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삼각산에서 만난 3월의 겨울산행 *-

paxlee 2012. 3. 25. 21:42

 

 

 삼각산에서 만난 3월의 겨울산행.

 

[우이동-진달래능선-대동문-북한산성길-보국문-칼바위우회길-문필봉-밤골약수터-화계사]

 

오늘(3/25) 각산은 하얀 눈이 뒤덮인 한 겨울이었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하루종일 비가 내리드니, 삼각산에 겨울의 상징인 흰 눈이 약10cm 정도 쌓였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3월에 다시 겨울로 되돌아가는 변화에 어리둥절해야 하는 삼각산 산행을 하였습니다. 날씨마져 겨울바람이 쌩쌩불어와 겨울의 진한 느낌이 뼈속까지 스며드는 추위에 움츠려드는 산 길을 걸었습니다. 어제 수락산 산행을 한 팀들의 산행사진은 한 겨울의 폭설이 쌓인 모습에 의아해 하였는데, 아마도 마지막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경험하게 되는 날씨 기온 변화에 우리는 그냥 묵묵히 보고 적응해 가야하는 것이 자연을 거스러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가 아닌가 합니다. 4월이면 봄의 전령을 전하는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데, 3월의 마지막 일요일에 하얀 눈이 쌓인 산 길을 걸어가는 산객의 마음속엔 그래도 더 멀어진 봄을 기다리며 하얀 눈으로 뒤덮인 능선을 보면서 눈 길을 걷는 기분은 상쾌한 느낌으로 전해왔습니다. 봄을 시샘하는 겨울의 끝자락에 꽃 피울날을 기다리는 진달래 꽃 망울은 다시 입술을 꼭 닫고 때를 기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산행은 스틱의 조임부분에 말썽이 생겨 A/S를 받기위해 우이동으로 향했다. 스틱을 수리하여 삼각산을 올려다보니 산정에는 흰 눈이 쌓여있어 산행코스를 생각하면서 올라갔다. 삼각산 정상 백운봉을 올라가는 것은 그래도 갈 만 하겠지만, 아무래도 만경봉을 돌아가는 우회길이 음지여서 암벽길에 눈이 쌓여 많이 미끄러울 것 같아 오늘은 안전하게 진달래 능선길로 올라갔다. 양지바른 능선에는 다행이 눈이 없었다. 진달래 능선은 4월에 진달래 필때 오르는 길인데. 오늘은 안전산행을 위해 올라 가기로 하였다.

 

진달래 능선길은 처음에는 급경사길을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경사가 완만한 능선 길은 겯기가 편한 길이다. 대동문까지 계속 오름길을 걸어야 한다. 하나의 능선이 이어지고 있지만, 오르다 보면 작은 봉우리를 올라가야 한다. 한 참을 오르다 첫 봉우리를 만나게 되는 데, 나는 첫 봉우리를 호랑이봉이라 이름을 붙여 보았다. 호랑이처럼 힘차게 올라가야 올라설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지어 보았으며, 두 번째 봉우리는 멀지않고 쉽게 오를 수 있어서 토끼봉이라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여 보았다.

 

세 번째 봉우리는 한 번쯤 쉬어가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전망대 안내판이 서 있어서 전망대봉이라 부르면 좋겠다. 그리고 열심히 조금 먼 능선 길을 올라가면 이번에는 암벽으로 이루어진 작은 봉우리가 연속으로 이어진다. 다섯 번째 봉우리는 멧돼지봉이라는 이름이 생각났다. 멧돼지처럼 생긴 바위들이 늘어서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오르면 다시 높지않은 암벽들이 군상을 이루고 있어 이번 봉우리는 큰멧돼지봉이라는 이름을 붙여보았다. 산 길을 걷다보면 봉우리마다 그 봉우리의 이름이 붙어있다면 산 길이 들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큰멧돼지봉에서 한 참을 올라가면 진달래능선에도 눈 쌓인 길이 이어진다. 봄 눈이 쌓인 곳을 많은 사람들의 발바국에 밟혀 얼음처럼 미끄러운 오름길이 이어진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옮겨 놓으며 올라가야 한다. 지금까지 올라온 능선보다 경사가 더 가파르고 더 높아지는 어섯 번째 봉우리를 조금씩 힘들게 한다. 여섯 번째 봉우리는 호랑이봉보다 더 힘이 들어서 이번에는 사자봉이란 이름을 붙여보았다. 내려가는 길은 짧은 편이다. 그리고 마지막 일곱 번째 봉우리는 진달래능선에서 가장 난 코스이다.

 

눈 길이 아니어도 로프를 잡고 힘들게 올라가야 하는데, 오늘같이 눈이 쌓인 미끄러운 길을 오르기는 쉽지않는 암벽길이 이어진다. 여기서는 지체를 하면서 서서히 올라가게 된다. 숨을 몰아 쉬면서 힘들게 올라서야 하는 마지막 봉우리는 가장 힘을 소모해야 하는 봉이어서 독수리처럼 날아 오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독수리봉이라는 이름이 생각났다. 내 나름대로 진달래능선을 오르면서 작고 큰 봉우리 일곱개를 오르며 봉우리 이름을 붙이면서 올라가니 재미도 있고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올라갈수 있었다.

 

독수리봉을 올라서면 진달래 능선은 다 올라가게 된다. 소귀천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고, 조금 더 오르면 아카데미하우스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또 만나는 곳에서 올려다 보면 대동문이다. 대동문에 오르니 시계는 12:40분이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간단하게 식사를 하였다. 혼자 산행할 때 가장 불편한 시간이 점심을 혼자 먹게 되는 그 순간이다. 그것도 습관이 되면 괜 찮겠지만,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하다가 가끔 이렇게 혼자 산행 할 때는 편하지가 않아 급히 먹고 일어나야 하는 것이 조금은 안스럽다.

 

산성길은 눈이 더 많이 쌓여있어 완전히 한 겨울 산행 길 이었다. 미끄러워 오르고 내려가는 곳에서는 쩔쩔 매기도 해야 하는 곳이 많았다. 어디로 하산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면서 걸었다. 칼바위를 바라보니 흰 눈이 덮혀있어 아무래도 오늘은 다른 길로 하산을 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아 보국문에서 하산을 하기로 하였다. 보국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여간 미끄럽지가 않았다. 보국문을 나서니 그 앞쪽에는 양지바른 곳이어서 그런지 길에 눈이 없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려갔다.

 

내려가다가 칼바위 우회길로 들어서 문필봉을 향해 걸었다. 이 길은 양지바른 곳이어서 눈을 피해 갈수있었다. 문필봉을 오르는 길에도 눈은 여전히 쌓여있었다. 문필봉에서 산각산을 조망하는 시야에는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삼각산이 시원하게 한 눈에 들어온다. 칼바위능선에서 화계사로 내려서는 밤골 계곡길에도 눈은 어김없이 쌓여있었다. 화계사 뒤 능선 봉우리 쉼터바위에서 한 번 쉬었다가 능선길로 하산을 하였다. 3월 마지막 주에 생각지도 않은 눈 산행을 한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진달래능선=호랑이봉-토끼봉-전망대봉-사자봉-멧돼지봉-큰멧돼지봉-독수리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