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삶의글

-* 노인 요양병원 *-

paxlee 2010. 11. 14. 23:38

 

노인 요양병원

 

어머니와 아들은 가장 가까워야 하는 거리가 너무 멀다는 사실이 가슴을 누른다. 어머니는 서천 요양병원에 요양을 하고 계시는데, 아들은 교통거리가 3시간이 걸리는 곳에 떨어져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현실이 원망스럽다. 오늘은 딸과 아들을 다리고 어머니를 뵈오러 오전 8시에 출발을 하였다. 딸과 아들은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을 하시고 처음 찾아 뵙는다. 건강하실 때 뵌 후 이제는 병이들어 그때와 너무 늙고 병들어 계시는 할머니를 바라보는 얼굴이 어떻게 변할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떠났다.

 

어머니와 한 병실에 계시는 분들과 나누어 드실수 있는 몇가지를 구입하여 아들이 운전을 하고 성산대교를 건너 서해안고속도로에 진입을 하였다. 이른 시간 이었으나 고속도로에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서 달려가고 있었다. 11월의 고속도로 변의 산야는 적막함이 흐르는 계절의 변화가 멈추어서서 다가오는 겨울을 대비하는지 조용히 숨소리 조차 멈추고 긴 동면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은 그저 쓸쓸함과 황량함이 시야를 흐리게 하였다. 단풍의 끝자락을 달고 있는 곳도 있고 낙엽을 떨구고 매마른 나무가지는 하늘을 향해 벌을 서고 있었다.

 

화성휴게소를 지나고 서해고속도로의 명물 서해대교를 지나다가 행담도휴게소에 들려서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다시 출발을 하였다. 서해대교는 총연장 7,310m, 다리폭이 31.41m인 왕복 6차선 도로교이다. 국내 교량 중 가장 길다. 1993년 11월 4일 착공하여 2000년 12월 15일 개통되었다. 풍속 65m/ sec의 강풍과 리히터 규모 6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 되었으며, 해수로 인한 부식에 대비하여 내염 시멘트및 에폭시 코팅 철근을 사용하였다. 서해대교에는 사장교와 FCM교(장경간 콘크리트 상사형교), PSM교(연속 콘크리트 상자형교) 등 3가지 다리 형식이 복합적으로 사용 되었다고 한다.

 

춘장대 해수욕으로 이어지는 춘장대IC를 경유하여 요양병원에 11시 쯤에 도착을 하였다. 어머니의 병실에 들렸드니 도우미 아주머니가 2층에 미사를 보러 내려가섰다고 하였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힐췌어를 타고 오셨다. 이제 많이 노쇠하셔서 혼자 걷거나 움직임이 불편하시지만, 말씀하시거나 듣는 데는 별로 불편함이 없어 보여서 그래도 다행이었다. 역시 딸고 아들이 인사를 드려도 알아 보시지를 못하고 누구냐고 물어신다. 전에는 머리칼이 길어서 비녀를 꽂고 계셨는데, 지금은 머리를 솟커트를 하셔서 모습이 다르게 느껴지고 얼굴과 몸의 살이 여의셔서 뵙기가 여간 안서럽지가 않았다. 

 

정신적으로 기억이 흐려져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 할 뿐이지 어디가 아프거나 불편하시지는 않아 애들이 할머니를 대하는 태도는 그래도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앞 뒤가 맞지 않는 대화이지만, 그래도 말씀을 하시고 인상이 흐려져 있지 않다는 것에 호감을 보이고는 하였다. 애들도 병원이 한적한 산 밑에 있어 공기가 맑고 병실이 깨끗하고 직원들이 친절한 것과 멀리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환경이 좋다고 하였다. 거리가 너무 멀어 자주 찾아 뵐수없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보통때는 12시에 점심이 나왔는데, 오늘은 12시 30분에 점심시간이었다. 복도의 넓은 공간에는 어디에서 왔는지 위문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건강을 위해 식사를 많이 하시라고 권하였으나 양이 줄어서 나오는 식사도 다 잡수시지 못한다고 하신다. 늙어서는 밥 힘으로 산다고 하는데, 어머니를 그 외진 곳에 홀로 두고 돌아서는 마음은 내 마음이 아니다. 이렇게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는 자식의 마음은 어머니를 정면으로 바라볼수 조차 없다. 어머니를 생각만 하여도 가슴은 무너저 내린다. 몇일 전 포항의 요양병원에 화재가 발생하여 입원환자가 연기에 질식사를 하였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였다. 어머니가 식사를 하시고 우리는 1시쯤에 다음에 다시 오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병원을 출발을 하였다.

 

병원을 향해 갈 때보다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더 무겁다. 마음속 깊이 죄 스럽다. 죄인은 죄를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한다. 마음과 현실과의 괴리, 그 거리는 너무 멀다. 어머니가 얼마나 더 우리곁에 계서 줄것인지 알수없지만, 그 동안 자주 찾아뵈야 한다는 마음 다짐을 하면서 고속도로를 달렸다. 홍성휴게소에 들려 점심을 해결하고 상행길은 이곳에서 부터 지체가 되기 시작하였다. 서해고속도로가 가장 지체가 많이 되는 길이라 일찍 출발을 한다고 하였지만,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고속도로 정체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IC나들목마다 진입하는 차량은 늘어만 갔다.

 

고속도로는 서울의 출근길보다 더 정체가 반복되고 있었다. 아들이 너무 피곤하다며 화성휴게소에 들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을 하였다. 딸과 아들과 오랫만에 함께한 할머니 면회길의 여행은 비록 마음은 무거웠으나,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정체길을 불평하지 않고 서서히 돌아왔다. 늙고 병들면 인생이 이렇게 초라해 져야하는 현실앞에 딸과 아들이 이 아빠의 미래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 들일지, 아직은 그것을 생각할 여유까지는 없을 것이다. 집에 도착하니 7시 20분이었다.   [2010, 11, 14일 일요일.]

 

Mother of Mine / 기타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