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의 고장 상주

-* [상주 MRF이야기길 | 제5코스] 가야길 *-

paxlee 2011. 1. 21. 09:49

 

 

          [상주 MRF이야기길 | 제5코스] 가야길

  2000년 역사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
 

가야길은 오봉산으로 떠나는 역사 속의 시간여행이다. 가야길이 나 있는 함창은 옛 고령가야국(古寧伽倻國)의 수도였다. 함창읍 증촌리에는 전(傳) 고령가야왕릉이 있다. 고령가야는 41년(유리왕 18) 낙동강을 중심으로 하여 일어난 6가야 중 하나로 태조왕(太祖王)이 건국했다고 전한다. 동릉인 태조 왕릉과 서릉인 왕비릉이 읍내에 남아 있고, 오봉산에 거대한 고분군이 자리를 잡고 있어 그 당시 큰 고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출발점은 이안천 둔치 신흥체육공원. 일단 신흥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이안천 제방 길을 따른다. 제방 길을 따르노라면 청둥오리와 같은 철새들이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신흥교에서 900m쯤 걸어가면 왼쪽 3번국도 밑을 관통하는 암거박스(터널)  뒤로 검은동 마을이 보인다. 가야길은 암거박스(오봉산 1.6km·55분, 봉우재 2.6km·1시간15분·새말동네 3.4km·1시간30분, 이안철교 1.1km·16분)로 이어지지만 계속 제방 길을 따라 이안철교까지 가면 더욱 낭만적인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제방 길은 이안교를 거쳐 이안철교를 건넌 뒤 쾌재정으로 돌아오는 가야길의 연장선이며, 옛 추억이 있는 기찻길을 걸어볼 수 있다. 특히 오전 10시 5분과 10시 38분경 이안철교에 도착하면 부산-영주 간 경북선 열차를 만날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철길 옆으로 보행로가 놓여 있어 굉음을 내고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열차를 경험할 수 있다. 전병순씨는 “상주 MRF를 걷다가 우연히 열차를 만나면 행운을 얻는다는 속설이 생겼다”고 한다.

▲ 이안천을 가로지르는 구 이안교. 새로 완공된 이안교 옆에 나란히 있다.
이안교를 건너 이전길 분기점인 이안철교를 건너면 곧바로 산으로 올라서도록 한다. 초입부가 바위지대를 이루고 있으나 곧 산길로 접어들면서 쾌재정(快哉亭)에 올라선다. 함창벌판이 잘 바라보이는 곳에 위치한 쾌재정은 ‘세상 밖에서 살다간 신선’이라 칭송받은 조선시대 나재(懶齋) 채수(蔡壽·1449-1515)가 중종반정에 반발해 말년에 벼슬을 그만두고 유유자적하던 곳이다.

쾌재정에서  가야길 암거 팻말로 돌아가려면 다시 제방 길을 따라야 한다. 이안천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어 이안천 안의 습지 역시 사람 손이 닿지 않는다. 때문에 겨울이면 철새들의 낙원으로 탈바꿈한다. 다시 이곳 이정표에서 3번국도를 관통하는 암거박스를 지난 후 70m쯤 가다가 왼쪽으로 꺾으면 곧 폐가와 재실이 나오고, 시원스런 대나무 숲도 보인다. 그 옆 산길로 접어들면 곧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묘가 나오면서 산 능선으로 길이 이어진다. 능선을 고집해서 쭉 나아가면 4차선 국도를 지나는 요란한 차소리가 들리고, 저만치에 포장된 농로가 보인다.
 
산길은 계속 능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마을길이 올라오는 안부 일원에 야생짐승 접근방지용 전기철책을 피해 왼쪽 3번국도 변으로 내려섰다가 다시 능선으로 올라붙어 오봉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산길 곳곳에 도굴 흔적들이 즐비하다. 그만큼 분묘가 많았던 산이다. 오봉산 등산로는 함창읍민들이 즐겨 찾는 길로 비교적 잘 다듬어져 있다. 일부 구간에는 고분이 있는지 땅이 쿵쿵 울리는 곳도 있다.

해발 235m 높이의 오봉산은 함창 진산이자 가야인들의 이야기와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정상은 매년 1월 1일 해맞이 장소로 이용된다. 그러나 실제 조망은 정상에서 계속 능선 길을 따라 철탑을 지난 뒤 절벽 위 망대에서 즐기는 것이 좋다. 신흥들판과 함창 및 문경 시내가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원근감이 좋아 전망은 가히 일품이다.
 
▲ (위)오봉산 조망대. 신흥들판과 함창읍·문경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 (아래)전 고령가야왕릉. 함창읍내에 있다.
조망을 한 후 발길을 돌리면 봉우재 고갯마루다. 농로와 앞쪽으로 이어진 능선 길도 보인다. 능선 길은 남산고성으로 가는 길이다. 남산고성은 규모가 상당히 큰 토성으로 옛날 이곳이 매우 중요한 위치였음을 알 수 있다.

봉우재 이안천 방면(북쪽)으로 내려서다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 새말동네로 내려가야 한다. 지방도와 만나는 지점에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거기에는 쉼터가 있다. 그 옆은 신흥들판 중앙을 곤통하는 논둑길이다. 황톳길 그대로인 농로를 따라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걷노라면 이안천 제방에 닿는다. 철새들이 물가에서 노니는 이안천에 닿으면 가야길 출발지점인 신흥교와 함창체육공원이 빤히 보인다.

▶가야길 | 총 6.7km, 2시간15분

신흥체육공원~(1.2km·25분)~굴다리~(0.3km·5분)~재실~(0.5km·15분)~농로~(0.5km·15분)~오봉산 등산로~(0.3km·10분)~오봉산~(1km·15분)~봉우재~(0.8km·15분)~새말동네~(0.9km·15분)~이안제방~(1.2km·20분)~신흥체육공원
 
찾아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 함창 IC → 함창읍내 → 신흥교
중부내륙고속도로 북상주 IC → 3번 국도 → 신흥교

▶볼거리

전 고령가야왕릉(傳 古寧伽倻王陵)
함창읍 증촌리 7번지. 태조왕릉과 왕비릉이 있다.
증촌리 석불좌상(曾村里 石佛坐像·보물 제120호)
함창읍 증촌리 258-2 용화사. 통일신라(9세기경) 것으로 추정되는 문화재다.

▶먹거리(지역번호 054)

함창읍내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있는 백련지식당(541-0203)은 연을 소재로 한 전통음식을 내놓는다. 연밥 정식 상 1만8,000원, 특 2만5,000원, 특상 3만5,000원, 스페셜 5만 원, 명주화초밥 1만2,000원, 흑마늘밥 1만2,000원, 오행밥(시골밥상) 1만 원. 부근에 위치한 할매손두부(541-0437)는 1인분 6,000원에 맛깔스런 손두부 백반을 맛볼 수 있는 집이다. 산초두부 7,000원, 명태구이 7,000원.
  
                    - 글 한필석 부장 | 사진 허재성 기자 / 월간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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