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집중호우에 젖은 삼각산에는.... *-

paxlee 2007. 7. 29. 22:01

 

                삼각산 구기능선에서 삼천사까지

 

산행일시 : 2007, 07, 29일. 오전 09시 40분.
만남장소 : 전철 3,6호선 불광역 2번출구 밖 블랙야그 앞.
산행회원 : 빈님과 살미님, 목마님과 트로이님, 마이다스 내외님, 가을님,

                서희님, 산여인님, 자연미님, 물망초님, 수정님, 아우게님,

                방이사자님, 한울님, 산까치님, 소나무. (4050 정다운산악회 17명)
산행코스 : 불광동-거북약수터-국립보건원 뒷산-구기능선-

                탕춘대-포금정사지-비봉-사모바위-삼천리골-삼천사.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안개구름이 서울 하늘과 산 아래까지  자욱하게 드리워져 답답한 날씨였다. 습기가 많아 후덥지근 하였지만, 오늘 산행신청자가 의외로 많아서 모두 모이니 17명이 되었다. 오랜만에 참여 해 주신 한울님과 처음 뵙는 산까치님, 그리고 산여인과 자연미님, 물망초님과 수정님이 정다운 산행에 동행 해 주어 무척 반가웠다. 10시 쯤 불광역을 출발하여 거북약수터까지 걸었다. 모두가 약수터 앞 광장에 둥글게 모여서서 산여인님의 구령에 맞추어 스트레칭 준비운동을 하였는데, 아마 이렇게 순서에 의하여 확실하게 준비운동을 하기는 처음이었다.

 

앞으로 산행 전 스트레칭 운동은 산여인님이 담당을 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박수를 치며 부탁을 하였다.  그 다음 살미님의 산행코스의 안내을 듣고,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산행에서 만나는 인연은 처음 만난 산여인님처럼 앞에 나와서 준비운동을 리드할 수 있다는 것은 서로의 믿음이 마음과 마음이 통하여 가능 하고, 거리감 없이 스스름없이 어울릴 수 있는 것은 산행에서의 만남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리라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산처럼, 자연처럼, 묵묵히 우리를 지켜보는 바위처럼, 철 따라 피어나는 야생화처럼 친화력에 끌려가고 있습니다.

 

 

거북약수터에서 국립보건원 뒷산을 오르다 보면 길 옆에 정자가 하나 있다. 오르는 길은 오르막 길이었지만, 경사가 급하지 않고 부드러운 흙 길이어서 오름길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습기가 많고 안개구름이 자욱하여 땀은 솟아 오른다. 땀을 닦으며 오르다가 중간 쯤에서 한 번 쉬었다. 오늘은 산까치님이 조금 힘들어 하여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을 하였다. 7부 능선 가까이 오르면 길 왼편에 정자가 하나 더 있다. 이곳에서 쉬어가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는 계속 올라갔다. 정상부에서 한 번 더 쉬면서 물도 마시고 숨길도 고르면서, 얼린 토마토와 수박을 나누어 먹었다.

 

여기서 부터는 내리막 길이어서 쉬엄쉬엄 걸어도 된다. 오늘따라 이 길에도 등산객이 밀리고 있어 우리 팀원들이 앞에 뒤에 잘 진행하고 있는가를 산행리드 살미님과 방이대장, 트로이 부대장이 확인도 하면서 안내를 하여 주었다.  탕춘대 능선길에 오르기 전 오르막 길에 선두가 후미를 기다렸다가 함께 출발하였다. 탕춘대 능선길은 평지길이어서 걷기가 한결 부드러워 진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 지고 있는데, 시야가 캄캄하여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우리는 탕춘대 통제소 앞에서 기다렸다가 후미가 도착하여 진행하였다.

 

 

한 참을 올라가고 있는데, 빗 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조금 있으니 갑자기 뇌성을 치는 소리도 들리고, 빗 방울은 더 굻어져서 배낭커버를 씨우고 우비를 꺼내 입고 진행을 하였다. 그런데 갈 수록 비는 세차게 내리고 뇌성은 더 가까이 들려온다. 향로봉 0.4km 표지판 아래까지 진행하다가 산행리드이신 살미님이 좌측으로 하산을 결정하여 모두가 하산길로 방향을 틀어서 내려가기로 하였다. 갑자기 내리는 빗 물은 삽시간에 길은 물이 흐르는 개울로 변하였다. 우비를 입었으나 겨우 배낭이 졌지 않을 정도이고 옷은 그냥 물에 젓어서 몸에 들어 붙는다. 

 

나중에는 등산화 속에까지 물이 들어와 산행 중 가장 기분이 나쁜 경험을 다시 한 번 하였다. 우중 산행이 올해는 처음이지만, 여름 산행에서는 가끔 만나게 되는 다반사 이기도 한 것이다. 산행을 하다보면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고생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비를 맞으며 산행을 하는 것도 그대로 순응 하며 차근차근히 오르고 진행을 하다보면 색다른 경험을 하는 재미도 솔솔 할 때가 있다. 빗 방울이 나뭇잎을 두드리는 소리를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로 착각을 하며 건너편 산을 배경으로 쏟아지는 빗 줄기를 감상하는 의미도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아련함이 배어나기도 한다.

 

비에 젖은 암벽을 내려 올 때 주의 하라고 일러주며 위험한 곳에서는 먼저가서 손을 잡아주기 하는 우리 팀의 진행요원들의 수고는 우리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취하고 있다. 비를 흠뻑 맞고 연신내 불광사 쪽으로 하산(1시)을 하였다. 내려오다가 식당에 들어가 닭 도리탕을 시키고 점심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다. 서희님의 복분자 술과 트로이님의 약초술은 그 향이 진하고 맛이 그대로 Good 이었다. 빈님의 짜장카레도 별미이었다. 많은 분들이 준비해 온 식사와 다양한 반찬은 부페식당을 능가하는 맛을 선사하였다. 언제나 먹고 마시는 즐거움은 마음을 살 찌운다.

 

아우게님이 식사비를 제공하여 주셔서, 그 남은 금액으로 노래방을 찾아갔다. 노래방의 분위기는 짧은 산행의 아쉬움을 날려 보냈다. 하나같이 노래를 얼마나 잘 부르는지, 함께 춤추며 노래하는 시간은 삶의 시름을 깨끗이 지워 주었다. 처음 오신 산여인님과 자연미님, 물망초님과 수정님은 산행도 잘하고, 노래는 더 잘 부르고, 춤도 멋들어지게 잘추는 우리 산행의 분위기 메이크가 되고도 남을 귀중한 분으로 자리를 확보하였다. 모든 분들이 기분이 업되어 노래방을 나오니 5시가 되었다. 우중산행으로 고생을 하였지만, 즐거운 시간 함께 해 주신 오늘의 팀원들 만남의 인연을 오래 이어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신 / 오늘 12시쯤 북한산 의상능선 용출봉과 수락산에서 낙뇌가 떨어져 다수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하였다는 보도가 되어, 우리의 가족들로 부터 전화와 문자 메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산행 중에 낙뇌를 맞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인데, 오늘 사고로 숨진 산행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9시 뉴스 잊지 말고 보세요. 비는 쫄닥 맞았지만. 안전산행을 하도록 리드해 주신 살미님과 대장님들 고맙고 감사합니다. 우리의 안전은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여러분들의 명복을 빌고, 쾌유를 빕니다.    

 

             - / 사진제공 / 4050 정다운산악회 트로이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