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청계산(淸溪山)의 봄 *-

paxlee 2012. 3. 4. 21:58

 

                                                     청계산(淸溪山)의 봄

 

                    

 

청계산의 봄은 아직 진달래 꽃 망울 속에 있다. 그래서 그 꽃 망울을 자세히 살펴 보았지만, 봄을 그리워하는 기다림은 청계산에 부는 꽃샘 바람같이 차갑기만 하였다. 눈이 내리는 겨울보다 꽃 망울은 조금 더 커 졌으며, 꼭꼭 다물고 있던 그 꽃의 창고문은 엷은 색으로 변화를 시작한 흔적이 보였다. 봄을 기다리는 청계산은 푸른 내일을 꿈꾸며 힘찬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그려보게 하였다.

 

청계산은 정상봉 망경대(萬景臺/618m)을 정점으로 석기봉(595m), 매봉(583m), 이수봉(545m), 국사봉(540m), 옥녀봉(375m)을 거느리고 있다. 청계산은 민족의 영산으로 산 곳곳에 상서로움과 정기가 배어 있는 하늘이 숨겨 놓은 영부(靈府)라는 것을 청계산 남쪽 골짜기에 있는 청계사 안내판은 설명하고 있다. 또 청계산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산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경부고속도로가 지나는 동쪽에서 보면 순한 모습의 토산으로 매우 부드러워 보인다. 그러나 서쪽 과천쪽에서 보면 우뚝 솟은 망경봉과 석기봉 일대 바위봉우리가 자못 험한 암벽으로 되어있어 청계산도 서울의 산 임을 암시하는 듯 하다. 청계산의 남쪽 줄기 일대는 산세가 부드럽고 숲이 울창하고 산길이 부드러우며 봉우리의 머리마다 운치있는 소나무와 괴이하게 생긴 소나무가 많다.

 

청계산 상봉인 망경대의 이름도 처음엔 하늘 아래 모든 경승을 감상할 만한 터라고 해서 만경대(萬景臺)라고 했다 한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고려 말 문신 송산(松山) 조윤(趙胤·1351~1425)은 조선 초 이태조가 벼슬을 내렸지만 끝내 사양하고 청계산으로 숨었다. 그는 청계산의 제 1봉인 망경대(望京臺)에 자주 올라 옛 도읍 개경(開京·개성)을 바라보며 슬피 울다가 그 아래 마왕굴 샘물로 갈증을 풀었다고 한다.

 

청계산에서 서울시가를 조망하는 것은 한강을 경계로 발전하는 강남을 바라보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의 남쪽을 경계로 하는 청계산과 관악산은 과천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산이다. 경마공원과 서울대공원, 그리고 과천 정부청사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산을 오르며 걷는 것은 고단함과 힘든 고행이지만, 정상에서 산하를 내려다보는 조망은 가슴을 넓혀준다.

 

오늘은 4호선 전철을 타고 서울대공원 역에서 내렸다. 늘 가는 원터골이나 옛골에서 시작하는 청계산 보다 좀 다른 코스를 가고 싶었다. 같은 산을 오르더라도 다른 코스로 오르면 또 다른 산을 오르는 맛과 다른 멋이 있기 때문에 같은 코스로 가는 것 보다 안가본 길을 걷는 것이 좋다.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갈 때는 정해진 코스로 가야 하지만, 혼자서 갈 때는 다양한 코스를 선택할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다.

 

대공원역 2번 출구로 올라가서 동물원 정문쪽으로 가다가 스카이리프트 타는 곳에서 우측 뒤쪽으로 오르는 길로 접어들어 올라갔다. 조금 오르면 세멘트길이다. 그 길을 걷다가 우측으로 산길로 접어들어 올라가면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가게 된다. 낙엽송과 곧은 나무들이 울창하다. 응봉(368m/과천매봉)까지 그 오르막길이 조금 벅차기도 하다. 그러나 길은 한 없이 부드럽다.

 

388봉을 지나면서 청계사에서 오르는 절고개 능선을 따라 오르게 된다. 절고개를 향해 오르는 길은 의외로 가파른 암벽길이 이어진다. 그 오르막길을 힘들게 올라가고 있는 데, 누군가가 소나무님이 아니냐고 묻는다. 그 길을 내려오던 정다운산악회 초창기 총무를 보던 이쁜이님이 였다. 나는 처음에는 잘 알아보지도 못하였다. 몇년 만에 만남은 무척이나 반가웠다.

 

전에도 이 고개길을 청계사 쪽에서 올라가 보았는데, 오늘은 혼자 걸어서 그런지 더 멀고 험하고 힘드는 것 같이 느껴졌다. 아마도 혈읍재에서 만경대-석기봉까지 가는 암벽길처럼 험한 코스다. 절고개에 올라서서 전망대에서 망경대를 올려다보는 것과 산하를 조망하는 눈 길은 산행의 즐거움과 가슴 벅찬 감동에 산행의 고행은 아침 이슬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헬기장 평상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혼자서 하는 식사는 언제나 간단하게 때우고 만다. 이수봉을 오르는 그 길에 얼마나 많은 발자국을 남겨 놓았을가, 그 발자국을 셀수있다면 얼마 만큼일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올라갔다. 이수봉에는 쉼터역할을 하기 때문에 등산객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다. 혼자여서 사진도 찍지않고 그냥 하산을 시작하였다.

 

하산을 하다보면 군사시설을 좌우로 돌아가는 길에서 좌측길로 진행을 하였다. 오늘은 또 늘 가던 길이 아닌 돌아가다가 좌측길로 내려섰다. 안가본 길이 아름답다고 한 박완서님의 말씀을 따라 걷기로 하였다. 그러나 그 길은 능선을 따라 내려가서 우측으로 돌아서 내려가는 길은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길이어서 징그럽게 힘들고 힘든 길이 계속 계곡에 이르기 까지 이어졌다.

 

봄이 멀지 않았는데, 계곡물은 얼음으로 덮혀있다. 서울대공원역에서 시작한 청계산 산행은 옛골까지 이다. 이수봉에서 다시 석기봉-만경대-매봉으로 산행을 하려고 생각을 해 보았지만, 혼자서 걷는 것이 청성맞은 것 같아 옛골로 하산을 하였다. 산 길이 매말라 먼지가 너무 많이 날려서 그 또한 힘겨웠다. 산이 푸르고 계곡에 물이 맑아 청계산이라 부르는 청계산의 봄이 기다려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