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의 발자취

-* 세계최고봉, 나도 오를 수 있다] 고산 등반법 2-2 *-

paxlee 2011. 6. 29. 21:25

 

                                    세계최고봉, 나도 오를 수 있다] 고산 등반법 2-2

ABC~노스콜  ABC 출발 이후 초반부는 무리 없이 진도가 나가지만 점차 고도가 높아지고 바위 혼합구간이 나타나면서 정체되고 속도가 늦어진다. 5~6시간 소요. ABC 출발 1시간 반이면 언덕을 넘어 플라토에 올라선다. 크레바스가 거의 없고 눈길이 잘 나 있어 위험하지는 않은 설원지대다. 설원지대를 가로지르면 설사면으로 올라붙는다. 간간이 나타나는 세락 지대는 우회하고, 설사면 중간중간 얼어붙은 구간이 나타나므로 아이젠 보행에 신경 써야 한다.

드문 일이지만 판상눈사태도 주의하도록 해야 한다. 1997년 한국 산악인 한 명이 눈사태 사고를 당한 구간이다. 고정로프에 제대로 확보한 상태에서 운행하면 큰 사고를 당할 염려는 거의 없다. 막판에 짤막한 급설사면을 올라서면 노스콜이다. 노스콜 사면에는 크레바스도 많이 있고 세락과 세락 사이에 큰 틈이 벌어져 있지만 티베트등산학교 팀이 사다리와 고정로프를 설치해 놓기 때문에 무난히 넘어설 수 있다.

노스콜은 그리 넓지 않지만, 히든 크레바스가 곳곳에 있는데다 ABC 방향 플라토 쪽으로 추락할 위험도 있기 때문에 행동에 주의해야 한다. 화장실 갈 때도 주의해야 하고, 사람이 다니지 않는 지역은 가급적 들어서지 않도록 한다. 캠핑슈즈나 우모버선을 신고 텐트 밖으로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다. 상업등반대들의 경우 첫 번째 노스콜 진출에서 하룻밤 묵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나 김재수씨는 그보다는 노스콜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고소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진 뒤 ABC로 내려서는 게 컨디션 조절과 체력 유지에 바람직하다고 권한다.
노스콜~C2 대개 6시간 걸리는데, 상업등반대는 8시간 잡는다. 노스콜을 출발해 한동안 설릉을 따르다 캠프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눈과 바위 혼합지역으로 바뀐다. 바람에 중심을 잃고 추락할 위험이 있지만 고정로프가 깔려 있어 강한 바람이 불더라도 자기 확보를 제대로 하면 사고를 당할 염려는 없다. 설릉에서 바람이 덜 부는 쪽으로 내려가 등반하는 게 좋다.

또한 보온 방풍옷을 착용하는 것이 필수인 구간이다. 일반적으로 상업등반대 손님대원뿐 아니라 전문산악인들도 상하의가 붙어 있는 원피스 우모복을 입고 등반한다. 등반 중 덥다 싶으면 상의 지퍼를 열고 벗어 젖힌 다음 팔을 허리에 감아 묶으면 운행하는 데 큰 불편이 없다.

▲ 초모랑마 북릉~북동릉 노멀루트에서 가장 힘들고 위험하다는 세컨드 스텝(해발 8,700m). 추락사고 위험이 높은 바위절벽이다.
C2는 경사가 심한 바위 지대이기 때문에 캠프를 설치하기도 까다롭고 마음놓고 움직이기도 어려운 지역이다. 텐트 간 이동도 자일 확보 상태에서 해야 한다. 특히 이 지역에서 캠핑슈즈를 신고 움직이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C2에 처음 올라갔을 때는 침낭 속에 들어가 따뜻한 상태에서 푹 쉬다가 내려오는 게 바람직하다고 김재수씨는 말한다. 특히 고소에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한 잠자리는 고소적응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고소증세와 체력소모를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노스콜에 두 번째 진출하면 누구든 하룻밤 묵고 이튿날 C2로 진출한다.

이렇게 C2까지 고소적응 과정을 거치면 BC까지 내려가 푹 쉬면서 등정에 적합한 날씨를 기다린다. BC로 내려왔을 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대원은 니얄람이나 시가체(3,900m)까지 내려가 이틀이나 사흘간 쉬었다 BC로 돌아오는 게 좋다. 김재수씨는 2002년 로체 등반을 예로 들며, C3(7,200m)까지 고소적응한 다음 BC를 거쳐 페리체(4,200m)까지 내려갔다가 사흘간 쉬고 다시 1박2일 만에 BC로 올라갔는데 “4,200m대로 내려가 쉬면서 고기와 신선한 야채를 충분히 먹자 체력과 호흡 등 컨디션이 되살아났고, 심리적으로 안정되었다”고 기억한다.

정상공격에 알맞은 날씨가 확인되었다면 중간캠프, ABC, 노스콜, C2 등 하루에 캠프를 하나씩 올리면서 운행하도록 스케줄을 짠다. C2에는 일찍 도착해 충분히 쉬고 이튿날 일찍 운행하는 게 야간에 이루어지는 등정길을 위해 바람직하다. 또한 C2에서 취침할 때에 산소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때 게이지는 ‘1’에 맞추면 적당하다.

등강기나 확보줄 매듭 건너뛸 때 안전사고 주의해야

C2~C3 다른 구간보다 가파르고, 매듭과 매듭 사이가 짧은 구간이다. 따라서 매듭 때문에 주마를 바꿔 끼는 횟수가 많아진다. 따라서 고도가 높아지면서 정신이 몽롱해지므로 등강기를 빼내 매듭 위쪽 로프에 낄 때 조심해야 한다. 등강기를 제대로 못 낀 상태에서 균형을 잃으면 양쪽으로 2,000m 아래 빙하지대까지 추락하게 된다. 한국 산악인들은 대개 등강기 하나에 확보줄을 사용하지만 외국 산악인 가운데에는 안전을 위해 등강기 두 개를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 낡은 로프에 등강기를 거는 실수도 범해서는 안 된다. 또한 바위지대에서 아이젠을 잘못 디디면서 균형을 잃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C2에서 C3까지 운행할 때 산소의 도움은 개인의 의지에 따라 다르지만 사용하기를 권한다. C3 높이는 해발 8,300m로 세계 6위 고봉인 초오유(8,201m)보다 높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산소 1통이면 등반과 C3에서 휴식하는 데에 충분한 양이다.

▲ 노스콜에서 C2를 거쳐 C3까지는 설릉과 암설 혼합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C3는 텐트 치기가 어려운 급경사 바위지대다. C2에서 일찍 출발한다 하더라도 등반 길이가 워낙 길고 힘이 많이 들어 C3에 도착하면 오후 늦은 시각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밤 11시 전후 정상공격에 나서는 남동릉 루트와 달리 마지막 캠프에서 오후 9~10시에 출발하므로 C3에 도착해 쉴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따라서 C3는 잠시 쉬면서 등정 준비하는 장소로 삼아야 한다. 물론 두세 시간 잘 수는 있지만 대부분 고소증세와 텐트 자리의 불편함 때문에 자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한다. 그렇더라도 최대한 빠른 시간에 따뜻한 물을 마시고 쉬는 게 가장 좋다. 눈을 감고만 있어도 70%는 잠자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 때 같은 텐트를 사용하는 대원 중 한 명이 희생정신을 발휘해 물을 끓여 나눠주면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쉴 수 있다. C3에서는 셰르파 역시 자신들의 안전한 등반을 위해 준비하기 때문에 손님을 도와준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사전에 1대1 셰르파를 고용하면 이러한 불편함을 없앨 수 있다. 김재수씨의 경우 2007년 봄 등반 당시 C3에 도착한 이후 대원들을 위해 물을 끓이고 먹을 것을 챙겨주느라 정작 자신은 삼중화를 벗을 시간도 없었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정상에 올랐다가 C1까지 내려가 삼중화를 벗었을 때 발가락 끝에 살짝 동상증세가 왔다고 기억한다.

C3는 도난 사고도 잦은 캠프지다. 어렵게 올려놓은 산소통이나 식량이 분실되어 정상공격을 위해 C3에 오른 등반객을 당황케 하는 일도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때문에 사람이 모두 내려갈 때는 텐트를 철거해 바윗돌로 눌러놓는 게 바람직하다.
C3~정상 C3에서 정상까지는 여러 구간 중 가장 거리가 멀다. 오후 9시 또는 10시경 C3를 출발하고, 이후 정상까지는 8시간에서 12시간가량 걸린다. 이어 정상에서 C3로 하산하는 데 5~7시간 걸린다.

C3를 출발해 퍼스트 스텝까지 약 3시간은 매우 지루한 시간이다. 긴 바위 구간과 설사면이 이어진다. 이후 바위 모퉁이를 돌아서면 악명 높은 세컨드 스텝이 나타난다(C3에서 약 6시간). 세컨드 스텝에서의 로프 처리는 생명과 직결된다. 사다리가 설치돼 있는 세컨드 스텝은 처음에는 수직으로 오르다가 서서히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특히 처음 우측으로 바위를 돌아설 때 주의해야 한다. 등강기를 제대로 못 걸고 균형을 잃으면 3,000m 아래 빙하지대까지 추락하고, 걸었더라도 균형을 잃으면 고정로프에 대롱대롱 매달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일어난다.

세컨드 스텝 이후 바위와 눈 혼합지역을 트래버스한다. 이 구간은 겁을 먹으면 오히려 불리하다. 과감하게 움직이는 게 좋다. 이 구간은 해발 8,700m대를 넘어서므로 극심한 고소증세에 시달리는 대원이 나타나기도 한다. 간혹 답답하다고 산소마스크나 장갑을 벗는 사람도 있고, 괴성을 지르기도 한다. 이런 대원이 나타나면 살살 달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욱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

김재수씨는 2008년 로체 정상에서 내려오는데 한국 대원 한 명이 장갑을 벗어던진 상태에서 “갑갑해서 벗어야 한다”며 윗도리에 이어 바지까지 벗으려고 해 겨우 달래서 C4로 데리고 가 끌어안고 잤는데 이튿날 아침 일어났을 때에는 “내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느냐?”며 반문했다고 한다.

아무튼 세컨드 스텝을 지나면서 경사가 점점 가파른 바위지대가 자주 나타나 아이젠이 잘 박히지 않고 속도는 더욱 늦어진다. 로프가 깔려 있지 않다면 전문 산악인들도 등반하기 어려운 바위구간이지만 매년 티베트등산학교 팀이 로프를 깔아놓아 확보만 제대로 하면 추락사고를 당할 염려는 없다.

바위 지대 트래버스 구간을 지나 세락을 올라서면 경치가 갑자기 좋아지면서 아이젠도 잘 박히는 설릉에 올라선다. 정상이 보이기 때문에 새로운 힘이 솟구치는 지점이다. 이후 30분 더 걸으면 세계 최고봉 정상에 올라선다.

▲ 눈과 바위가 뒤섞인 C2. 캠프 자리가 불편한 곳이다.
정상~하산 인공산소를 마시며 올라갔다가 하산할 때 산소통이 바닥나면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높다. 김재수씨는 2007년 등반 당시 한창 때의 적응력과 체력을 생각하고 하산 속도를 내려고 도중에 산소통을 버리고 내려섰다가 죽음의 위기를 맞아야 했다. 김재수씨는 “세컨드 스텝에 도착했을 때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몸이 흔들거렸다”며 “정상으로 향하던 중 산소통을 교환했던 세컨드 스텝 아래에서 꽉 찬 산소통을 발견했기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너무 늦은 시각에 하산하면 C3에서 하룻밤 지낸 뒤 ABC로 내려서지만 컨디션이 좋은 산악인들은 C1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고도를 최대한 낮추는 게 안전하다는 점에서는 등정 당일 C1까지 하산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후 C1에서 ABC까지 내려가서 쉬었다가 BC로 내려가거나, 이 구간 역시 컨디션이 좋은 사람들은 BC까지도 하산한다.

김재수씨는 “북릉~북동릉 루트는 노멀루트지만 로프가 깔려 있지 않다면 전문 등반가들도 쉽지 않다 싶을 만큼 어렵고 위험한 구간이 많다”며 “그렇지만 매년 등반시즌이면 티베트등산학교 팀이 ABC에서 정상에 이르기까지 전 구간에 로프를 설치해 놓기 때문에 위험도가 많이 낮아진다”고 말한다.

김재수씨는 “이렇게 안전 로프를 깔아놓았는데도 매년 사고가 일어나는 까닭은 등반자가 자신의 컨디션을 무시하고 등반을 강행하거나 혹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기술 숙지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글 / 한필석 월간 산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