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히말라야의 대표적인 거벽들. 왼쪽은 트랑고 타워와 등반 모습, 오른쪽은 아민브락.
-
기술·담력 필수인 거벽들이 기다린다
높이에서는 8000m급 고봉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실제 등정에 있어 훨씬 고도의 기술과 장비를 요하는 거벽들도 곳곳에 산재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트랑고 및 울리비아호 주변의 산군(山群). 트랑고 빙하 주위의 트랑고 그레이트 타워(6284m), 트랑고 네임리스 타워(6239m), 울리비아호 타워(6109m), 쉽튼 스파이어, 하이나브락, 캣츠이어 스파이어, 그리고 후세 계곡 낭마빙하의 아민브락(6000m) 등이 이른바 ‘대암벽등반’ 대상지이다. 신루트 개척의 여지가 많고, 한국대의 활동도 늘고 있다. 근래에는 인공등반으로 개척된 루트를 자유등반으로 오르거나 아예 자유등반으로 신루트를 개척하려는 이들도 적잖다.
-
난공불락의 거벽에서 라톡Ⅰ(LatokⅠ·7145m) 북벽 스퍼를 빼놓을 수 없다. 파키스탄 발토로 빙하로의 캐러밴 출발지에서 졸라브리지를 거쳐 촉토이 빙하(Chocktoi Gl)에 닿으면 그 건너에 거의 수직으로 무려 2500m나 솟은 벽이다. 1978년 미국팀의 첫 시도 이후 영국, 폴란드, 일본이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네팔 눕체 북벽에서 기량을 한껏 뽐내던 아르헨티나 출신 미국인 베네가스 쌍둥이 형제가 2004년에 이어 2005년에 거푸 시도했지만 무위로 끝났고, 올 들어 차보트의 미국팀 또한 오르지 못한 미답의 성(城)이다. ▒
2500m 수직봉 라톡Ⅰ은 아무도 못 올라
산악인들이 동경하는 거벽이 히말라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미 칠레 파타고니아의 파이네는 빙하와 호수, 넓은 초록의 평원, 그리고 도열하듯 선 거대한 화강암 침봉군으로 이뤄져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가 선정한 ‘꼭 가봐야 할 세계의 여행지 50곳’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때로는 미친 듯 불어대는 바람의 땅이다.- ▲ 거대하게 도열한 칠레의 파이네 산군(山群). 산악인들이 가장 동경하는 도전의 대상 가운데 하나다. 오른쪽 사진은 모두의 도전을 뿌리친 미답의 성(城) 라톡의 산군.
파이네 등정에 먼저 열을 올린 등반가들은 이탈리아인이었다. 1958년 장 비치(Jean Bich) 등 4명이 중앙봉과 북봉 사이의 고개를 거쳐 남릉 경유 북봉 초등을 한다. 다음 과제는 미학적으로도 완벽한 모습인 중앙봉. 영국 또한 중앙봉을 목표로 베리 페이지(Barrie Page)를 대장으로 내세워 1962년, 1963년 시즌 도전에 나선다. 당시 영국 최고의 등반가 돈 윌란스(Don Willance)와 크리스 보닝턴(Chris Bonnington)이 동행했다.
이렇게 같은 시즌 이탈리아팀과 영국팀이 동시에 베이스에 들어왔고, 사상 첫 등정을 놓고 한 판 국가적 경쟁이 벌어졌다. 두 팀은 합동등반 협상에 들어갔지만 의견을 좁히지 못해 각자의 길로 나섰다. 결국 남십자성(Cruz Del Sur)의 영광은 영국에 돌아갔다. 한국은 올 1월, 김창호·최석문조가 이 윌란스-보닝턴 루트를 속도등반으로 단 하루 만에 등정하는 기록을 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