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이야기

* 한국인과 소나무 *

paxlee 2005. 1. 24. 21:40
 

                         * 소나무와 전통건축 (5)


유럽의 전나무나 일본의 편백이 자를 대고 그은 것 같은 직선을 가진 반면 한국의 소나무는 자연스런 곡선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앞에서도 얘기하였듯이 '강송' 같은 곧게 자라는 소나무가 궁궐건축에 쓰이기도 했지만 민간의 가옥이나 건축에서 보다 일반적으로 늘리 쓰인 나무는 주변의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휘어지거나 구불구불한 것이었다.


주어진 자연환경의 특성을 한국의 전통 건축에서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특유의 미의식을 발휘하여 오히려 자연스런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고 있는데 지금도 여러 사찰의 전각이나 요사채, 민간의 가옥 등에서 이런 건축적 특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굽은 소나무를 천연덕스럽게 노출시키면서 건물의 기둥이나 부재로 사용하는 것은  민간이나 사찰의 건축이 궁궐건축과 구별되는 뚜렷한 특징 중의 한 가지로 대웅전 같은 경내의 주요 전각보다는 스님들이 거처인 요사채나 해우소(解憂所) 등 상대적으로 격이 낮은 건물에서 이런 사례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반듯한 '기둥'과 '보'가 있어야 할 자리에 한껏 휘어진 소나무 기둥과 보가 놓여진... 이런 모습을 한국의 전통건축이 아니고서야 또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또 소나무는 목질이 거칠고 송진이 많아서 매끄럽게 다듬기가 힘든 편이고 자잘한 균열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한옥의 서까래를 보면 아무리 매끄럽게 '치목' 하더라도 그것이 사람의 손에 의해 다듬어진 것임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고, 소나무 특유의 균열과 옹이 자국, 구부러짐 등이 어우러진 자연스럽고 편안한 질감을 지니고 있다.


한국의 전통건축에서는 나무가 가진 자연스런 굴곡을 인위적으로 다듬지 않고 있는 그대로 활용하는 건축술을 발달시켜 왔다. 일본의 추녀가 대부분 직선이거나 직선에 가까운 반면 한국의 추녀는 하늘로 날아갈 듯한 곡선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곡선의 추녀를 만드는데도 휘어진 소나무의 역할이 크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 경복궁 복원 공사를 지휘하고 있는 신응수 '도대목'은 “영동지방의 ‘강송‘은 곧게 자란다. 그러나 적당한 곡선을 이루며 자란 큰 원목의 추녀 감을 구하는 일이 곧고 굵은 목재를 구하는 일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외국에서 수입한 목재들 중에서는 추녀의 곡선을 떠 받처 줄 수 있는 곡재를 구하기 힘들고 곧은 나무를 깍아서 추녀를 만들 경우 원목의 굵기는 굽은 것에 비해 훨씬 굴어야 하는 반면 나무의 강도는 굽은 나무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여러 목조 건축물의 붕괴현장에서 경험했다.”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소나무의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성이라면 습기에 의한 뒤틀림과 변형 정도가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건축 재료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가 되며 한국처럼 계절에 따라 기후의 변화가 심한 지역에서는 더 더욱 그렇다. 이런 소나무와 자연환경의 특성 때문에 생겨난 고유한 문화의 한 예를 들자면 한국의 문에서만 볼 수 있는 문풍지를 들 수 있다.


만약 집을 짓는 목수가 겨울이나 건조한 계절에 집을 짓는데 문을 문틀에 꼭 들어맞게 달아버리면 그 집은 여름에 문짝을 제대로 닫을 수 없게 된다. 여름의 습기 때문에 소나무로 된 문짝이 팽창하기 때문인데, 반대로 여름에 꼭 맞는 문을 달아버리면 겨울에는 문짝의 수축으로 인해 문틈으로 찬바람이 횡 하니 들어오는 방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안해 낸 해결책이 문을 달 때에 아예 적절한 틈을 두어 소나무 문짝의 수축과 팽창에 대비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해서 여름에는 문을 잘 닫을 수 있는데 겨울에는 수축과 팽창을 고려한 그 틈으로 찬바람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 것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문풍지가 생겨난 것이다. 이렇듯 문풍지는 소나무와 기후에서 비롯된 한국 고유의 문화인 것이다.


모든 일에 적당한 유격을 두려는 한국인의 의식이 꼭 이 소나무에서 비롯되었다고 말 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인의 유전인자 중 어딘가에는 소나무에서 비롯된 이런 유전인자가 스며 있으리라......


전통 한옥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집안의 어디에선가 기둥이 툭 불거져 나오거나 표면의 울퉁불퉁함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소나무의 이런 자연스런 곡선과 정제되지 않고 거친 듯한 자연의 미를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한국인들의 안목에 의해 전통 건축물들이 이토록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 한다


                 - 출처 : ‘천년의 향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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