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의 고장 상주

-* [상주 MRF이야기길ㅣ 제1코스] 낙동강 이야기 길 *-

paxlee 2011. 1. 5. 22:09

 

        [상주 MRF이야기길ㅣ 제1코스] 낙동강 이야기 길

산 따라(M), 강 따라(R), 들 따라(F) 걸으며 낙동강변 명소 두루 거쳐

낙동강에서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곳‘낙동 1경’인 경천대. 그 경천대가 있는 곳이 상주다. 태백 황지연못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통상 1,300리를 굽이쳐 바다로 빠져들지만 상주에서는 700리라고 부른다. ‘낙동강 700리 이곳에서 시작하다’란 비석까지 세워놓았다. 여러 지류에서 모여든 낙동강이 상주에 와서 제대로 강의 모습을 갖췄고, 그 제대로 갖춘 모습을 기준으로 강의 길이를 재면 대략 700리가 된다는 것이다.


상주는 사실 지명부터 낙동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상주의 옛날 지명이 낙동강의 상류에 있다는 뜻인 상락(上洛)이기 때문이다. 여러 지류가 하나로 모이는 그곳에 낙동강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낙동 1경’ 경천대가 있다.


▲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을 따라 바로 오른쪽에 드라마 ‘상도’ 촬영 세트장이 있고, 그 사이로 MRF 제1 코스인 낙동강 이야기길이 있다.

하늘이 만들었다 하여 일명 자천대(自天臺)로도 불린다. 낙동강물을 마시고 하늘로 솟구치는 학을 떠올리게 하는 천주봉, 기암절벽과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감상하며 쉴 수 있는 울창한 노송숲과 전망대, 조선시대 석학 우담 채득기 선생이 은거하며 학문을 닦았다는 무우정, 병자호란 때 세웠다는 경천대 비석 등 명승지와 유적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또 경천대 발아래 흐르는 낙동강은 그 굽이쳐 흐르는 모양이 마치 용의 모습과 같다 하여 용소(龍沼)라 하고, 낙동강 중에서 가장 깊은 곳이다. 강 수심이 깊은 만큼 고기도 많아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서식지로도 알려져 있다. 전망대에서는 낙동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로 내려다볼 수 있다. 1978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됐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경천대 관광지 안으로 들어섰다. 시원한 강바람이 확 불어왔다. 아니 아직까지는 추운 바람이다. 따뜻한 봄이나 여름이 되면 굉장히 시원할 것 같다. 먼저 경천대 전망대에 올라갔다. 상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듯했다. 사방이 평지에 가까운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쳐져 있다. 상주는 특히 평야가 많아 쌀의 곡창지대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상주는 곶감, 누에고치와 함께 쌀 생산이 많이 된다고 해서 ‘삼백의 도시’라고 불린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천대는 마치 별천지 같아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지 않을 수 없다. 가까이 가서 봐도 마치 신선이 놀던 장소 같다. 바위를 뚫고 나온 노송과 기암괴석 등은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우담 채득기 선생이 병자호란 때 청나라 심양에 볼모로 잡혀간 세 왕자를 모시고 8년 만에 돌아와 비석을 세우고 충절의지를 키웠다고 한다. 빛바랜 비석에는 ‘擎天臺, 大明天地 崇禎日月(경천대, 대명천지 숭정일월)’이라고 새겨, 북벌 의지를 다진 것으로 전한다.


주변은 우아한 노송들로 가득했다. 하늘과 땅과 나무와 강이 모두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다. 그 속에 낙동강길이 있다. 길은 소나무 잎들로 무성해 푹신푹신했다. 자칫 미끄러지기 쉬웠다.


▲ 낙동강과 같이 가는 낙동강길을 상주 MRF 동호회 회원들이 걷고 있다.

‘낙동 1경’ 경천대가 출발지


이 아름다운 곳에 몇 년 전 인기드라마였던 ‘상도’ 세트장을 만들어 촬영했다. 그 흔적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이곳을 지나 낙동강길 따라 난 도로로 들어섰다. 강둑길에 심어져 있는 벚나무는 아직 꽃몽우리도 피지 않은 상태다.


강둑길을 따라 500여m 가면 오른쪽으로 우리나라 첫 자전거박물관 2010년 10월 완공, 자전거와 걷기 도시로 명실상부 전국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상주시에서는 13개 걷기 코스와 더불어 다양한 자전거 체험행사까지 개최할 계획이다. 바로 그 앞쪽으로 낙동강을 넘어가는 경천교 다리가 나온다. 다리 양쪽 난간 위에는 자전거 조형물이 각 15대씩 총 30대가 달리는 듯한 모습으로 달려 있다. 연방 뛰쳐나올 것만 같다.


다리 끝에는 옛 회상(횟골)나루터 자리를 알리는 비석이 있다. 비석 뒷면엔 ‘회상나루는 回谷津(회곡진)이라고도 하며, 풍양에서 상주로, 상주에서 안동으로 왕래하는 관문 역할을 했으며, 객주촌이 번성하여 애환과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고 적혀 있다. 교량 밑 크고 평평한 바위가 과거 나루터 자리임을 알리고 있다. 회상나루터 조금 아래쪽에는 신발바위가 있다. 남자와 여자 신발 각 한 짝씩 나란히 강물 위로 솟아 있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하다.


‘옛날 상주 덕암산 아래 부잣집 종이 살고 있었다. 그는 젊고 잘 생겨, 누구나 그를 보면 반할 정도였다. 그런데 부잣집 무남독녀가 그를 사랑하게 되어 상사병을 앓았다. 끙끙 앓고 있던 차 우연히 그 소식을 접하게 된 종은 주인 몰래 주인집 딸을 만나며 사랑을 키웠다. 그러나 언제까지 몰래 만날 수만은 없는 법. 급기야 둘은 야반도주하기로 결심한다. 어느 날 회상나루터에 사공이 없는 틈을 타 강을 건너려고 배를 탔다. 때는 여름,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더니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 익사하는 불상사를 당했다. 이들이 죽은 사연을 알게 된 낙동강 용왕이 그들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후세에 전하기 위해 남자와 여자 신발 한 켤레씩 만들어 강변에 갖다놓았다 전한다. 사라진 나머지 남녀 신발 한 짝씩은 용왕이 아직 찾고 있다고 한다.’


길을 걷다 어딘가에서 주인을 알 수 없는 남녀 신발 한 짝을 보면 반드시 그 자리에 갖다놓기를….


강길을 100m쯤 지나면 왼쪽으로 산길로 진입한다. 이정표는 비봉산 4.1km라고 가리키고 있다. 비봉산으로 접어들었다. 해발 230m로 야트막한 산이지만 초반부터 바로 경사가 시작된다. 나무들은 관목과 교목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로 소나무군락이지만 촘촘하게 조림한 참나무 군락지가 눈길을 끈다. 고사리, 만개나무 등도 관목으로 여기저기 소군락을 이뤄 흩어져 있다.


낙동강을 바라보며 산길을 걷는 중에 색다른 바위 하나가 눈길을 끈다. 바위를 뚫고 자라는 소나무도 볼 만하지만 바위 자체가 용이 못 된 이무기같이 생겼다. 이른바 무기바위다. 눈 주위엔 눈물을 흘리는 듯한 흔적도 보인다. 등에서 자라는 소나무가 바위가 날아가지 못하게 붙들고 있는 형국 같기도 하다.


전설에 의하면 '낙동강 상류에 유일한 섬인 하중도에 천년 묵은 금개구리가 살고 있었다. 낙동강에 사는 쏘가리만 먹는 금개구리는 매일 하루 한 차례씩만 모습을 드러냈다. 이 금개구리를 잡아먹으면 새는 봉황으로, 뱀은 용이 된다는 사실을 백로와 뱀이 우연히 알게 됐다. 이들이 하중도에서 금개구리를 발견하고, 서로 먹으려 싸우는 사이 금개구리는 앞쪽의 산으로 도망가게 됐다. 뱀은 앞쪽의 낮은 산봉우리로, 백로는 높은 산봉우리로 찾아 나섰다. 발 빠른 백로가 산 정상 바위 밑에 숨어 있는 천년 묵은 금개구리를 발견하고 잡아먹었다. 이어 백로는 봉황이 되어 날아가고, 뱀은 눈물을 흘리며 낙동강으로 내려오다 이무기로 변하면서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봉황이 되어 날아간 산을 비봉산이라 하고, 이무기바위가 있는 봉우리를 동봉이라 한다.'

▲ 낙동강길 중에서 대표적인 들길을 걷고 있다. 얼마 더 가면 드라마 상도 촬영 세트장이 나온다.

금빛모래와 자전거박물관도 볼 수 있어


비봉산 동봉에 어느덧 도착했다. 사실 야트막한 산에 정상이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등산로로서 구색은 다 갖췄다. 바로 밑에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넓은 강 중간에 꽤 넓은 면적의 모래섬 하중도가 있다. 그곳에 예산 938억 원을 들여 낙동강생태자원관을 지난해 연말(12월) 착공했다. 그 옆엔 요즘 한창 떠들썩한 4대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붉은 깃발과 청색 깃발을 꽂아 강 준설구역 표시를 하고 있다. 지금 낙동강변은 아름다운 금빛모래로 반짝이지만 준설작업이 끝나면 금빛모래는 영원히 사라진다. 준설하면서 금빛모래도 살리는 솔로몬의 지혜는 없을까.


백로가 봉황이 되어 날아갔다는 비봉산 정상이다. 야트막하지만 사방이 탁 트여 시원한 조망이다. 조망은 좋지만 바람 막을 능선이 없어 춥다. 전망대에서 구경만 하고 바로 내려갔다. 고갯마루를 돌아 낙동강 바로 위 능선에 나무계단을 잘 만들어 놓았다. 끝 지점 조금 지나면 청룡사가 나온다. 1672년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라고 한다.


청룡사를 지나 산 아래로 내려오면 들길이 펼쳐진다. 햇빛이 잘 드는 언저리에는 사과나무 과수원이 있다. 들길도 엄밀히 말하면 낙동강 따라 가는 길이다. 강과 들을 함께 즐기며 걷는다.


볼거리는 하나 더 있다. 강가에 초가집들이 여러 채 지어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서 보니 드라마 상도 촬영 세트장이었다. 이곳에서 압록강 포구 장면을 촬영했다고 한다.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이 세트장을 민박이나 다른 시설로 활용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산길로 올라갔던 그 길로 들길과 강길로 둘러 다시 왔다. 이제부터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면 된다. 제1 코스인 낙동강이야기길 전체 길이가 11km에 달했지만 별로 길어 보이지는 않았다. 어디서든지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의 뛰어난 경치를 즐길 수 있고 그에 얽힌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 낙동강길의 대표적인 산길인 눈 덮인 비봉산길을 회원들이 경치를 즐기며 걷고 있다.

▶낙동강 이야기길 | 총 11km, 3시간 내외
경천대~경천교~회상나루터~산길~동봉~비봉산~전망대~청룡사~‘상도’세트장~경천교~경천대


▶찾아가는 길
중부내륙고속국도 상주 IC → 외답삼거리에서 우회전 → 경천대관광지(약 10분 소요) 


▶볼거리
경천대 조금 못 가서 임진왜란 때 살신의 공로를 세운 정기룡 장군을 기린 충의사가 있다. 또 견훤산성 또는 아자개성으로 불리는 산성, 정몽주·김굉필·정여창·이언적·이황·노수신·류성룡·정경세·이준 등의 위패가 봉안된 도남서원, 사벌왕릉, 임란북천전적지 등도 가볼 만한 장소다. 또 구석기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상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보물 661호인 석각천인상 등 390여 점의 유물이 보관된 상주박물관도 있다.


▶먹거리(지역번호 054)
함창읍내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맞은편에 있는 백련지 식당(541-0203)의 연밥과 대나무밥이 별미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의 30가지가 넘는 반찬이 세 번에 걸쳐 색다르게 나와, 기다리는 사람을 전혀 지치지 않게, 맛나게 한다. 1인분 1만8,000원부터 5만 원까지다. 상주 시내 홍성식육식당(536-6608)의 쇠고기는 말 그대로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다. 암소만 사용한다고 한다.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잠잘곳
경천대 주변에 맛집은 별로 없고 펜션이 있다. 경천대 펜션(536-7471, 휴일 016-239-3747)은 4인실 기준 주말 4만 원, 주중 6만원이다. 그 외 펜션과 함께 운영하는 경천대 회식당(536-7471), 버섯전문집 청석골식당(536-6022) 등이 있다. 

- 글 / 박정원 부장대우 : 사진 / 김영훈 : 월간 산 2011, 1월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