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의 발자취

-* 에베레스트 실버 원정대 [6] *-

paxlee 2007. 5. 3. 21:31

 

웅장하면서도 신비감 넘치는 빙하 구간 통과


에베레스트 제2캠프에서 전하는 소식
 
베이스캠프에서 제1캠프로 이어지는 아이스폴이 거대한 얼음이 빚은 화려한 불꽃 같은 한마당이라면, 제1캠프에서 제2캠프로 이어지는 빙하구간은 웅장하면서도 신비감 넘치는 구간이다. 웅장한 암벽인 남서벽을 일으켜세운 에베레스트, 칼날같은 능선과 함께 거대한 장벽을 이룬 로체, 그리고 언제 떨어질지 모를 만큼 거대한 세락이 곳곳에 얹힌 눕체. 이 세 개의 거대한 산봉이 U자를 형성한 웨스턴쿰 빙하는 골 밖과 전혀 다른 세상을 구축하고 있었다.

 

신들의 세계였다. 이틀 전 제1캠프에서 지낼 땐 하늘에서 별이 쏟아져내렸다. 골 바깥 쪽으론 푸모리가 수문장처럼 버티고 서 있다. 들어설 수는 있지만 나갈 수는 없다는 경고와 같았다. 그걸 무시하고 로체 페이스로 더욱 바짝 들어섰다. 왼쪽의 에베레스트 남서벽은 벽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당장이라도 덮칠 듯 위압적이고 불안스러웠다. 그 꼭대기에는 버섯구름이 형성되어 있다. 그 어떤 것이라도 걸리면 산 아래 멀리 날려버리겠다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거대한 장벽 로체의 칼날 능선에도 구름이 휘날리고 있다. 칼날에 걸려 찢어지곤 하지만 구름은 귀신과도 같은 모습으로 우리가 지금 자리 잡고 있는 제2캠프를 내려다보고 있다. 내일이면 제2캠프에 한국 원정대 3개팀이 모인다. 남서벽원정대(대장 박영석)는 이미 캠프를 구축하고 오희준 부대장이 정찬일 대원과 남서벽 등반을 위한 준비중이다.

 

베이스캠프에서 당일로 제2캠프로 올라올 계획이었던 실버원정대는 12시경 제1캠프에 도착했으나 더 이상 등반한다는 게 무리다 싶다는 유학재 지원대원의 판단에 따라 제1캠프에서 등반을 끝내고 내일(21일) 제2캠프로 오르기로 했다. 한국도로공사팀은 양손가락 장애인인 김홍빈 부대장 일행이 제1캠프에서 머물고 역시 내일 제2캠프로 오른다.

 

에베레스트에서 제2캠프는 전진베이스캠프(Advanced BC)다. 대원들이 해발 6500m까지 고소적응을 마치면 등반에 필요한 대부분의 장비와 식량을 ABC로 옮기고 이곳에서 지내며서 마지막 고소적응에 들어간다. 대개 제3캠프에 올라 하룻밤 자는 것으로 고소적응을 마친 다음 베이스캠프로 하산, 정상공격 직전까지 체력관리와 컨디션 조절에 들어간다.

 

이곳의 셰르파들은 남동릉 루트에서 제2캠프~제3캠프를 등정 가능을 위한 첫 시험대로 꼽는다. 해발 6900m까지는 완경사 빙하지대를 따르지만 이후 제3캠프(7300m)로 이어지는 로체 서벽 구간은 70도가 넘는 데다 청빙구간이 많아 고정로프가 깔려 있더라도 체력 소모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대원들에게는 요일 개념이 없다. 다른 원정대는 이틀간 등반하고 하루 쉬는 스케줄로 움직이지만, 실버팀은 이틀 산행하고 2~3일 쉬는 스케줄로 등반을 한다.

 

오늘이 금요일이고 보면 토요일인 내일 제2캠프까지 올라오느라 진을 빼야 하고, 일요일에는 제3캠프를 향해 고소적응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한 길은 숨을 고를 틈조차 주지 않는다. 현재 20일 오후 1시10분, 제2캠프에는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오전 이른 시각부터 에베레스트 정상과 로체 정상을 감싼 구름이 그대로 머물고 있다. 이는 산아래보다 산정에 더욱 강한 바람이 불어대기 때문일 게다. 더 이상 오르지 말라는 경고의 표시인가.

 

   /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04/23 =한필석 월간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