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이야기

* 한국인과 소나무 *

paxlee 2005. 1. 24. 17:52
 

                 * 정신문화와 소나무 (2)


소나무를 뜻하는 한자 松(송)은 나무 '木'자와 공작을 뜻하는 '公'이 합쳐진 글자인데, 여기에는 진시황제가 길을 가다가 소나기를 만났는데 소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게 되자 보답의 뜻으로 '목공(木公)'이라 하였는데 이 두 글자가 합쳐져서 '松'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국에도 '세조'로부터 정2품의 벼슬을 받은 속리산의 '정이품송'이 있는가 하면 마치 사람처럼 토지를 소유하여 해마다 재산세와 방위세를 납부하는 경북 예천군 석평마을의 '석송령(石松靈)' 같은 소나무도 있는데, 나무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통해 사람과 소나무를 동일시할 정도로 한국인의 소나무에 대한 사랑이 깊음을 알 수 있다. 


숱한 문인묵객들이 절개와 충절의 표상인 소나무를 시제(詩題)나 화제(畵題)로 삼았고 탁한 세상과 구별되는 탈속(脫俗)의 존재로 그리기도 했다.


윤선도(尹善道)의 오우가(五友歌)에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 는다. 구천에 뿌리 곧은 줄은 글로 하여 아노라,” 성삼문(成三問)이 죽음을 당할 때 지은 '독야청청(獨也鯖靑)하리라'에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낙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라고 읊은 것을 절개와 충절의 상징으로서의 소나무를 노래한 대표적인 시조로 꼽을 수 있다.



흔히 청청한 소나무와 짝을 이루는 소재로 눈. 서리가 등장하며 이들은 순간적으로 세상을 뒤덮어 현혹하는 불의한 세력이거나 변화 무쌍한 현실을 상징한다. 이 때 유교적 가치관으로 인해 소나무의 여러 가지 모습 중에서도 '낙낙장송'의 이미지가 많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김정희(金正喜)가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북경에서 귀한 책을 구해다 준 제자 이상적(李尙迪)의 인품을 송백(松柏)의 지조에 비유해서 답례로 그려준 '세한도(歲寒圖)'에는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소나무의 생태적 특성이 인간적으로 해석되어 절개와 지조의 상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인상(李麟祥)의 설송도(雪松圖)에서는 이런 정조를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눈덩이를 이고 곧게 뻗어있는 소나무의 생태적 특성이 의인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지조와 정절의 상징으로서의 소나무와는 달리 탈속(脫俗)과 풍류의 상징으로 볼 수 있는 소나무 그림도 있는데 김수철(金秀哲)의 송계한담도(松溪閑談圖)나 이인상(李麟祥) 송하관폭도(松下觀瀑圖) 같은 소경산수화류의 그림이 이런 예에 속한다.


한편 십장생 중의 한 가지인 소나무는 장수의 상징이기도 한데 '민화' 속에 나오는 소나무는 도교적 불로장생 사상과 결합되어 나타난 것이며 이것은 앞의 예와는 달리 비록 세속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사대부와 지식인들도 외면하지는 않았는데 십장생병풍이나 강세황(姜世晃)의 송석도(松石圖)에 장수의 상징으로서의 소나무가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소나무는 한국인의 이상(理想)이 이입된 존재이며 다양한 쓰임새와 함께 정신적인 면에서도 한국인의 뼈대가 되어왔다. 지금도 들을 수 있는 민중가요의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라는 구절은 소나무의 이런 상징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 출처 : '천년의 향기'에서 -

'소나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소나무를 찾아서 1. *-  (0) 2006.07.07
* 한국인과 소나무 *  (0) 2005.01.24
* 한국인과 소나무 *  (0) 2005.01.24
* 한국인과 소나무 *  (0) 2005.01.24
* 한국인과 소나무 *  (0) 2005.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