. 우리의 출발지점인 제기역에 도착하니 밤 9시 40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