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이야기

* 한국인과 소나무 *

paxlee 2005. 1. 24. 18:01
 

                   * 나무의 우두머리 (3)


민간신앙에서 집을 관장하는 최고의 신(神)은 성주신(星主神)인데 여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해진다. 성주[星主]는 천성의 천궁(天宮)에서 살았는데 하늘에서 죄를 짓고 지상으로 유배되었다.


강남에서 오던 제비를 따라 경상북도 안동 땅 제비원에 이르러 솔씨를 받아 산천에 뿌렸다. 그 솔이 자라 재목감이 되자 성주는 자손번창과 부귀공명을 누리게 해줄 성주목을 골라 집을 지었다. 이 때 성주는 대들보에 좌정하였으므로 상량신(上樑神)이라고도 한다.


경상도 지방에 전해져 오는 '성주풀이'는 이 설화에 근거한 것으로 집을 지을 때 무당이 길흉화복을 주관하는 최고의 가신(家神)인 성주신을 모시기 위해 부르던 노래이다.  '성주풀이'에서 대주(垈主:가장)가 잡는 성줏대는 소나무가지이다.


'성주신'은 소나무로 상징된다는 것인데, 이것은 전통건축에서 소나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지금이야 소나무를 대신할 재료가 많이 있지만 천연 재료밖에 없었던 옛날에는 소나무가 주된 건축 자재였다.


때문에 모든 나무 중의 우두머리인 소나무를 신격화하여 모심으로써 집의 안전과 가문의 번창을 기원했고 '성주신'설화는 이러한 소박한 민간신앙의 일면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전통건축은 소나무를 빼고는 얘기할 수가 없는 것으로 조선시대의 가옥이나 사찰의 경우에는 느티나무, 전나무, 참나무 등을 기둥이나 건축 부재로 활용하기도 했지만, 궁궐의 건축에는 기둥에서부터 서까래나 창호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재에도 오로지 소나무만 사용되었다.


때문에 궁궐건축을 위해서는 수형이 반듯하고 굵은 우수한 형질의 소나무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고 건축 자재로서 뿐만 아니라 전함이나 세곡 운반을 위한 수송선의 건조 등을 위해서도 그 수요가 많았다.


이 때, 궁궐 건축에 사용된 소나무는 '금강송' 혹은 '강송'으로 불리는 것으로 수형이 곧기 때문에 위엄을 세워야 하는 궁궐건축에 필수적인 목재였다. 또 '강송'은 성장이 빠르고 목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임업적인 관점에서 좋은 소나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진행 중인 경복궁 복원 사업에 사용된 소나무들도 모두 강원도와 봉화, 울진 같은 경상북도 북쪽 지방에서 벌채된 '강송'이다. 조선시대에는 이런 양질의 목재를 충당하기 위해 왕조가 지속되는 500년 동안 송금(松禁)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쳤왔다.


양질의 소나무가 자라는 산을 '황장봉산(黃腸封山)', 금산(禁山), 혹은 봉산(封山)으로 정하여 허락 없이는 베어내지 못하게 하였으며 이를 어긴 자는 형벌로 엄하게 다스렸다.  이때, 소나무 외의 나무는 잡목으로 취급하였으며 아무런 제약 없이 베어 쓸 수 있었다. 


이는 한국의 산이 소나무 단일림을 형성하게 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현재, 남한에서 소나무가 차지하는 면적은 42%로 단일 수종으로서는 최고이다.


                                             - 출처 : '천년의 향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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