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삶의글

백수의 일상 - 471. <석파정n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paxlee 2022. 5. 15. 06:55

2022 '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두려움일까 사랑일까"라는 주제로 야심차게 준비한 전시회이다. 인생의 모든 순간에 우리와 함께하는 두가지 감정, '두려움과 사랑'을 태마로 많은 예술가들 역시 이 감정 사이에서 깊은 예술혼을 끌어내 작품을 빚어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31명의 미술가들은 시대의 고난과 개인적인 어려움 속에서 괴로워 하면서도 창작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끝내 이루어 냈다. '두려움과 사랑'의 경계에 서있던 고뇌의 결정체이자 역경의 선물인 귀한 작품둘을 통해 예술이 주는 위로와 희망의 시간을 선사하고자 했다. 

 

전시의 출품작은 한 명의 미술 애호가가 40여 년의 세월 동안 수집한 애장품으로, 서울미술관의 컬렉서이자 역사이다. 서울미술관 설립자 안병광 회장의 시간은 두러움과 아픔, 그리고 희망과 사랑으로 축약될 수 있는 파란만장한 순간으로 가득 체웠다.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사를 대표하는 근현대 걸작과 함께 한 애호가의 알려지지 않은 수집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미술품 Artists : 김익중, 고영훈, 권영우, 김기창, 김상유, 김창영, 김태호, 김환기, 도상봉, 류병엽, 문학전, 박상광, 박서보, 박수근, 서세욱, 손 석, 유영국, 이건용, 이대원, 이왈종, 이우환, 이중섭, 임직순, 전광영, 정상화, 천경자, 최영림, 한 묵, 황영성. 

 

우리의 옛 조상들의 삶의 모습이다. 안방의 여인이 하는 일은 물레를 자아 실을 뽑아 옷감을 짜는 일이 주 업이였다면,  사랑방의 남자들은 정장을 하고 모여서 시를 짓고, 술을 마시며 삶을 즐기는 모습이다. 

 

천경자 화가의 대표작 '여인'과 '자화상'이다. '수집가의 문장' 미술시장에서 이 작품을 만났던 순간, 전 재산을 털어서 이 작품을 구입하고, 오랜 시간 거실에 걸어두고 그림을 감상했다. 노을 지는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모든 동물이 평활홉게 뛰노는 모습과 듬직한 코끼리 등 위에서 다시 한번 생에 대한 다짐을 키우며 일어서려는 여인의 모습이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이대원 화가의 '배꽃'이다. 동양화의 필법을 응용하여 유채 물감으로 밝은 원색의 점과 선을 리듬감 있게 기운생동을 화폭에 담아냈다.  

이대원의 작품 '사과나무'는 작가의 인생의 말기에 그린 걸작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커다란 캔버스에 수십 개의 사과를 그렸다. 유채의 기운생동등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이 화백은 "화가의 눈에는 같은 것을 보아도 늘 다르게 보인다"고 하였다. 그의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넓은 사과밭에서 사랑하는 사랍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기분이 든다. 

 

한묵 화가의 작품이다. 과학과 예술은 현실을 기반으로 하되, 과학은 현실을 탐구하기 위한 것이고, 예술은 현실을 넘어서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중섭 화가가 제주도에 있을때 그린 작품이다. 말 구루마를 타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담은 그림이다. 어디까지나 이중섭은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한국의 모든 것을 세계 속에 옳바르게 당당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였다. 

 

한국의 정직한 화공으로 자처 하였지만, 부인과 아이 둘은 일본에 두고 혼자 귀국하여 그림을 그렸으나, 그는 힘든 생활을 하였다. 고생을 많이 하여 40대 초반에 병으로 쓸어졌다. 그의 그 때 그린 작품이 지금은 수억, 수십억원 하지만, 그때는 작품이 팔리지 않는 가난한 화가로 지쳐 있었다는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에 울림이 전해져 왔다. 

 

김상유 화백의 그림이다. 판화로 시작하여 서양화가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한옥과 법당의 공간에 아름다움을 느낀 김상유는 산사의 암자, 정자, 누각 등 전통적인 건축물을 즐겨 그린 화가였다. 주제는 부처나 스님을 연상시키는 인물이 결가부좌 자세로 앉아 세상을 관조하는 듯 명상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모든것을 비우려는 듯 고요히 앉아 명상하는 인물은 김상유의 자화상인듯 하다. 

 

이왈종 화가의 <제주생활의 중도> 연작은 '세상 만물은 모두 평등하다'라는 '불교의 중도 철학'에서 시작 되었다.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사슴, 물고기, 새, 꽃, 등의 모든 생물이 인간과 같은 선상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상 세계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골프치는 사람, 요가하는 사람을 그려 넣기도 하는데, 현대인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아낸 자신의 작품을 작가는 현대판 풍속화라고 칭한다. 이화가의 작품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작가의 사유이자 그들의 현존을 들어낸다. 

 

'김기창 화백의 군마도'이다. 김기창은 말이 "깨끗한 것을 좋아하고 영리한 동물이며, 우리 인간을 위해 충용(
忠勇)을 지니어서 인간과 생사까지 같이하는 훌륭한 동물이며 한번 노하면 하늘높이 날뛰지만 마음을 너그럽게 지니면 순하기 이를데 없다. 깨끗한 마음, 영리하고 지혜롭고 용맹스러움, 이런 성격은 우리 인간이 가진 감정 세계로서 화폭에 상징화해 보려한다"고 밝힌바 있다. 어렸을 적에 장티부스로 인한 고열로 청각을 잃게 되어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했던 김기창은 이 『군마도』 에서 역동적이고 분방한 필치로 내재된 감정을 폭발 시키고 있는 듯하다.

 

김환기 화백의 『십만개의 점』

김환기의 작품 <십만 개의 점> 앞에 서면, 이 그림의 모티브가 되었던 김광섭 시인의 詩 『저녁에』를 배우 최불암의 내래이션이 울려 퍼진다. 이 그림은 방 하나에 한 작품이 걸려있다.  『저녁에』 '저렇게 많은 별중에서 /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 밤이 깊을수록 /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 이렇게 정다운 / 너 하나 나 하나는 / 어디서 무엇이 되어 / 다시 만나랴 //

 

31명의 화가의 그 많은 작품 중에서 선택하여 그림을 감상하여 보았다. 그림에 문외한인 제가 아는 만큼 보고 감상할 뿐이라는 말이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석파정과 서울미술관은 서울문화회관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하나의 티켓으로 석파정과 서울미술관을 돌아보았다. 석파정은 5월 중순 자연의 숲이 너무 싱그럽고 아름다웠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예술 세계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 마냥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같은 서울 하늘 이지만, 복잡하고 번잡한 시내를 벗어나는 자하문터널을 지나면 만날수 있는 곳에 이렇게 조용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품속에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석파정과 한국 전통화가들의 화려한 예술의 꽃으로 피어난 그림을 감상할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였다.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주재가 던져주는 의미를 확인하는 시간은 마냥 또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같은 시간들 이었다.