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의 고장 상주

-* [상주 MRF이야기길 | 제10코스] 똥고개길 *-

paxlee 2011. 2. 8. 10:39

 

        [상주 MRF이야기길 | 제10코스] 똥고개길

똥 누다 돈 자루 주운 나무꾼의 고갯길

들을수록 정감이 가는 똥고개, 이름이 친근감을 자아낸다. 왜 똥고개라 불렀을까 궁금하지만 아는 사람이 없어 더 의문을 갖게 한다. 출발점은 북천시민공원이다. 돌다리를 건너 벚나무 제방 길을 걸어 후천교 밑을 지나서 오른쪽의 돌다리를 다시 건너거나 둔치를 그대로 따라가면 연원교에 닿는다.


다리를 건너서 북천 냇가 옆으로 올라가면 쑤안마을 우측에 일반구 바위가 있다. 어릴 적 상주에서 자란 40대 이상이면 누구나 한 번쯤 목욕을 했던 곳이다. 바위에는 수석정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남장동으로 이어진 제방 길을 따라가면 오른쪽 냇가 건너편에 자연부락인 가지넘이마을이 보이고 저만치에 서보다리가 나온다. 서보가의 농요를 낳게 했던 서보냇가다. 다리를 건너면 정자가 있고 곧이어 너라골마을 앞 잠수교를 건너면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 개운동에서 본 똥고개. 능선 가운데 안부가 똥고개다.

이정표를 확인하고 자연부락인 너라골마을로 접어들어서 좌측 농로로 굽었다가 도랑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꺾어 산으로 이어진 길로 오르면 잡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농경지가 나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농가가 있어 농사를 지었지만 교통이 불편해 지금은 그 흔적만 여기저기에 있음을 볼 수 있다.


사람의 흔적이 없어지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임을 확인하고 좌측의 묵밭 사이로 방향을 바꾸어 오르면 똥고개정상이다. 이 고개는 과거 땔나무로 난방을 하던 시절 수많은 나무꾼들이 지게를 지고 넘나들던 애환이 서린 곳이다.


여기서 길은 여러 갈래다. 좌우측으로 난 능선길은 백두대간 상에 있는 백학산에서 가지를 뻗어 국사봉과 똥고개를 거쳐 주산을 지나 사직단까지 연결되어 있다. 특히 갈림길에서 고개를 넘을 경우 항상 앞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하면 길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앞쪽으로 난 완만한 길을 택해 내려가면 민가가 나오고 좌측으로 난 고개를 넘어 동네 안 길을 이용해 개운교에서 낙양천 제방을 쭉 따라가면 연원교가 나오고 곧 북천시민공원에 닿게 되면서 똥고개길 걷기 체험을 마칠 수 있다. 


▲ 너라골 잠수교길.

▶똥고개길 | 총 8.9km·2시간40분
   북천시민공원~(1.7km·25분)~연원교~(1.7km·25분)~서보다리~(0.5km·5분)~너라골마을~(1.1km·30분)~똥고개~(1.2km·20분)~부대 앞~(1.6km·25분)~낙양다리~(2.1km·30분)~북천시민공원


▶찾아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 IC → 상주 방향 25번국도 우회전 → 후천교 앞 후천사거리 시민운동장 방향 우회전 → 후천교 건너 법원 방면 좌회전 → 상주시민공원 주차장


▲ 똥고개길의 북천과 서보 모습.

똥고개 이야기


똥고개는 상주시 남장동의 자연부락인 너라골과 개운동의 자연부락인 대지리를 연결하는 고개로서, 옛날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던 시절 나무꾼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이었다. 바람이 잦아들고 양지 바른 포근한 장소다.


나무를 팔아 생계를 꾸리던 시절 상주읍내에 갑돌이란 사람이 살았다. 오랜 장마로 양식이 떨어지자 가족의 생계가 문제가 되었다. 국사봉 근처에서 나무 한 짐을 한 후 빨리 나무를 팔아서 양식을 구하려고 있는 힘을 다해 고갯마루까지 가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나무꾼이 고갯마루에 도착하자 배가 아프면서 설사가 나와 급히 바지를 내리고 똥을 누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앞에 똥이 묻은 이상한 포대자루가 퍼뜩 눈에 띄었다. 볼일을 본 후 포대자루를 보니 안에 돈뭉치가 가득했다. 이때부터 돈을 주워 횡재했던 고개를 ‘돈고개’ 또는 똥이 묻은 돈자루를 주웠던 고개라 하여 ‘똥고개’라 불렀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고개를 넘던 사람들이 대소변을 보던 곳이라 그 주변이 지저분해 그렇게 불렀다는 얘기도 있다. 반면 개운동에서 보면 안부가 사람의 항문처럼 생겼다 하여 똥고개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석정 이야기


상주시 연원동 흥암서원(興巖書院) 옆 북천 일반구에는 수석정(水石亭)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흥암서원은 1702년(숙종 28)에 창건한 사액서원으로 동춘당 송준길 선생을 봉안하고 그 유덕을 기리며 후학을 교육했던 사학기관이다.


수석정은 유학생과 관련된 옛 얘기가 전하고 있다. 옛날 칠수라는 유생이 있었는데 과거시험에 여섯 번 떨어지고 일곱 번째 준비 중 일반구에 목욕하러 갔다가 바위 위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그는 과거시험에 붙어 왕을 알현하고 상주에 돌아와 사람들을 초청해 주연을 베풀게 되었는데 잠을 깨고 말았다. 그 해 열심히 공부한 결과 과거시험에 붙어 꿈을 이루게 되었다. 이후 소원을 성취한 일반구에 수석정이라는 글씨를 새기게 되었다.

 - 글 신준범 기자 / 사진 김영선 객원기자 / 월간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