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의 고장 상주

-* [상주 MRF이야기길 | 제7코스] 소곰길 *-

paxlee 2011. 1. 29. 10:25

          [상주 MRF이야기길 | 제7코스] 소곰길

농사짓던 옛 사람 넘나들던 고갯마루

상주시 공검면의 중소는 ‘염소목’으로 더 알려졌다. 이안천 물굽이가 산을 휘감아 돌면서 그 형태가 염소 목을 닮았다고 하여 불리게 된 이름이다. 이 주변의 물이 깨끗하고 수량이 풍부해 중소 일대는 여름철 피서지로도 유명하다.

소곰길은 중소2리의 자연부락인 덩거매마을 중소2교에서 시작한다. 상주 시내나 북상주 IC에서 공검면 소재지인 양정을 지나 동막을 거쳐 비지재를 넘어 중소교를 건너면 덩거매마을이다. 마을 이름은 동네 앞동산에서 유래되었다. 거북이 바위가 있는 산등에 금이 났다고 하여 ‘등금이’로 불리던 것이 ‘등거미’로 불리다가 다시 발음이 변해 지금은 ‘덩거매’라 부른다.


이안천의 중소2리의 자연부락인 덩거매의 중소2교를 건너는 것으로 소곰길을 시작한다. 다리를 건너 들판 중앙을 가로지르면 산 위쪽에 갈짓자로 길이 이어진다. 덩거매 사람들이 소달구지와 지게로 농사를 지을 때 넘나들던 고개다. 고개 정상은 낮지만 소곰재라 부른다.

▲ 이안천과 예주보 전경.

고개를 넘으면 경사가 완만해진다. 농사를 짓지 않아 버드나무와 잡풀이 논에서 자라고 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으면 금방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어지는 길에서 마지막 묘를 지나 포장된 농로를 따라 예주마을 앞 도로를 지나면 예주교다.

예주교는 소곰길과 이전길의 갈림길이다. 좀더 길게 걷고 싶으면 냇가 옆 청암서원 방향으로 난 길을 택해 이안철교를 향하면 된다. 다리 밑은 햇빛을 피할 수 있고 수량이 풍부해 피서와 다슬기 줍기에 적당하여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소곰길은 다리를 건너 이안천 물길을 따라 잠수교를 건너야 한다. 냇가에는 고기들이 우글거린다. 백로도 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 다닌다.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고기가 많다. 잠수교를 건너면 제방 저쪽 산 밑에 민가 한 채가 보인다. 그리고 길이 둘로 갈린다. 임도와 하천길로 어느 길을 택하든 관수정 앞 제방에서 만나게 된다.

그런데 앞쪽 하천 방향에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인다. 언뜻 보기에는 이안천 물길이 그쪽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이 구조물은 경들못 물넘이로 이안천은 왼쪽 산 속으로 들어간다.

산 속을 벗어나면 들이 나오면서 오른쪽 냇가 건너편에 정자가 하나 보인다. 관수정(觀水亭)이다(공검면 지평리 산 39번지). 이 건물은 1721년(경종 2년) 우성일(禹成一)과 아우 우성백(禹成柏)이 벼슬길을 포기하고 은거하며 독서와 강학을 하던 곳으로 1722년 건립되었다.

뗏목이나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건널 수 없었겠다 싶을 만큼 은둔하기에 좋은 장소다.

▲ 중소2교에서 본 이안천과 등금이 동산
산과 물과 들을 벗 삼아 생활한 선조들의 지조를 생각하면서 제방을 걷다 보면 마을 진입로인 지평교에 닿는다. 길이 냇가 옆 산 쪽으로 있을 법도 한데 경사가 심하고 나무가 우거져 마땅치 않다. 무조건 다리를 건너 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덩거매로 가야 한다. 그러면 도로변 오른쪽 솔숲으로 덮인 작은 동산이 보인다. 그 위에는 등금루 정자가 있다. 멋스런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소곰재 지명유래

소금재는 소도 사람도 힘들어 쉬어가는 고개이다.

소곰재는 공검면 중소2리 덩거매에서 예주리로 넘나들던 고개 이름이다. 원래 덩거매마을은 고개 너머 예주 사람들이 이곳으로 이주해 만들어진 마을이다. 그러다 보니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동네 앞산을 넘어야만 했다.

고갯길은 낮지만 경사가 급해 소도 사람도 고개를 넘으려면 힘이 들어 땀이 비 오듯 뚝뚝 떨어진다. 힘든 만큼 고갯마루는 쉬어가는 장소다. 휴식을 취하면 땀이 금방 말라서 얼굴에는 허연 소금이 끼게 마련이다. 이때 얼굴을 문지르면 소금이 하얗게 일어난다고 해서 동네 사람들은 이곳을 소금재라 불렀다. 그런데 소금이 생산되는 곳이라 와전된 소문이 퍼져 나가면서 소금을 캐러오는 사람들이 늘었다.
 
덩거매 사람들은 고개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소금을 찾으러 온다고 결론짓고 마을회의를 소집해 산의 지형이 새끼 곰처럼 생겨서 ‘소곰재’라 한다는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이후 소금을 캐러오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우회하는 임도와 도로를 이용해 농사를 짓기 때문에 소금재를 넘어 다니는 사람들이 없고 옛길 흔적만이 남아 있다.
▲ 1. 멀리서 본 관수정. / 2. 덩거매 작은 동산 위에 세워둔 등금루.
▶소곰길 / 총 8.4km, 2시간25분

중소2교~(0.7km·12분)~소곰재~(1.6km·30분)~예주교~(1.6km·30분)~잠수교(0.5km·8분)~민가(1.5km·25분)~관수루 앞~(1km·15분)~지평교~(1.5km·25분)~중소2교(등금루) 

▶찾아가는 길

북상주 IC → 화동교차로(공검, 양정리 방향) → 공검면 소재지(양정) → 동막 → 비지재 → 중소교 → 덩거매마을

▶볼거리

이안천의 염소목에서 주암에 이르는 구간은 여름 피서철이면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다슬기 줍기에 적당한 곳이다.

- 글 한필석 부장 | 사진 허재성 기자 / 월간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