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삼각산과 북한산 *-

paxlee 2011. 12. 4. 18:36

 

                               삼각산과 북한산

 

삼각산 하면 백운봉과 인수봉, 그리고 만경봉을 연샹하게 되고, 북한산 하면 북한산성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하나의 산을 우리는 삼각산, 또는 북한산이라 부르고 있다. 왜 하나의 산에 두개의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것은 설이 많지만, 중요하지는 않다고 본다. 옛날에는 삼각산이란 이름으로 부르다가 언제 부터인가 북한산이라 부르게 되었고, 지금은 모두가 북한산으로 부르고 있는데, 옛 이름인 삼각산을 고집하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서울의 산, 북한산은 서울의 역사 만큼이나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산성이 그 대표적인 것이고, 비봉에 신라 진흥왕순수비가 있으며, 신라, 고구려와 백제의 전쟁터가 되기도 하였고, 조선이 건국하면서 북한산은 깊은 역사적 사실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되었다. 서울의 진산 북한산은 서울을 탄생시킨 산이기도 하다. 집을 지을 때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설에 의해 터를 잡는데, 서울도 한강과 북한산을 앞뒤에 두고 형성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배산임수의 입지는 풍수에서 말하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효과를 말한다. 장풍이란 바람을 갈무리해 인간에게 이롭게 순환시키는 것을 말하는데,무조건 바람을 막거나 피하는 것과는 다르다. 인간에게 해가 되는 바람을 피하면서도 공기의 흐름을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바람이 거쳐야 할 자연적, 인공적 장애물을 두어 스스로 속도를 늦추게 하되 정체되지는 않게 한다. 장풍에 효과적인 지형이 곧 명당이며, 이는 배산임수 지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산은 서울의 시민의 건강한 산행을 위해 존재하는 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시민의 휴식처이고, 자연을 자연스럽게 접하며, 호연지기를 펼칠수 있는 공간역활을 해 주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의 경제가 호전되면서 여유의 시간을 가질수 있었던 88오림픽이후 산행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하여 IMF를 겪으면서 산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늘어났다. 산은 한 번 갔다오면 누구나 다시 한번 가고 싶어하는 마음의 변화를 인지하게 된다.

 

각박한 현실에 짖 눌려서 직장생활에 시달리고 가정생활에 시달리다가 친구의 권유로 산에 올라가 시야가 확 트인 정상에서 산하를 굽어보는 조망권은 넓게 멀리 펼쳐진 새로운 세계의 문를 열어준다.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것에 이끌려 일요일이면 산행을 가게 되는 산행문화에 푹 빠져드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삶의 변화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우리 산악회는 지방 원정산행을 떠나고, 나는 사정이 있어 함께 하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집에 죽치고 있을 수 없어 늦게 11시가 다 되어 집에서 가까운 산행을 하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화계사 일주문을 지나 둘레길을 걸어서 영락문앞을 지나 산 능선길을 따라 올라가 문필봉에서 잠시 쉬었다가 칼바위를 넘어 북한산산성길을 걸어 대동문으로 나와서 아카데미 하우스로 하산을 하였다.

 

통일연수원옆 둘레길을 걸어서 산행 출발지점인 화계사앞으로 해서 귀가를 하였다. 겨우 4시간 산행을 하였지만, 오늘은 겨울 날씨 답지않게 따뜻하여 땀을 흘리며 올라갔다. 영락문을 지나 올라가면 조병옥박사 묘소가 있는 냉골로 오르는 길을 두고 우측으로 조그만 개울을 건너 능선길로 올라갔다. 이 길은 칼바위를 오르는 길 답지않게 언제나 산객이 드문 조용한 산 길이다.

 

칼바위 능선에 올라설 때까지 오르는 산객 1명과 하산하는 3명을 만났을 뿐이다. 산길은 낙엽이 쌓인 전형적인 산 길이 이어진다. 능선이 가까워 질수록 암벽길이 나타나긴 하지만 북한산을 오르는 그 어느 길보다 발을 편하게 해 주어 좋은 길이다. 칼바위능선에 올라서면 산객은 많아진다. 문필봉에서 쉬면서 삼각산의 세봉우리를 올려다보는 그 멋은 산행의 진수를 느끼게 해 준다. 

 

남산에서 부터 북악산, 인왕산, 그 넘어 안산, 그리고 형제봉, 보현봉 아래에서 시작되는 북한산성의 휜 성벽이 이어진 그 중간 중간에 성문인 대남문에서 대동문과 동장대를 지나 성벽은 이어지고, 인수봉 건너 영봉을 지나 도봉산 자운봉과 만장봉, 선인봉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서울의 산을 바라보는 그 감회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감동의 희열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그 우측으로 수락산과 불암산이 줄기차게 뻗어있다. 

 

문필봉을 내려가 칼바위를 오르는 길에 오늘따라 산객들이 많이 몰려있다. 산행을 하는 산객들은 가 본 길보다는 가 보지않은 길을 찾아 산행 하기를 좋아한다. 같은 삼각산을 가드라도 지난 번에 올라가지 않은 코스를 선택하면 또 다른 산행의 멋과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되므로 서울의 산, 북한산과 도봉산은 우리가 다 찾아 오를 수 없을 만큼 많은 코스가 능선마다 골짜기 마다 산재해 있다. 

 

칼바위를 오르는 길은 그대로 암벽길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힘들게 암벽길을 올라서면 또 그 보다 높은 암벽의 길이 이어진다. 칼바위 정상에서 다시한번 삼각산의 진 면목을 올려다보게 된다. 이번에는 세 봉우리와 노적봉의 암봉과 그 뒤에 염초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백운봉을 올라 본 산객에겐 삼각산이 높은 산이 아니지만, 오르지 않고 올려다보는 사람들에겐 높게만 보일것이다.

 

칼바위를 넘어려고 하는데, 아래쪽에서 한 사람 또 한사람 계속하여 얼굴을 내 밀고 올라오고 있어 한 참을 기다렸다가 앞 사람이 내려가고 내 차례가 되어 내려가려고 하니, 아래쪽에서 많은 분들이 계속하여 올라오고 있어 양해를 구하고 내가 먼저 내려갔다. 날씨 탓인지 칼바위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암벽을 넘는 것은 드문일인데, 오늘따라 칼바위에 산객들이 많다.

 

북한산성길에 올라서니 산객들은 더 많아 진다. 대동문쪽으로 걸었다. 대동문에 오늘은 내가 늦게 올라와서 그런지 점심식사하는 산객들이 적은 편이었다. 대둥문을 지나 아카데미 하우스 쪽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혼자 산행을 한 다는 것은 이렇게 쉬지않고 가도 되고, 누구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어 좋은 점도 있지만, 친구와 동료와 함께하는 산행이 좋은 점이 더 많다.

 

아카데미 하우스를 지나 통일연수원 옆으로 둘레길을 들어서니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둘레길이 만들어 지기 전에는 아카데미하우스 아래서 마을버스를 타고 수유역에서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귀가하였는데, 지금은 둘레길을 걸어서 가는 것이 산길의 연장이어서 좋다. 둘레길도 산길이므로 산행의 기분을 느끼며 걸었다. 내가 늘 걷는 이 코스는 겨우 4시간 코스지만, 암벽길과 산성길 그리고 둘레길까지 산행의 낭만에 젖을 수 있는 산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