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삼각산 칼바위 *-

paxlee 2011. 10. 30. 22:56

 

                          삼각산 칼바위

 

혼자서 산행을 하게 되면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아 좋다. 10시가 되어 산행을 위해 집을 나섰다. 혼자 산에 오를 때는 멀리 가기가 싫어 집에서 가까운 칼바위 코스를 오르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전형적인 가을날씨로 기온이 19도 라고 한다. 하늘에 구름이 없고 바람 또한 불지않아 봄날처럼 따뜻함이 산으로 이끌어 준다. 화계사 일주문을 지나 계곡길을 따라 오르는 산 길은 낙엽이 많이 쌓였다. 낙엽을 밟는 발 걸음은 낭만적이지만, 나무들이 앙상해 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눈 길은 차거워 진다.

 

화계사 앞에는 북한산 둘레길이 좌우로 연결되어 등산객보다는 둘레길을 걷는 산객이 더 많다. 이 코스로 오르는 등산객은 혼자 아니면 두 세사람이 가볍게 오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칼바위로 연결되는 이 코스는 산악회에서 무리를 지어 오르는 등산객은 보기 힘든다. 그러니 산 길은 언제나 조용하고 한가한 편이다. 산 길은 어느 곳이나 능선마다, 골자기마다, 계곡마다 이어지고 그 길은 정상으로 연결이 된다. 둘레길을 걷다가 올라가도 되고, 오늘은 화계사 뒷편 능선으로 올라갔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자기자신을 만나고, 자신의 건강을 확인하는 길이다. 자신을 만난다는 것은 자기자신을 되 돌아 볼수있는 시간을 가질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서 산 길을 걸으며 땀을 흘리게 되면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게 되는 시간에 머문다. 땀을 흘린다는 것은 자신의 몸을 유지하는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이므로 우리는 산을 오르면서 땀이 많이 흐르면 바위 쉼터에 올라 땀도 닦고, 숨길도 고르면서 앉아서 쉬어간다. 에너지 보충을 위해 간식을 들기도 한다.

 

화계사 뒤 능선으로 올라가면 그 능선위에 넓은 바위 쉼터가 있다. 이곳 쉼터에는 언제나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나도 땀을 닦으며 한 번 쉬어간다. 그리고 밤골 간이 운동장이 있는 약수터에서 다시 한번 쉬었다가 칼바위 능선으로 올라서는 가파른 계곡길을 올라가야 한다. 칼바위 능선길에 올라서면 시원한 바람도 조금씩 불고 많은 등산객을 만날수 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등산객이 많은 편이었다. 여기서 문필봉까지 한 번 더 땀을 흘리며 열심히 올라가야 한다.

 

문필봉에서 세번째 휴식을 갖는다. 문필봉에서 삼각산과 도봉산을 바라보는 조망은 일품이다. 북한산성의 성벽 또한 가을 단풍속에 뚜렸하게 자리잡고 있다. 산속에 솦속에 대동문과 동장대의 문루가 이색적으로 보여준다. 삼각산에서 뻗어내린 능선의 골자기 마다 곱게 물던 단풍이 절정이다. 가을단풍 계절에는 등산객이 가장 많이 산을 찾아간다. 봄에는 진달래, 철쭉 산행이 피크이며, 여름에는 시원한 숲 길과 맑은 계곡을 선호하며, 가을에는 단풍산행과 억새산행이 절정을 이루고, 겨울엔 눈꽃산행이다. 

 

1년 4계절 산을 찾아가도 우리는 갈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서는 경이로운 산의 변화에 놀라고 감명을 받는다. 자연은 인간의 고향이다. 그래서 어릴때의 순수한 꿈을 안고 고향을 찾아가는 마음으로 산을 오르곤 한다. 산이 보여주는 자연의 모습은 그 어느곳에서도 볼수없는 살아있는 천연의 아름다움이 우리의 마음에 찌든 스트레스를 말끔이 해독해 주고, 맑디 맑은 계곡물은 우리의 몸 속에 누적된 피로를 깔끔히 씻어주는 역할을 해 준다. 아마도 이것이 산을 찾아가는 이유중에 이유일 것이다.

 

산 길을 걸을 때 혼자 걷는 것보다는 둘이나, 셋이 좋고, 그 이상도 좋다. 혼자는 조금 고독한 산행이 된다. 대화가 멈추어 있어야 하고, 점심을 먹을 때 조금은 쓸쓸하다는 느낌이다. 산에 간다는 것은 산을 만나고, 자연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기 위함이다. 친구를 만나고, 산행동료를 만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함께하는 시간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간다. 그 추억은 사진속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산을 대표하는 나무와 바위는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지만, 나무는 잎으로 변화를 주고, 바위는 안개가 변화를 준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산 길을 걷고, 계곡에 흐르는 물을 보면서 끝도 없이 흘러가는 물과 시간의 역사는 우리의 삶을 이어가게 한다. 산을 오르는 길은 힘든 고행이다. 그러나 그 고행은 산행중에 바위쉼터에서 산정에서 산하를 조망하는 즐거움이 있기에 우리는 땀을 흘린다. 산하를 굽어보는 조망은 우리들의 마음을 한 없이 넓게 멀리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의 좁은 마음은 조금씩 넓어지고 멀리 보는 혜안과 지혜가 우리들의 삶을 더 폭넓게 이해하게 되고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이겨나가는 용기를 터득하게 된다.

 

산에가는 이유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그 이유는 많을 수 밖에 없다. 등산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 준다. 그기에다 영혼의 혼돈까지 치유를 해 준다.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그 불편함을 다스려주고, 마음이 아픈사람에게는 그 아픔을 치유시켜 주기도 합니다. "고독한 사람은 산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도 산에 오르면 그 우울증이 꾀병처럼 치유가 되기도 한다. 산행은 삶에 활력소가 되고, 자신감과 용기를 부여해 준다.

 

문필봉에서 내려가 이제 본격적인 칼바위를 올라가야 한다. 칼바위 안부에는 칼바위를 돌아가는 우회도로가 있고, 아카데미하우스로 하산하는 길이 있어, 안부는 사거리이다. 우회길이 있지만, 이 길을 걸어온 대부분의 등산객은 칼바위를 향해 오른다. 처음 대할때는 누구나 조금은 두려움을 나타내지만, 한 두번 오르고 나면 암벽타는 스릴과 긴장감이 있기에 즐거움을 느끼기고 한다. 힘든 길을 올라가서 느끼게 되는 감동은 경험해 보지않고는 쉽게 이야기 할수없는 것이 산행의 묘미이다.

 

아직까지 이 칼바위코스에는 인공 보조장치가 하나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길이다. 로프나 쇠줄, 나무계단이나, 돌계단 이런 설치물이 없는 암벽이 생긴 그대로의 길을 걷게 된다. 그래서 손잡이 홀드을 찾아가며 올라가야 하고, 어느곳에선 발을 딛는 곳이 너무 멀어 힘들어 하기도 한다. 등산객이 한꺼번에 많이 몰릴때는 지체가 되기가 일수이다. 그 날카롭게 뻗어내린 암벽을 기어 오르는 모습과 자세는 다양하다. 어떻게 잡아주기도 당겨주기도 쉽지않는 길이 칼바위를 오르는 길이다.

 

그래서 칼바위는 스스로 올라가야 한다. 겨우 앞에서 뒤에서 발을 딛을 수 있는 곳을 알려주는 것이 최선책이다. 그 길고도 높이 뻗어있는 암벽을 타고 올라가면 칼바위 제1봉에 올라서게 된다. 칼바위를 올라가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산하의 조망은 그것보다 더 많은 희열을 느끼게 해 준다. 수고의 댓가는 값진 것이다. 다음 제2봉은 칼바위 정상봉이다. 삼각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산세는 참으로 멋이있고 암벽의 세 봉우리는 웅장하게 솟아있다. 백운봉과 인수봉, 만경봉, 염초봉, 노적봉, 영봉은 멋진 조화를 이룬다.

 

 

            - 우측에서 부터 삼각산 인수봉, 만결봉, 백운대, 염초봉, 노적봉, 원효봉이다 -

 

제3봉은 칼바위의 위용을 느끼게 해 준다. 칼바위 마지막 난코스를 넘어가는 사람은 약 1/3쯤 되고, 2/3는 우회길로 돌아서 내려간다. 우회길도 경사가 너무 가팔라서 힘들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칼바위를 넘어가는 것이 더 쉬울수도 있다. 좁은 암벽사이를 넘어가는 길은 돌아서서 좌우의 바위를 잡고 한 발을 조심스럽게 내려설때 그 스릴은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몸이 바위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을 하면서 다시 한 발을 내려서면 안전하게 칼바위를 통과하게 된다. 그 뒤로는 암벽타는 자세로 내려서면 된다.

 

이제 산성길을 향해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길도 두 갈래길이다. 산성길에 올라서면 만사형통이다. 산성길에서 칼바위를 한 번 뒤 돌아보게 되는데, 역시 칼바위는 어려운 코스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대동문에서 간단하게 컵라면 하나를 먹고 조금 쉬었다가 대동문을 지나 아카데미하우스로 하산을 하였다. 대동문에서 아카데미하우스 주차장까지는 악2km쯤 된다. 1시간이면 충분하다. 이곳에도 암벽코스가 많아 만만한 하산길은 아니다. 화계사까지 둘래길을 걸어왔다. 

 

             - 사진제공 / 사진마을 남한강 / 박효섭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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