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봄 비를 맞으며 오른 검단산(657km) *-

paxlee 2008. 3. 24. 21:58

 

                봄 비를 맞으며 오른 검단산(657km)

 

산행일시 / 2008, 03, 23. 일요일 오전 10시.

모임장소 / 전철2호선 잠실역 8번출구.

산행회원 / 소나무외 9명.

교통이용 / 승용차 두 대로 이동.

산행코스 / 팔당대교지나서-수자원공사-윗배알미-계곡길-철탑고개-554봉-헬기장-

     검단산정상(657km)-하산중 점심식사-주차장.

 

         -> 검단산에서 가장 먼저 핀 꽃 생강나무 꽃, 산수유 꽃과 너무 흡사한 꽃입니다.

 

토요일 저녁부터 봄 비는 줄기차게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비는 굳세게 내리고 있어서 산행이 걱정되었다. 산행약속을 해 놓고 비가 온다고 취소할 수도 없는 사정이어서 출발하는 시간까지 많이 망서렸다. 오후에는 비가 그친다는 예보를 하였으니 그것을 믿고 출발을 하였다. 출발시점에는 비 줄기가 조금 가늘어 졌다. 아직은 이른 봄인데, 비를 맞으면 추울 텐데 하는  걱정이 앞 섰지만, 산행은 비가오나, 눈이 내려도 가야 한다는 것이 산행의 철칙이다. 잠실역에 10시쯤에 도착하여 8번 출구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출구에 올라서니 낯 익은 산행동료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오늘 산행은 조금 특별한 의미를 가진 산행이다. 새로 산방을 만들어 회원이 11명인데, 오늘 산행회원은 10명이 참가를 하였다. 지난 3월 9일 시산제 행사날 조그만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건으로 산행 핵심맴버 2명이 강퇴를 당하고, 여러명이 회원등급 강등을 당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것이 나에게도 적용되었다. 산행회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분개를 하면서 새로 산방을 만들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문자 메세지로 산행안내를 받은 후 새로 개설한 산방에 가입을 하고, 오늘 검단산 산행을 계획하였는데, 하필 오늘 첫 산행하는 날 봄 비가 이렇게 내리고 있다. 누구의 가슴을 적시는 빗 물인지, 눈 물인지, 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산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산방의 편견과 감정, 욕심, 기득권과 같은 사실에 초연하려고 노력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같은 취미를 가졌기에 함께 어울려 산행을 하는 것이 좋아서 모인 사람들인데, 기득권을 가지고, 강퇴를 시키고, 회원 등급을 강등시켜 활동에 제한을 하는 독선의 감정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승용차 2대에 나누어 타고 하남시를 지나, 팔당 땜을 지나서 수자원공사 건물 옆으로 윗배알미 기와집두부집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산행을 시작하였다. 빗 줄기는 많이 가늘어져 산행에 큰 불편은 주지 않았다. 산 길은 계곡물이 흐르는 길을 따라 올라갔다. 곳곳에 생강 나무의 노란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있다. 노란 꽃이 산수유꽃과 비슷하여 구별이 어렵기도 하지만, 나무를 보면 뚜렷이 구별이 된다. 오늘 비가 그치면 산과 들에는 봄을 알리는 전령의 봄 꽃들이 다투어 피어날 것 같다.

 

 

산 길을 따라 흐르는 물 소리도 봄을 기다려 왔다는 자연의 소리같이 들려주었다. 경사가 완만하고 서울의 산처럼 바위가 없어 산행의 발 걸음은 편하고 좋았다. 낙엽이 깔린 길에는 비에 젖어 조금 질척거리기는 하였으나, 하남시 에니메이션 고등학교 옆으로 오르는 검단산 코스 보다는 흙 길 이어서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솔잎의 끝에는 물방울이 매달려 있고, 매마른 나무가지에도 가지마다 물방울은 대롱대롱 매달고 있다. 비 옷을 입고 올라 가다보니 땀이 솟아 올라 다시 벗어서 배낭에 매어달고 걸었다.

 

땀이 많이 흐르면 몇 번을 쉬면서 물 대신 막걸리를 한잔 마시면 그 맛이 꿀처럼 달고 시원하다. 그래서 산행인들은 그 어느 술 보다 막걸리를 좋아한다. 도마도와 오렌지등을 나누어 먹는 맛은 과일 그 이상의 맛을 안겨준다. 휴식시간에 나누는 막걸리나 과일은 먹고 마시는 즐거움도 크지만, 정을 나누는 산행에서 느끼는 동료애는 서로에게 믿음과 신뢰를 쌓아가는 시간이 된다. 산행은 좋은 날씨에, 정을 나눌 수 있는 동료와 대화를 하며, 좋은 산행코스를 산행하는 것이 등산의 3대 요소라고 한다.

 

 

오늘은 봄 비가 내리는 날씨여서 새로운 산방에 모여 시작하는 첫 산행인데, 날씨는 비록 좋지 않았지 만, 일요일마다 함께 산행을 계속하여 온 우리들이기에 날씨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을 한데 묶어 걸단산을 올라갔다. 오르다 보면 계곡의 물 소리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능선을 올라가게 된다. 그 능선 길에는 물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산 새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산행하면서 산 새 소리를 듣는 것도 참으로 오랜 만에 들어 본다. 물 소리, 새 소리, 바람소리는 자연의 하모니이다.

 

능선 길을 조금 더 올라서니 전후좌우에는 연무가 자욱하게 가려 시야가 갑자기 좁아졌다. 땀을 흘리며 능선에 올라서면 철탑고개에 이른다. 좌측으로 가면 수리봉이고, 우측으로 진행하면 검단산 정상에 이른다. 여기서부터는 능선길이 경사가 있는 오름 길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554봉에 오르면 양평의 북한강 남한강이 합류하는 팔당호수는 바다처럼 넓어 그 시원함이 산행의 피로를 씻어 주기도 하는데, 오늘은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헬기장을 지나면 지척에 검단산 정상에 이른다.

 

    

 

검단산(657km) 정상(오후 1시)은 팔당 땜과 미사리 경기장, 건너편 예봉산이 조망되고 멀리 북한산 도봉산까지 조망이 되어 그 전망이 좋은 곳인데, 오늘은 연무에 가려 멀리만 보려 하지말고, 가까이 있는 산행동료들을 더 살피고 배려하는 것이 산행의 법칙이라고 일깨워 주는 것처럼 우리를 꾸짖는 것 같다. 가까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멀리만 보려는 욕심을 타이르는 자연의 암시 같아서 보여주는 것 만 보기로 하였다. 이 산행코스는 산 길이 순수한 흙 길 이어서 산행을 부드럽게 이끌어 주었다.

 

검단산 정상 표지석 앞에서 사진들을 찍고 잠시 쉬었다가 우리는 승용차가 주차되어있는 산행기점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봄 비가 오는 오늘도 검단산 정상아래서 시산제를 올리는 팀이 있었다. 정상을 향한 길 보다는 하산길이 조금은 쉬웠다. 내려가다가 2시쯤에 길 옆 한가한 곳에 조그만 천막을 치고 둘러앉아 산방지기님이 준비해 온 양주 한 병과 막걸리로 우선 한 잔씩 하고, 라면을 끓여서 맛있게 먹었다. 오늘은 비가 내리는 찬 기온으로 손까지 시러웠지만, 뜨거운 라면을 먹으니 속까지 따뜻해 져서 그 맛은 마음까지 녹여주었다.

 

샛별님의 닭죽과 엔젤님의 된장찌게의 맛은 그대로 일품이었다. 커피와 과일등으로 푸짐한 점심식사는 우중산행의 피로를 화끈하게 풀어주었다. 산행은 이처럼 같은 검단산을 올라가도 산 길이 좋은 코스를 걸으며 함께 구슬땀을 흘리는 동료애와 푸짐한 식사로 정을 쌓아가는 점심식사 시간은 산행의 진수를 맛과 멋의 느낌으로 감동을 안겨 준다. 비는 많이 내리지는 않았으나 부슬비가 내리고 있어서 작은 천막아래 옹기종기 모여서 먹고 마시며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3시쯤에 주변 정리를 하고, 천막을 걷어 하산을 하였다. 검단산을 절반 정도 내려오니 연무는 위 쪽에 만 머물러있고 그 아래쪽에는 시야가 좋아졌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승용차 편으로 잠실역으로 출발하였다. 봄을 재촉하는 비를 맞으며, 다우산방의 첫 산행으로 검단산을 찾았다. 일주일간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고, 일요일에 산방가족을 만나 산행을 하는 취미활동은 사회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주고, 자신의 건강을 확인하며, 건강을 지켜나가는 지름길이므로 우리는 일요일 마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바람이 불어도 산행은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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