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야기

-* 경제가 언제 회복될까. *-

paxlee 2009. 1. 11. 08:29

경제가 언제 회복될까

 

수출의존도 40% 한국대외 경제회복 없이 독자적 회생 불가
신속 - 선제적 대응긍정사고로 부딪쳐야


이번 경제위기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런던경제학스쿨에 들러 "왜 아무도 위기를 예보하지 못했습니까?"라고 서운한 듯 물었다. 여기에 `시장의 진실`의 저자 존 케이가 답을 올렸다. "원래 경제 예측은 어렵답니다. 경제학이 할 수 있는 일은 과거의 경험을 현재적 전후 맥락에 끼워넣어 해석하는 정돕니다. 그런데 무슨 수로 그 많은 인간의 마음, 에이전트의 상호작용을 수학으로 풀어낸단 말입니까. 더욱이 인간은 진실보다는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가려듣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50년 이상을 공직에 몸담았던 앨런 그린스펀은 일생의 경험상 6개월 이상을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더라고 한다. 이런 대목을 접하면 이제 한국도 이명박 대통령이나 경제장관들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환율, 국제수지, 물가 등의 목표치를 자꾸 말하고 자꾸 틀리고 자꾸 고치는 헛된 일을 그만둘 때도 됐다는 생각이 든다. 괜히 신뢰감만 떨어뜨린다. 과거 5개년 개발계획이란 걸 발표했다가 폐지했듯 선진국들처럼 경제지표 예측과 발표는 연구소의 몫으로 남겨두는 게 좋겠다.

 

 `2009년 내에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가`란 서두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자. 영국은 펀딧(현자)들을 동원하여 연내 회복을 장담하고, 미국은 먼저 쓰러졌으니 먼저 일어설 것이라는 전문가도 보인다. 반면 폴 크루그먼은 전 세계 제조업 지표들이 곤두박질치는 속도가 2차 대공황이 시작되는 것 같이 무섭다고 단기회복론을 일축한다.

한국은 어떨까? 여러 경제연구소와 국가기관, 그리고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의견을 조회해본 결과 딱 이거다라고 답한 펀딧을 만나지 못했다. 역시 그들의 답은 안전운행이었다. 운이 좋으면 2009년 가을에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돌아선다는 낙관론(시나리오1), 2010년 중반기쯤 회복된다는 중도파(시나리오2), 불황기가 3~5년간 더 지속된다는 비관론(시나리오3)을 조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도파에 점수를 주는 답안율이 80%쯤 돼 이른바 87%법칙을 떠오르게 한다. 한 방향을 가리키는 전망이 87%나 되면 결과는 반드시 틀리더라는 외환딜링룸의 전설 말이다.

시기를 세 가지로 나누는 근거는 미국을 위시하여 전 세계가 수조 달러의 돈을 퍼붓고 엄청난 물량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나선 결과 얼마쯤 시차를 두고 효과를 보겠느냐는 시기에 관한 관측이다. 한국만의 회복시기를 묻는 건 난센스라는 게 이 글의 정답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는 수출의존도가 40% 이상으로 워낙 높아 내생적 선형함수를 그릴 수 없기 때문이다. 분야별로 보면 실물경제는 올해가 작년보다 더 힘들고 1분기가 가장 빙하기일 것으로 본다.

 

증시는 실물에 6~9개월 선행하는 습성이 있어 베어랠리(bear rally)가 간헐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은 거래량이 수반되지 않은 조정밖에 하지 못한 게 약점으로 진바닥을 확신하기 어렵다. 현재의 상황은 1929년 대공황에 곧잘 비유된다. 그런데 대공황은 회복에 무려 25년이 걸렸는데 이번 침체는 얼마나 오래 걸릴까. 지금에 와서 대공황 패인을 분석해보니 그 당시 3가지 정책을 잘못 쓴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금본위제를 사수하려 해 통화긴축을 고집한 것, 그로 인해 고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실업을 타개하려고 어리석게도 홀리-스무트법을 제정하여 관세를 높여 보호무역으로 회귀한 것 등이다. 이번에도 보호무역 기운이 약간 논의되지만 앞의 두 가지 실수는 이미 접어두고 있으니 회복기간은 단축될 것이다.

모 그룹 회장은 보고서를 쓸 때 일절 `비상` `위기` 같은 용어를 사용치 말라고 했다는데 일리가 있다. 모두가 비관적일 때 긍정적 사고가 필요한 법이다. 나쁜 일이 일어나면 그 다음엔 좋은 일이 일어날 차례다. 생물학자 프랜시스 골턴은 탁월한 인물(제독, 소설가, 판사, 의사, 시인)의 자식이 탁월한가를 조사해 보니 36%만이 탁월하고 손자대로 가면 9%로 뚝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른바 `평균으로의 회귀`이론이다. 작년에 아주 나빴던 만큼 새해는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신념으로 뛰는 게 중요하다.

[김세형 매일경제신문 논설실장]


"87법칙이란 87년 민주항쟁에는 거대한 승리와 거대한 착각이 동시에 존재한다. 87년은 시민의 형식적인 승리와 노태우의 실질적인 승리를 모두 함의하고 있다. 때문에 87년을 진행형으로 보아야 하지만, 지금까지 87년을 과거형이나 완료형으로 보려는 관점들이 착각을 일으켜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나, 첫 술에 배가 부르다고 하는 현상. 이것을 87현상, 또는 87의 법칙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