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의 고장 상주

-* [상주 MRF이야기길 | 제6코스] 이전길 *-

paxlee 2011. 1. 28. 11:09

                          [상주 MRF이야기길 | 제6코스] 이전길

         추억을 찾아서 철로를 걷다

이전길’은 그 옛날 엄마아빠가 장보러 가고, 땔감을 하기 위해 지게 지고 넘던 성황당 고개와 기찻길 철교를 걸었던 추억들이 물씬 풍기는 이야기가 있는 길이다. 길은 이안천변을 끼고 돈다. MRF(산길·강길·들길) 이야기 길 중에서 하나가 더 추가된다. 철길(Trail Road)이다. 철길은 옛 정서를 자극한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기차만큼 우리에게 소중하고 친근감을 주는 것도 없다.

통학하거나 큰 도시인 서울·부산·대구로 갈 때 기차역마다 서는 완행열차는 서민들의 요긴한 교통수단이었다. 철길과 철교는 기존의 길을 단축했기 때문에 지름길 역할을 한다. 이 철길을 따라 걷는 것도 낯설지 않은 옛모습들이다. 그러한 추억이 있는 길이 이전길이다. 출발점은 청암서원이다. 예주교에서 이안천 옆 좌측 농로를 돌면 청암서원이 보인다.


▲ 지금은 추억으로 남은 철로를 테마여행코스로 잡아 정기운행하고 있다.

청암서원은 1752년(영조 28년) 도계정사와 아곡리사 두 곳에 배향되었던 선현을 합사해 모시다가 고종 때 훼철되어 1991년 후손들이 복원했다고 한다. 서원 앞에는 승용차 여섯 대 정도 세울 수 있는 공터가 있다. 길은 그 옆을 돌아서 오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묘에 이어 송신탑이 나오고, 이어진 능선길로 가다가 내려서면 농로에 닿는다.

앞쪽 제방에는 이정표가 서 있다. 제방은 관리가 되지 않아 농작물이 자리를 차지한다. 농작물 사이를 헤쳐 나가면 산 속으로 물구멍이 보인다. 경들못의 물이 이곳을 통해 함창 앞뜰로 흘러간다.


▲ 이전길을 걷다 보면 만나는 이안천에서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듯 상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조심조심 통과해 농수로를 따라서 산과 만나는 지점까지 간다. 그러면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그 길을 넘으면 아스팔트 포장길이다. 민가로 인해 산길이 끊어져 제방이 시작되는 곳까지 부득이 아스팔트길을 타야 한다. 제방 길은 고속도로 밑을 통과해 이안철교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이안철교는 하루 10회만 열차 운행

이안철교는 이안면 가장리와 소암리를 연결하는 철길이다. 길이는 190m로서 1924년 9월 완공됐다. 기차는 1924년 10월 1일 개통되어 김천에서 상주를 거쳐 영주까지 연결된다. 철길 이름은 경북선이다. 1998년 수해로 인해 큰 피해를 입어 복구되기도 했다. 대중교통이 발달하기 전까지 철길과 철교는 지름길로 이용되었다.

철교를 건너다 기차를 만나면 피하는 장소가 마련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철길을 걸어 다녔다. 철교를 건너기 전에는 철길에 귀를 대고 기차가 오는지 사전에 확인하고 건너기도 했다. 그러한 길이 이전길이다. 석탄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던 시절 화물열차들이 상주와 문경에서 생산된 석탄을 수송하기 위해 무수히 지나 다녔다. 이제는 그 철길에 여객을 실은 열차가 10회만 지나간다. 그 만큼 철교에서 기차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안철교에서 기차를 만나면 행운이 온다고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것도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통과하는 열차와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이안철교를 통과하는 열차 시간은 오전 10시 5분과 10시 38분경이다.


▲ ‘세상 밖에서 살다간 신선’이라 칭송받은 조선시대 나재 채수가 관직을 버리고 지냈던 쾌재정.

이전길을 타면서 우연히 3번 이상 만나야 행운이 온다는 것이다. 그러면 사랑도 이루어지고, 소원도 달성된다고 한다. 어렵지만 한 번쯤 시도해 보는 것도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오늘도 기차는 제 시간에 철교를 지나간다.

이안철교를 건너면 왼쪽에 큰 바위가 있고 그 위쪽에는 쾌재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쾌재정은 연산조 대문장가이면서 인천군(仁川君)에 책봉된 나재(懶齊) 채수(蔡壽)가 중종반정 후 이조참판직에서 물러나 59세 때 낙향해 지은 산정형 정자이다.

이곳 쾌재정에서 가야길로 갈 수도 있다. 이전길은 다시 되돌아 내려와서 철교 밑을 통과해 고속도로 밑 세 갈래 갈림길까지 가야 한다. 왼쪽으로 살짝 굽은 산 밑 농로를 따라 걸어가면 주암정자가 나온다.

주암정자 저쪽 산 밑에 대나무 숲이 펼쳐 있다. 그 길로 오르면 옛날 엄마아빠가 공검장을 보러가던 성황데이 고개다. 대중교통이 없던 시절 산길은 많은 사람들이 지름길로 이용했다. 지금은 그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옛날 고개 넘던 그 시절을 생각해 보면서 오른쪽으로 이어진 완만한 능선을 타고 나가면 밧줄이 매달려 있는 경사진 비탈면을 내려서게 된다. 제방 길이 시작되고, 잠수교를 건너면 저만치에 청암서원이 있다. 그 아래 냇가는 여름철이면 피서객들로 가득하다.


▲ 근현대사의 많은 역사를 담고 있는 이안철교. 요즘엔 열차가 하루 10회만 운행한다.
▶이전길 | 8.13km, 2시간20분
예주교~(0.16km·2분)~청암서원~(0.94km·20분)~농로~(0.84km·13분)~지방도~(2.2km·33분)~이안철교(0.29km·4분)~쾌재정~(1.1km·16분)~주암정자~(0.5km·10분)~성황데이 고개~중소2교~(1.2km·20분)~농로 끝~(0.9km·15분)~예주교(청암서원)

▶찾아가는 길
북상주 IC → 화동교차로 → 공검면 소재지 → 동막 → 예주교

▶볼거리
이안천의 염소목에서 주암마을에 이르는 구간은 여름 피서철에는 많은 피서객들로 붐비고, 다슬기 줍기에 적당한 곳이다.

- 글 한필석 부장 / 사진 허재성 기자 / 월간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