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의 발자취

-* 세계최고봉, 나도 오를 수 있다] 고산 등반법 2-1 *-

paxlee 2011. 6. 26. 21:09

 

                           세계최고봉, 나도 오를 수 있다] 고산 등반법 2-1

    티베트 쪽 북릉~북동릉 루트는 마지막 캠프가 세계 6위 고봉보다 높다
    C2부터 산소 사용하는 게 바람직… 자기 확보에 충실해야 안전하다.

티베트 쪽 에베레스트 등정은 영국대가 1921년부터 1938년까지 7차례나 등정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고 이후 22년이 지난 1960년 대원 214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중국 팀에 의해 북릉~북동릉 루트로 초등이 이루어졌다. 중국 팀의 등정은 서방 산악계의 인정을 받지 못했으나 1975년 영국 남서벽 원정대가 정상에서 넉 달 전 두 번째 등정을 발표한 중국 팀이 눈에 깊숙이 박아놓은 삼각대를 발견함으로써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북릉~북동릉 루트를 통한 등정은 왕푸저우, 추인화, 그리고 티베트인 콘부 세 대원에 의해 성공됐다. 공격조는 당시 해발 8,600m대에서 약 20m 높이의 바위절벽인 세컨드 스텝을 만나자 등반 경력이 2년밖에 안 된 추인화 대원이 등산화와 양말을 벗은 채 맨발로 돌파했고, 세컨드 스텝을 올라선 다음 어둠이 몰려왔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등반을 강행해 동이 트기 직전에 정상에 도착했다. 하산 길에 지친 대원 한 명이 해발 8,535m 지점에서 무산소로 비박했는데 이튿날 살아 내려오는 등, 전설 같은 얘기가 전해지는 루트다.


▲ 롱북 사원에서 바라본 초모랑마. 대다수의 산악인들이 자갈밭을 이룬 BC에서 왼쪽 골짜기를 따라 ABC까지 들어선 이후 노스콜~북릉~북동릉을 따라 세계 최고봉 정상까지 오른다.
1990년 가을 한·일합동대 대원으로 남동릉 루트로 에베레스트를 처음 등정한 이후 2007년 20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원정대를 성공적으로 리드해 대원 10명이 정상에 서는 기쁨을 누리게 한 2007 김해 플라잉점프 팀 대장 김재수(50)씨를 통해 아마추어 산악인들을 위한 북릉~북동릉 등반의 ABC에 대해 알아본다. 김씨는 최근 안나푸르나 등정을 마지막으로 14좌 완등을 공포한 바 있다. 김재수씨는 1993년 불법 월경으로 정상에 올라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초오유(8,201m)는 올 가을 재등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티베트 쪽 북릉~북동릉 루트는 입산료가 네팔 쪽 남동릉 루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 BC(5,150m)까지 차량으로 진입하고 ABC(6,400m)까지는 야크로 짐을 수송할 수 있다는 점, 크레바스 추락이나 빙탑 붕괴의 위험이 높은 아이스폴 지대가 없다는 점, 그리고 베이스캠프에서 다른 팀들과 협의를 거쳐 로프를 까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남동릉 루트와 달리 티베트등산학교 팀이 일괄적으로 로프를 깔아준다는 점 등의 이유 때문에 특히 상업등반대들이 선호하는 루트였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을 위해 성화 봉송팀이 등정에 성공한 5월 8일까지 C3(7,700m) 위로 등반을 못 하게 하고, 지난해 봄 시즌에는 4월 1일, 올 봄 시즌에는 4월 17일에야 BC에 진입을 허용하는 등 등반을 어렵게 하는 일이 잦아지자 상업등반대들이 북릉~북동릉 루트를 외면하고 네팔 쪽 남동릉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북릉~북동릉 입산료가 해를 거듭할수록 비싸지고, 또한 그나마 오래 인연을 맺어옴으로써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이뤄지는 네팔 셰르파의 입국을 금지시키고 대신 티베트등산학교에서 배출한 셰르파만을 고용하게 하는 불합리한 규정을 내세울 움직임이 보여 티베트 쪽 등반객 수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BC 진입 전 고소적응 트레킹이나 등반은 필수

티베트에서는 초모랑마라 부르는 에베레스트 접근 방법은 두 가지다. 중국 본토에서 ‘하늘 열차’라 불리는 칭짱열차나 비행기로 라싸까지 진입한 다음 이후 차량을 이용해 시가체를 거쳐 BC(5,150m)로 들어서거나 네팔에 입국해 카트만두→코다리→장무→니얄람→딩그리를 거쳐 BC로 진입한다. 한국 산악인의 경우 대부분 네팔로 입국해 국경을 경유해 티베트로 들어가 BC로 진입하고, 외국 등산인들의 경우 라싸를 경유한다.

라싸를 경유할 경우 라싸와 주변에서 여러 날 머물며 고소 적응 기간을 갖지만 네팔에서 진입할 경우 BC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므로 고소 적응이 관건이다. 그래서 네팔히말라야 트레킹이나 트레킹피크 등반을 통해 어느 정도 고소에 적응한 다음 BC에 입성하는 경우가 많다. 남쪽으로 등반할 때는 에베레스트에서 7km 남짓 떨어져 있는 쿰부히말의 임자체(6,189m·아일랜드피크)에서 고소적응을 하기도 하지만, 티베트 쪽으로 등반할 경우 접근시간이 짧게 걸리는 랑탕히말 일원의 얄라피크(5,520m) 같은 봉을 선호한다. 경우에 따라 4,000m대 높이까지 트레킹 정도로 고소적응하는 것도 좋다.

▲ ABC에서 바라본 초모랑마. 오른쪽 설릉이 노스콜이다.
고소적응 시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물을 많이 마시면서 천천히 움직이도록 하고 하루에 고도를 600m 이상 높이지 않도록 한다. 고소의학 매뉴얼에는 하루에 높이는 고도가 300~600m가 적당하다고 나와 있다. 실제 하루에 600m 이상 고도를 높이면 고소증세를 느낄 위험이 높다. 김재수씨는 하산할 때 고소증을 느끼는 사람도 간혹 나타난다고 전한다. 2007년 봄 에베레스트 등반에 앞서 얄라피크를 등반한 다음 하산길에 여성 대원 한 명이 고소증세에 의한 어지럼증을 호소했는데, 감압장치인 가모백에 30분 정도 들어가 쉰 다음 나오자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국경마을인 코다리까지는 차로 약 6시간 걸린다. 봄철이면 산사태가 일어나 도로가 유실되기도 하지만 산사태 발생 지역 건너편에 지프와 포터들이 대기하고 있어 별도의 비용만 지불하면 코다리까지 별 무리 없이 도착할 수 있다.

코다리에 도착하면 보통 그곳에서 1박 하지만 오후 5시 이전에 도착한다면 국경을 넘어 30분 거리인 티베트 장무(2,300m)까지 갈 수 있다. 장무에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덕분에 도로가 잘 포장돼 있고 깨끗한 호텔이 많이 있다. 관광 등 자유롭게 지낼 수 있지만 중국등산협회나 티베트등산협회가 지정한 호텔과 식당을 이용해야 한다.

장무에서 니얄람(3,750m)까지는 2시간 거리다. 해발 4,000m가 넘어서면서 고소증을 느낄 수 있다. 니얄람에서 대개 이틀간 지낸다. 티베트등산협회 측에서도 현지적응과 고소적응을 위해 이틀간의 체류를 권하고 있다. 니얄람에 머무는 동안 500~600m 더 높은 북쪽 산을 산책하거나 오르내려 고소 적응을 하도록 한다.
니얄람에서 출발해 해발 4,910m 높이의 라룽라를 넘어서면 드디어 만년설산이 줄지어 솟구친 히말라야산맥이 펼쳐진다. 차량으로 서너 시간 거리인 딩그리(4,340m)에 도착하면 에베레스트와 초오유가 한눈에 바라보여 감동케 된다. 딩그리에 도착하면 역시 이틀간 휴식하는 게 바람직하다. 딩그리 고도에 비해 500m 안팎 더 높은 주변 산봉을 오르내리면서 고소적응 기회를 갖도록 한다. 김해 플라잉점프 등반대는 랑탕히말의 얄라피크를 고소적응차 등반했음에도 딩그리에서 다시 고소적응 산행을 했다. 딩그리는 BC에 닿기 전 야채를 비롯한 채소와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므로 필요한 물품을 구하도록 한다.

딩그리에서 4시간이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종교 건축물인 롱북 사원에 도착한다. 해발 4,900m 높이 이곳은 에베레스트가 잘 바라보이는 곳이다. 부근에 호텔이 들어서 있지만 이용료가 매우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롱북 사원에서 약 8km 떨어진 에베레스트 북면 BC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자갈밭을 이루고 있다. 식수도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 있다. 이곳에서 에베레스트가 정면으로 바라보이지만 북릉~북동릉 루트가 전체적으로 파악되지는 않는다. 해발 5,150m 높이의 BC에 들어서면 대부분 고소증세를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급하게 움직이지 말고 천천히 캠프를 치면서 사나흘 푹 쉬는 게 바람직하다. 경험 없는 사람은 두통이나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김재수씨 역시 누우면 가슴이 답답하고 앉으면 조금 나아지는 불면증 때문에 고생을 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 세계 여러 나라 산악인들이 노스콜을 향해 줄지어 오르고 있다.
눈사태를 비롯해 자연재해의 위험이 전혀 없는 BC는 무슨 일이 있으면 등반시즌에 상주하는 티베트등산협회 사무실에 요청해 지프를 타고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은 딩그리(4,340m)나 타서종(4,200m)까지 내려갈 수 있다. 물론 지프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보안을 목적으로 상주하는 군부대 막사에서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도 있다.

김재수씨는 BC에 도착해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면 고소 적응을 하도록 권한다. BC를 한 바퀴만 돌아도 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 사이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김 대장의 경우 물 1리터에 커피를 한 스푼 정도 연하게 타 마신다. 믹스커피도 일부러 설탕 한 스푼을 타서 먹는다. 이는 커피는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카페인 성분과 이뇨작업을 돕는 성분도 함유하고 있어 신진대사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 타닌 성분의 녹차는 많이 마시면 위를 쓰리게 하기 때문에 거의 마시지 않는다. 옥수수 티백도 물맛을 좋게 한다며 권한다.

김재수씨는 간식을 거의 안 하지만 주머니에 사탕 같은 것을 넣고 다니다가 입이 심심하면 먹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설탕 성분이 가장 빨리 에너지로 변화하고, 사탕을 먹음으로써 물을 많이 마시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부드럽고 달달한 카스테라 같은 빵 종류도 좋다. 어떤 사람들은 무설탕 비스킷도 즐겨 먹는다. 이러한 기호식은 사전에 대원 각자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게 현명하다.

티베트등산학교 팀, 전 구간 로프 깔고 사용료 받아

북릉~북동릉 등반로 상에는 BC와 중간캠프(5,800m), ABC(6,400m), C1(노스콜·7,000m), C2(7,600~7,800m), C3(8,300m) 등 고소캠프를 5개 설치한다. 전체적으로 눈사태의 위험은 적으며, 젊은 티베트인들로 구성된 티베트등산학교 팀이 매년 정상까지 로프를 설치하고 이용료를 1인당 100달러씩 받는다.

BC~ABC 거리가 상당히 먼 구간이다. 고소에 잘 적응되었더라도 8시간 정도 걸린다. 따라서 처음에는 한 번에 갈 수 없으므로 중간캠프에서 돌아서거나 하룻밤 자고 이튿날 ABC로 가는 것이 고소 적응과 체력 유지에 유리하다. BC에서 ABC까지는 너덜지대이며 눈이 내리면 눈밭을 걸어야 한다. 대신 무거운 등반용 삼중화를 신을 필요가 없고 방수기능이 좋은 일반등산화를 신으면 된다. 크렘폰 역시 필요 없으며 ABC까지는 야크가 식량과 장비를 운반해 준다.

ABC는 거대한 둔덕에 계단식으로 구축된다. 수백 명이 지낼 수 있을 만큼 널찍한 ABC 일원은 퇴석빙하지대로 눈사태 위험이 전혀 없다. 식수는 부근의 빙탑에서 깨낸 얼음을 녹여 사용해야 한다. 상업등반대의 경우 ABC에 BC 수준의 캠프를 구축한다. 김재수 팀도 대원들의 편의를 위해 텐트 다섯 동을 설치해 놓고 키친보이 한 명을 대기시켜 놓았다. ABC는 그만큼 이용도가 높은 캠프지다. 정상 등정 시에도 BC에서 하루에 ABC로 가는 것보다 중간 캠프에서 하룻밤 묵고 움직이는 게 체력 유지에 바람직하다. 물론 ‘선수’들은 그럴 필요가 없겠지만.

▲ 등반 시즌이면 텐트촌을 이루는 노스콜.

                 - 글 / 한필석 월간 산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